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엘리베이터를 타면 텔레비전에서 봤던 사람들을 만난다.

대개 사람들은 스타를 보면 자기도 모르게 반가워한다. 마치 자기와 아주 친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방송국 엘리베이터에 한 무리의 사람이 한꺼번에 탔다. 그런데 몹시 시끄러웠다. 누가 이렇게 떠드나 싶어 고개를 들어 올려다봤다. 그들은 개그맨들이었다. 녹화가 끝나고 가는 모양이었다.

현관이 있는 2층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들은 여전히 떠들어대면서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한 명이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주는 것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나를 위한 배려였다. 그 사람이 바로 김제동 씨다.

나는 이 얘기를 강의를 할 때마다 했다. 공인이 장애인에 대한 에티켓을 보일 때 더욱 신뢰심을 갖게 된다고 말해주었다. 지난 봄, 내가 강의를 나가는 경희대학교 학생들 60여 명이 방송국 견학을 왔었다. 견학을 마치고 한 무리의 학생들이 KBS 방송국을 빠져나갈 때 김제동 씨가 방송국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너무 반가워서 씩씩한 남학생이 앞으로 나가 김제동 씨한테 인사를 했더니 아주 친절하게 인사를 받아주면서 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주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내 얘기가 틀리지 않았다며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그가 KBS에서 퇴출을 당했다. 이유가 뭘까? 이유를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이런 이유로 퇴출을 통보받은 장애인이 있다는 얘기가 장애인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죄가 있다면 중립을 지킨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권력이 원치 않는 방향의 결과가 나온 것이고, 책임이 있다면 잘된 사람이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더 나쁜 걸까? 권력을 가진 사람일까? 나 몰라라 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어느 한 편에 확실히 붙지 않고 중립을 지킨 사람일까?

김제동 씨는 언론에서 떠들어주고 네티즌들이 항의하며 함께 해주니까 그래도 낫다.

퇴출당하는 장애인은 언론도 침묵하고 장애인계에서 항의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우리 장애인들의 현실이다.

"퇴출, 그거 함부로 하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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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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