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 고향은 설명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고향이 어디예요?”

사람들이 처음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오가게 된다. 그럼 나는 죄지은 사람 마냥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서울이요”라고 말한다. 언제부터인가 ‘서울 사람’은 깐깐하고 개인적인 이미지로 굳어져 버렸다. 그래서 나는 ‘서울 사람’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왠지 색 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아 불안하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나는 지금 살고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 고향 서울은 지구의 중심이었고, 우주의 중심이었다. 지금도 서울은 내 마음의 중심이다.

고향은 어머니 품 속 같이 포근하며 아늑할 뿐 아니라 나의 위치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나에게도 고향은 따뜻하고 정답고, 그리고 이제까지의 실수를 다 용서받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중도장애를 얻고, 놀면서 공부하겠다는 생각에 음대에 가기를 원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소신 지원 하여 지방대에 입학했다.

꿈에 그리던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집 곁을 떠나보지 않았기에 두렵기만 했다. 대학 1학년 때, 친구들 사이에서 내 별명은 ‘집순이’였다. 금요일 수업을 끝나는 대로 집에 갔고, 월요일이 되어서야 학교에 왔다. 혼자 걷는 것은 불편했기에 항상 누군가가 동행해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친구들과 부모님께 민폐를 끼쳤다는 생각과 과연 나는 무엇에 사로잡혀 그토록 집을 찾았는지…, 의문점이다.

2학년 때부터는 학과 공부에 더욱 신경 쓰겠다며 집에 가는 횟수를 줄였다. 가족들이 보고 싶은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내가 제일 그리워했던 것은 어머니의 ‘밥’이었다. 얼마 안 되는 타지 생활 속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집 밥, 집 밥’하는지 깨달은 그것이었다. 나는 ‘고향’을 생각하면 ‘어머니의 밥’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얼마 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2010년 꼭 가봐야 할 도시로 선정되었다. 뉴욕 타임즈는 올해 꼭 가봐야 할 도시나 국가 31곳을 추천했다. 스리랑카,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와인밸리에 이어 ‘2010 세계디자인 수도’로 선정된 서울시를 꼽았다.

서울은 그 지역의 으뜸도시 라는 뜻이다. 뉴욕 타임즈에서 서울은 매력적인 카페와 레스토랑, 훌륭한 아트 갤러리, 그리고 세계적인 디자이너 부티크와 패션 명소 등을 즐길 수 있는 도시이며, ‘2010 세계디자인 수도’ 선정으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뉴스를 보면서 나도 서울시민이라는 생각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하지만 2010년 꼭 가봐야 할 도시, 서울은 장애인에게는 너무 열악한 도시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길거리에 나가면 제일 처음 받는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은 피할 길이 없다.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는 양 신기해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만은 않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도로나 건물들에도 경사로가 마련되어있지 않은 곳도 많을 뿐 더러 심지어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비좁아서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초겨울에 감기에 걸려 내과를 찾았다. 매우 시설이 낙후된 건물이었지만, 건물 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 안심하고 들어갔다. 그러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진료도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온 경험이 있다.

그리고 편의시설도 저상버스도 한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다. 장애인 친구들과 약속을 정하다 보면 주변 교통은 어떻게 되는지, 편의시설을 어떻게 되는지를 먼저 따지게 된다. 국토해양부는 2010년 복지예산이 삭감되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지만, 장애인에게도 이동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꼭 가봐야 할 도시라면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이 편하다면 비장애인에게는 천국과 같은 시설이다. 누구에게나 편한 도시 서울을 꿈꿔보면서, 꼭 가보고, 또 가보고 싶은 도시, 서울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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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국문학도를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한 아이. 하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아이. 안녕하세요^^ 김빛나입니다. 대학교에서 플루트를 전공했습니다. '독립연대'에서 '활동가'로 근무 중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심리상담가'가 되겠다는 스물다섯의 당찬 아이. 저는 꿈꾸는 아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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