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리, <너꽃해> 시인 김종태 작품. ⓒ김종태

텔레비전을 켜면 연예인들의 노는 장면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과 축

사에서 짐승처럼 살아가는 장애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다큐 프로그램이 보인다.

시청자들이 깔깔거리고 웃거나 눈물을 찔끔 찔끔 흘리라는 것이 그 의도이다.

다큐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는 장애인이다. 장애는 눈에 확 띄기 때문에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고통이 설명하지 않아도 시각적으로 전달이 되기 때문이다.

“저렇게 장애가 심한 사람이 어떻게 아기를 낳았을까?”

“온 집안 식구가 모두 지적장애인일 수도 있구나?”

“안 보이는데 어떻게 마라톤을 할까?”

tv 앞에서 사람들은 이런 호기심으로 감동을 한다.

그리고 모금 프로그램에서는 또 다른 감동으로 시청자들을 자극한다.

가난과 장애, 그리고 죽음까지 보태져 완벽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사람들은 절망에 감동하기 때문이다.

고마리, <너꽃해> 시인 김종태 작품. ⓒ김종태

사회복지사가 후원자를 데리고 지원 대상자 선정을 위해 가정 방문을 갔을 때, 후원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최대한 더럽고 최대한 상태가 안 좋고 최대한 고통에 찌든 표정을 짓고 있는 가정이다.

살아보겠다는 의욕으로 집안 청소를 하고 깨끗이 목욕을 하고 단정한 옷을 입고 밝은 표정으로 후원자를 맞이하면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 가정은 잘 살고 있네요. 옷도 나보다 이쁘게 입었던데요?"

사회복지사는 그럴 때 가장 난감하다. 첫 방문 가정은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여서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는 사람이고, 두 번째 방문 가정은 적어도 자기 자존감을 지키며 위기에서 벗어나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데 후원자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절망에 감동하는 것뿐이지 절망에 빠진 사람의 손을 잡아주어 일으켜세워줄 의도는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새내기 사회복지사인 나는 클라이언트를 위해 청소도 하지 말고 세수도 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 건가 혼란스럽다.

텔레비전에 장애인이 나와 노래를 불렀다. 조금 전까지 박장대소를 하던 연예인들이 숙연한 표정을 짓더니 급기야 눈물을 흘렸다.

-정말, 왜들 이러는 거야!-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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