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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희망하는 지도자

위대한 지도자는 태어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켜내는 것이기도 하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9-08-31 13:24:28
김수환 전 추기경, 노무현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노컷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김수환 전 추기경, 노무현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노컷뉴스
지도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앞서간 지도자는 ‘서민 대통령’이라 불리었고, 뒤따른 지도자는 ‘인권 대통령’이라 불리었습니다. 지금 현 정권은 두 지도자가 통치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폄하한 바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우리가 진정 두 지도자를 통해서 되찾지 못하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지금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참다운 지도자에 대한 상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도자는 권력을 팔지 말고 자기 자신을 팔아라

지도자의 핵심은 ‘자기 자신을 파는 정신’입니다. 자기 자신을 판다는 것은 권력을 통한 영향력을 권력을 흠모하는 집단에게 파는 행위가 아닙니다.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정의를 위해 자기 자신을 내 던질 줄 아는 자세입니다. 즉 누구나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희망의 밑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바로 지도자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지도자가 자기 자신을 팔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인간미’와 ‘온기’입니다. 이것은 자기 자신을 다 내어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든 일이기도 한 것이지요. 따듯한 온기와 인간미는 모든 계층의 눈높이를 맞출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언제, 어떻게 손을 제대로 잡아주어야 할지를 알아야만 합니다. 이것은 가식과 이미지를 통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 골목에서 떡볶이를 먹고, 장애인이 부르는 노래에 눈물을 보이는 것이 인간미와 온기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강하게, 힘없고 약한 사람들에게는 같이 울어주고 손잡아주며 부당함에는 같이 분연히 싸워주며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 앞장서서 노력하는 일입니다.

이것은 모든 이들의 인권과 행복이 동일하다는 평등의식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것들을 지켜내려는 법적 보호 장치와 기구들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장차법 제정과 더불어 점점 더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소수 집단의 인권이 무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은 축소되었고, 위원장은 인권과 거리가 먼 사람이 되었으며, 전 위원장은 퇴임식 때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힘을 빼라, 권위는 국민이 세우는 것!

지도자의 또 다른 핵심은 국민의 편에 서서 올바른 길과 희망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생함’과 ‘힘빼기’ 정신이 필요합니다. 생생함은 진실에 대한 의지이며, 힘빼기는 자연스러움과 자유에 대한 의지입니다. 힘이 들어간 지도자는 스스로 권위를 세우려 합니다. 권위는 스스로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이 세워주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최대한 낮추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며,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들이 반드시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에 대해 여과 없이 보여주고 비판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비판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마치 백 사람을 만족시킬 것처럼 포장하거나 비판하는 사람이 없다고 눈을 가려서는 안 된다는 말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언론의 자유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언론 독과점 허용, 국민의 눈과 귀를 혼란시키는 일

다양한 언론이 정부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되는 것이지요. 판단은 국민이 하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의 판단력을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을 훈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지요. 국민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하지 않고 현혹시키는 지도자는 정책에 대한 사실적 설명보다는 완곡어법을 쓰고, 논점을 회피하며, 분간할 수 없는 모호성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이는 국민의 판단력을 무시하는 처사이지요.

모든 진실이 생생하게 전달되지 못하는 순간 힘이 들어가고 자유는 통제로 바뀌는 법입니다. 때문에 생생함과 힘빼기가 결여된 지도자는 언론을 먼저 자기 입맛에 맞도록 조정하고 싶어합니다.

역대 정권 중에 이를 가장 잘 실천한 정권은 전두환 정권이 아닐까 합니다. 전두환 정권은 섹스(Sex),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의 머릿글자를 딴 3S 정책을 썼는데 독재정권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이 세 가지로 돌리기 위하여 언론을 적극 활용했지요.

그러나 비단 이러한 원리는 과거에만 통용되는 얘기가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든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것이지요. 얼마 전 날치기 통과된 신문이 방송을 교차 소유할 수 있도록 '언론법’이 그 역할을 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이 법은 여론 독과점에 대한 어떠한 예방책도 없이 이미 많은 것을 소유한 거대 언론에 더욱 더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 여론 독과점과 여론 조작의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도자는 지켜내고 만들어 가는 것

두 명의 지도자를 잃었습니다. 정치란 무엇일까요? 누구는 정치를 ‘잘 살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잘 산다는 게 뭘까요? 무조건 잘 먹고, 잘 입고, 잘 쓰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요. 인도의 정치 지도자 간디는 말했습니다. 정치란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요.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시티홀’의 신미래 시장이 한 말도 생각나는 군요. 정치란 ‘정성껏 국민의 삶을 치유하는 것’. 이라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권력을 통한 영향력을 팔고, 국민의 눈과 귀를 혼란시키며, 어깨에 힘이 들어가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지도자가 아닙니다. 국민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알며, 국민의 눈과 귀에 자신의 눈과 귀를 맞출 줄 알고, 어깨에 힘을 빼고 낮은 자세로 머리와 허리를 숙이고 국민의 손을 잡아주는 지도자가 아닌가 합니다.

훌륭한 지도자는 작게는 한 단체를, 크게는 국가와 전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 가슴 속에 원하는 지도자 상을 정확하게 그려 놓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류에 흔들리고, 누군가의 말에 현혹되어 진정 원하고 필요한 지도자를 세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위대한 지도자는 태어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 내고 지켜내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칼럼니스트 최김린 (film77@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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