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발 변형을 일으키는 원인은 과거에는 아킬레스 건(가지미근과 비복근 모두)이 강직이 있다고 간주된 반면, 이제는 가지미근(단관절 근육)과 비복근(이관절 근육)을 분리해서 병리를 분석하게 됐다. ⓒ김하용

뇌성마비 환자의 수술에 전환점이 되었던 것들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로 “근육과 보행에 관한 새로운 지식의 축적” 편입니다. 사실 새삼스러운 것도 아닙니다만, 뇌성마비 환자의 보행이나 일상 생활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치료들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이 어떻게 문제인지(병리)를 잘 알아야 하고, 또한 특정한 치료를 하였을 때 그 치료가 병리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알고 있어야만 할 것입니다.

① 엉덩이 쪽의 근위 근육에 비하여 발 쪽의 말단 근육이 더 경직이 심합니다.

② 하나의 관절을 지나가는 근육보다 두 개의 근육을 지나가는 근육(장(요)근, 대퇴 직근, 비복근 등)의 조절 능력이 더 떨어집니다.

경직형 뇌성마비 아동에서 뇌 손상이 근육계에 영향을 미칠 때는 두 가지 패턴을 보입니다. 하나는 원위부(遠位部, 말초부, 몸통에서 먼 쪽 근육, 발 쪽의 근육) 근육이 근위부(近位部, 몸통에 가까운 쪽 근육) 근육 보다 더 심하게 이환 된다는 것입니다. 경하게 이환된 어린이일수록 발 쪽의 근육만 이상이 있고, 심하게 이환된 어린이는 발부터 엉덩이 근육까지 하지 전체가 이환됩니다. 발은 정상인데 엉덩이 근육만 이환된 어린이를 볼 수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특정 관절을 움직이는 근육 중에서 복잡한 기능을 하는 근육(이관절 근육)이 단순한 기능을 하는 근육(단관절 근육) 보다 더 심하게 이환 된다는 점입니다. 표현이 쉽게 되지 않지만, 좀 더 풀어 보면 이렇습니다. 그림에서처럼 근육은 관절의 위와 아래에 붙어 있다가, 근육이 수축하게 되면 해당 관절이 움직이게 됩니다. 어떤 근육은 그림의 가지미 근처럼 하나의 관절에 걸쳐 있어서 하나의 관절 운동만 조절합니다(단관절 근육). 반면에 어떤 근육은 그림의 비복근처럼 두관절에 걸쳐 있으면서 두 개의 관절 운동을 조절합니다(이관절 근육).

이관절 근육은 단관절 근육에 비하여 역학적으로 훨씬 복잡한 기능을 담당하여, 근육의 수축 정도나 수축의 타이밍 모두가 잘 조절되어야만, 정상적인 부드러운 관절 운동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경직형 뇌성마비에서는 단순한 기능을 하는 단관절 근육보다 이관절 근육이 훨씬 더 심하게 이환됩니다. 이런 이유로 까치발을 보이는 어린이의 경우 과거에는 그림에서의 아킬레스 건(가지미근과 비복근 모두)이 강직이 있다고 간주된 반면, 이제는 가지미근과 비복근을 분리해서 병리를 분석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 비복근 만이 병리가 있어서 이를 치료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관절 근육들로는 장(요)근(강직이 있을 시에 고관절 굴곡 구축을 초래함-엉덩이가 뒤로 빠져 보임), 대퇴 직근(슬관절 강직을 초래), 비복근(까치발 변형) 등이 있습니다. 수술적 치료 시에는 주위의 다른 단관절 근육은 최대한 보존하고 이런 이관절 근육만을 잘 분리해서 연장하는 수술 방법들이 고안되었습니다.

③ 고관절 내전근, 슬관절 굴곡근과 아킬레스건은 보행에 매우 중요한 근육입니다.

보행에 관한 역학이 밝혀지면서 보행하는 동안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근육이 고관절 굴곡근 (내전근 포함), 고관절 신전근 (슬관절 굴곡근 포함)과 아킬레스건 등의 세가지 근육 군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세가지 근육 군들은 과거 수술적 근육 연장술에서 가장 빈번히 연장되던 근육 들입니다. 당연히 이런 근육들의 병리를 무시하고 전체 근육 군을 한번에 연장해 버리거나, 신경을 잘라 버리는 수술들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해서, 강직은 부드러워졌지만, 에너지 생산이 제대로 되지 못하므로 보행 속도가 떨어진다든가, 달리기를 할 수 없게 되었다든가, 심지어는 잘 걷던 아이가 보행이 어려워지는 부작용들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에너지 생산에 중요한 근육은 병리를 정확히 밝혀서, 그 중 일부분만을 연장하든지, 혹은 연장의 정도를 조절하여, 에너지 생산 능력은 유지한 채, 강직만 조절하는 수술 기법들이 보편화되어 과거보다는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나 매산 고등학교를 다녔고, 1988년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공중보건의로 여수 애양재활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소아마비환자와 장애인들을 접한 것이 제 나아갈 길을 정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서울대학병원에서 소아정형외과 전임의를 하고, 대전 을지대학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2002~2003년 간은 미국 오레곤주의 슈라이너 소아병원에서 뇌성마비와 보행 분석을 더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을지대학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와 보행분석검사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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