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그림동화 속에 나오는 시소 타는 아이들. ⓒ김하용

뇌성마비란 질병을 정형외과 의사들은 근육의 병만으로 알아왔고, 치료도 근육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골격, 즉 뼈의 중요성을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놀이터에 나가서 시소를 타 보아야 합니다. 지금 당장 나가기 어려운 분을 위해서 영국 그림 동화책(House of nursery rhymes)의 그림 하나를 올립니다. 두 어린이가 숲 속에서 통나무 위에 널판지를 올려놓고 신나게 시소를 타고 있습니다.

시소 원리를 골격계에 적용한 그림. ⓒ김하용

시소 타는 것을 좀 더 도식적으로 그린 것이 두 번째 그림의 (가) 입니다. 시소의 원리는 지렛대와 같습니다. 지렛대에 축구공을 올려 놓고 반대측에서 힘을 주면 축구공이 날아갈 것입니다. 축구공을 잘 날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알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1) 지렛대가 휘어지지 않고 단단하며 2) 힘은 주어지는 방향이 적절해야 하고(하늘 색 방향이 힘이 회색 방향의 힘보다 효율적이다) 3) 지렛대의 작용 점이 받침점에서 멀수록(③보다는 ①) 적은 힘으로도 멀리 보낼 수 있습니다.

이를 인체에 적용해 본 것이 두 번째 그림 (나) 입니다. 힘을 내는 근육에 강직이 있을 때, 이 근육이 작용하는 뼈와 관절에 이상이 함께 있다면 보행이나 일상 생활에서 근육을 움직여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하거나 훨씬 힘이 많이 들게 됩니다. 근육의 강직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한 치료임에는 분명하지만, 이 근육이 작용하는 골격과 관절(지렛대)의 이상(소위 “2차 이상”)을 함께 교정 해 주어야만 바른 방향으로 효율적으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지렛대 구조물에 이상이 온 것을 “지렛대 병(lever-arm disease)”라고 하며, 대개는 근육 보다는 단단한 뼈의 질병이므로 정형외과인 치료에 잘 교정되는 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안짱 걸음(지렛대가 휜 것), 평발(지렛대가 단단하지 않은 것), 고관절 탈구(안정되지 못한 받침점), 크라우치 보행(작용점이 받침점에 가까운 것) 같은 것입니다. 이 중에서 안짱걸음과 평발 같은 것은 특히 교정이 쉽고, 교정 후에 보행이 매우 자연스러워집니다.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나 매산 고등학교를 다녔고, 1988년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공중보건의로 여수 애양재활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소아마비환자와 장애인들을 접한 것이 제 나아갈 길을 정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서울대학병원에서 소아정형외과 전임의를 하고, 대전 을지대학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2002~2003년 간은 미국 오레곤주의 슈라이너 소아병원에서 뇌성마비와 보행 분석을 더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을지대학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와 보행분석검사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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