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조풀, <너꽃해> 시인 김종태 작품. ⓒ김종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권인희 회장과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은 아주 친하다. 한 사람은 앞을 볼 수 없고 또 한 사람은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한다. 권회장은 소리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있고 변회장은 시각에 의존한다. 그런데 어떻게 서로 소통을 하는 것일까? 물론 활동보조인이 각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그들 사이엔 단순한 소통 이상의 우정이 있다.

장애인계 중요한 회의에 가면 각 장애영역별 대표들이 참가하는데 권회장과 변회장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면서 단합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한번은 회의가 끝나고 식사를 하는데 변회장이 권회장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당신이 괴롭혀서 나 당신 옆에 안 앉을 거야."

수화통역사가 권회장에게 통역을 했다.

"내가 언제 괴롭혔다구 그래? 형님한테 말버릇 하고는."

권회장이 수화로 무슨 말인가를 했다. 시각장애 속에서 친구의 언어인 수화를 배운 것이었다. 사람들이 무슨 수화냐고 물었다. 그러자 변회장은 권회장 수화는 엉터리라고 손을 내저었다.

변회장은 청각장애인은 수화를 하기 때문에 손을 늘 움직여서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고 수화 예찬론을 폈다.

권회장도 질세라 "우리도 손 많이 써. 안마하잖아"라며 시각장애인도 치매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티격태격하다가 권회장이 개그 수준의 발언을 해서 폭소 폭탄을 터트렸다.

"변회장, 나 당신 그림 비싼 돈 주고 샀는데 그거 다른 그림으로 바꿔주라. 누드화 없어?"

정말 유쾌한 대화가 이어져 나갔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그 둘의 대화에 호응하지 않았다. 서로 자기가 그 분야의 최고라고 자랑을 늘어놓느라고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자기 자랑을 한다고 누가 인정해주는 것도 아니련만.

-그거, 제가 처음 한 일이죠.

장애인복지의 모든 제도를 자기가 처음 했다는 무의미한 주장 속에서 권회장과 변회장의 대화는 엔돌핀을 생성하게 만드는 유익함이 있었다. 자기 자랑을 하던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기 무섭게 자리를 떴지만 권회장과 변회장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공식적인 폐회 선언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 앞에서 만난 두 사람은 안녕 세리모니를 펼쳤다. 권회장이 변회장에게 기습 공격을 한 것이다. 안 보이는 권회장이 잽싸게 변회장의 목에 깍지를 꼈다.

"형님한테 말이야!"

변회장은 권회장의 장난을 그대로 받아주고 있었다. 두 사람이 정말 정다워 보였다. 두 사람은 저렇게 서로를 깊이 이해하며 서로의 힘이 돼주고 있는데 장판(장애인계)은 왜 단합을 하지 못하고 자기 이익만 챙기면서 있는 것일까?

-이거, 정말 씁쓸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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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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