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 <너꽃해> 시인 김종태 작품. ⓒ김종태

"오시는데 힘들지 않으셨어요?"

장애인복지관을 찾아온 장애인에게 사회복지사는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다.

"아뇨"

"다행이시네요. 뭐 타고 오셨어요?"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인 장애인이 느끼는 가장 큰 불편이 이동 문제이기 때문에 걱정이 돼서 또 다시 이렇게 물었다.

"벤츠 타고 왔는데요."

클라이언트는 사회복지사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터라 차종을 말했다.

"네?"

사회복지사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졌다.

사회복지사는 이동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클라이언트와 상담을 할 계획이었는데 벤츠라고 말하는 바람에 클라이언트를 위해 해줄 서비스가 깡그리 날아가 버렸다.

이것이 요즘 장애인복지관의 새로운 풍속도이다. 사회 활동을 한창 하던 중 뇌졸중으로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애인복지관에 가면 소아마비장애인은 눈 씻고 찾아도 없고 뇌졸중으로 인한 뇌병변장애인이 복지관을 장악하고 있다.

그들이 노인복지관으로 가지 않고 장애인복지관으로 오는 것은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재활을 목적으로 치료와 훈련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메밀, <너꽃해> 시인 김종태 작품. ⓒ김종태

한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3金의 한 분도 서울 양천구에 있는 장애인복지관 이용자라고 한다. 그 역시 뇌졸중으로 편마비가 왔는데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니며 좋다는 치료는 다 받아보았지만 장애인복지관에서 실시하는 수치료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는 주로 주말을 이용해 복지관에 와서 재활 치료를 받는데 도시락을 준비해와 점심 식사를 하며 복지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3金의 한 분인 故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장애를 갖고 있었다. 3金의 또 한 분도 장애를 갖게 됐다. 그러고 보면 그 누구도 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복지관이 주민 기피 시설이 아니라 벤츠를 타고 찾아올 정도로 꼭 필요한 이용시설이라는 것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장애인복지관을 고위층도 부유층도 찾고 있다. 이제 사회복지사는 "뭐 타고 오셨어요?" 라고 물으면 안 된다.

"우리 복지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 이렇게 인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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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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