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커서일까? 루게릭병 연기를 하기 위해 배우 김명민 씨가 20kg이나 감량했다고 영화 홍보를 대대적으로 했던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를 본 소감은 한마디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김명민 씨의 투혼이 알려지면서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는 개봉과 동시에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그 예매율 1위에 나도 일조를 했다. 나는 김명민 씨의 연기를 믿었고, 감독의 기획 의도를 믿었고, 이제 관객들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눈물샘이나 자극하는 최루성 멜로는 아닐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개봉되자마자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단 한 번도 가슴을 뒤흔드는 감동이 없었다. 영화에 루게릭병으로 죽어가는 과정을 그렸을 뿐 근육이 점점 빠져나가 장애가 심해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 문제점들을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의미가 없었다.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주인공 배우 김명민 씨의 체중 감량만 준비했지 루게릭병과 장애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없었다. 따라서 김명민이란 배우가 조금도 빛나지 않았다. 겨우 저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 고통스런 감량을 했을까 싶어 그 노력이 아까웠다.
카메오로 등장한 대형 스타 설경구 씨도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영화의 주요 무대인 병원 입원실에는 갖가지 사연으로 전신마비장애나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육체에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보여주고 있고 보면 차라리 카메오는 실제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강원래 씨나 이상묵 박사를 등장시켰더라면 카메오로 영화가 더 빛났을지도 모른다.
최근 스페인에서 열린 제57회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가 화제가 되고 있다. 스페인 영화 <나 역시> 원제는 'Me too'인데 이 영화의 남녀 주인공이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 <나 역시>는 다운증후군 남자 산스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그러면서 직장 동료와 사랑에 빠진다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산스 역을 맡은 스페인 배우 파블로 피네다는 실제 다운증후군 장애를 갖고 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배우로 활동 중인 성공한 인물로 스페인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파블로는 이 영화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차별과 고통을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에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제8요일>에서 열연한 파스칼 뒤켄도 다운증후군 배우로 뒤켄도 이 영화로 1996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로 1987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마리 매트린도 청각장애인이었다.
장애인 배우들이 그 어느 배우보다도 장애를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된 장애인 영화로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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