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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소설 「도가니」가 위험한 이유

진실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공감은 완전한 방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9-08-04 09:25:36
진실을 결코 개에게 던져줄 수 없다”라고 말하지만 실상 진실에 맞짱을 뜨지 못하는 작가가 있다. 부조리한 현실을 들춰내고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는 듯 하다가도 어느 새 살짝 비켜 나가면서 "이게 바로 현실"이라며 오히려 인정할 것은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작가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정면으로 부딪혀 상처입거나 패배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현실이 그렇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그 제서야 ‘맞아. 이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야’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진실을 보고 분노는 할지라도 스스로 발을 담그고 해결 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언젠가는 좋아질거야”라며 핑크빛 환상 속에서 자신을 위로하곤 한다. 그리고 누군가 앞장서서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이것이야 말로 완벽한 무임승차인 것이다.

현실이 그렇다. 이러한 현실을 가장 잘 간파한 공지영의 소설은 대중적 힘을 갖는다. 대중과 가장 잘 맞닿아 있기 때문일까. 그가 책을 냈다 하면 베스트셀러가 된다. 최근에 발표한 장편소설 「도가니」역시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이제 공지영은 공히 한국 현대 소설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설 <도가니>는 현실도피?

그가 최근에 발표한 소설「도가니」는 장애인 문제와 시설비리, 그리고 사회 권력의 거짓과 침묵의 카르텔에 대한 소설이다. 광주인화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씌어진 일종의 르뽀 소설인 것이다.

이 책의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무진시의 청각장애인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하게 된 주인공 강인호는 자신이 교사로 일하게 된 학교의 교장, 행정실장 등이 청각장애 아동을 성폭행한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선배인 인권센터 간사 서유진과 진실을 파헤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진실을 파헤치려고 하면 할수록 권력의 검은 그림자는 주인공 인호의 개인사만 들춰내고, 이에 상처입은 인호는 피해자와 이를 밝혀내려는 대책위원회를 뒤로 한 채 무진시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폭력의 당사자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평소처럼 권력을 자유롭게 누리며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현실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론이며 상식적인(?!) 결론이다. 우리 일상에서 늘 태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까. 그것이 자신의 권리를 가장 찾기 힘든 장애아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더욱 크게 느껴질지 모르나 용산 참사도 마찬가지이며, 쌍용 자동차 사건 등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은 많은 사람들은 “정말 이런 일이 세상에 있기나 해요?” 라며 눈을 똥그랗게 뜨고 이 사실을 폭로한 공지영의 소설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진실을 알게 해 준 작가에게 감사까지 표하고 있다.

장애인 문제 공감은 하지만 해결은 '너나 하세요'

그러나 이 감사는 매우 위험하다. 공지영은 장애인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공감하며 사실을 말해 주고 있을지 모르나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는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진실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실을 알고 난 후 그것을 제 자리로 돌려놓으려는 실천의 의지와 행동이다. 그래야 더 이상 거짓과 왜곡이 진실을 압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 이게 진실이네’하고 알면서도 덮어진 사건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로 인해 상처받고 무너진 인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오히려 침묵보다 무서운 법이다.

도가니」는 분명 소설이다. 르뽀 형태를 띤 소설이다. 얼마 전부터 공지영은 르뽀 형태의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후일담이나 개인적인 문제를 소설화 했는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후로 르뽀 소설을 지향하며 낮은 곳으로 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차라리 그냥 소설이었으면 좋겠다. 르뽀는 사실 그대로를 말하기 때문에 훨씬 더 현장감이 있으며, 분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르뽀 소설은 문학적 상상력과 작가의 깊이가 더해지지 않으면 자칫 주변의 얘기만 무성하게 그려놓은 채 주인공은 관찰자가 되고 독자의 몰입은 방해받기 쉽상이다. 공지영은 소설을 통해 아픔을 공유하고 함께 실천 하자고 말하고 있지만 애초부터 실천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처럼 보인다. 공지영 소설의 주인공은 늘 사건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어떠한 사건에 대한 후회 및 죄책감을 지녔거나 관찰자 또는 스스로를 타자화시킴과 동시에 방관자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즉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채영신처럼 참여적이며 주체적 인물은 주인공으로 쉽게 등장하지 않는다.

실천을 벗어난 아픔의 공유는 방관이다

소설 속에서 장애아들은 여전히 권리를 획득하지 못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인호는 진실을 간직하지만 그 진실 안으로 뛰어들지 않는다. 뛰어들어 해결하지 않으려 하는 진실은 묻혀버리고 만다. 공지영의 소설은 전혀 참여 지향적이 아니다. 아픔만을 같이 공유하자 한다. 현장을 벗어난 아픔의 공유는 ‘방관’이다.

공지영은 독자들에게 현실은 알려줄지 모르나 독자들을 진지하고 절박한 고민으로 이끌지는 못한다. 그것이 공지영의 엄청난 한계인 것이다. 세상은 감상으로 변하지 않는다. 제 자리에서 분노하고 공감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변화와 문제의 시점을 파악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비로소 변화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지영 소설 「도가니」는 르뽀의 현장감과 사실감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문학적으로 성찰하고 고민할 수 있는 깊이마저도 한없이 모자라다.

이런 공지영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공감은 할 지라도 행동하고 싶지 않은 심리를 꿰뚫어 봤기 때문이 아닐까. 장애인 인권 유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해결되지 않는가. 그것은 바로 공감만 하고 해결의 주체로 나서지 않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동하지 않는 방관자의 무서운 침묵은 또 다른 폭력을 생산해 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의미에서 공지영 소설 「도가니」에 대한 사람들의 극찬은 더욱 더 위험해 보인다.

실제로 있었던 이 사건은 정권이 바뀌기 전에는 관련자들이 5년 실형 판결을 받았으나, 정권 바뀌고 얼마 안 있어 다시 열린 법정에서 관련자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주인공 '강인호'와 같이 공감만 하고 끝까지 진실을 지켜내지 못한 많은 사람들과 이 사회가 만들어 낸 가슴아픈 현실이다. 진실을 지켜내지 못한 탓에 또 다시 폭력이 반복될 것이다. 작가는 권력의 견고함과 개인의 무기력함 뒤에 숨은 현실도피가 아니라 이러한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줬어야 했다.

칼럼니스트 최김린 (film77@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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