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너꽃해> 시인 김종태 작품. ⓒ김종태

“뭐 좋은 소식 없어?”

결혼을 하고 몇 달이 지나면 사람들이 묻기 시작하는 질문이다.

결혼한 지 6년이 지난 강원래 씨에게도 분명 궁금할 터이지만 아무도 대놓고 물어본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옆에 있는 나를 툭툭 치면서 귀에 대고 슬쩍 묻는다.

“애 없지?”

나는 그 사람이 강원래에 대해 묻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누구요?” 하고 되묻는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 질문을 철회시키기 때문이다.

능소화, <너꽃해> 시인 김종태 작품. ⓒ김종태

그런데 한번은 강적을 만났다.

“누구긴? 강원래 말야.”

나는 그제야 그렇다고 말해준다.

“전혀 노력을 안하나보지? 그냥은 힘들꺼 아냐? 요즘 인공 수정있잖아.”

“네에, 몇 번 해본 모양이에요.”

“아, 그래? 근데 왜 안됐을까? 정자가 힘이 없나?”

하면서 그는 강원래의 장애를 정자의 힘없음으로 재빨리 연결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혼 6년이 지나도록 아기가 없는데도 강원래에게 빨리 애기 낳으라고 독촉도 하지 않고 마치 아기가 없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아기 문제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궁금해서 어쩔줄 모른다. 스타니까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강원래 한 사람의 일을 장애인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것이 문제이다.

능소화, <너꽃해> 시인 김종태 작품. ⓒ김종태

그 사람은 남성장애인은 성능력이 약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중도에 다쳐서 하반신이 마비되면 성장애가 있다. 이렇게 생각할 것이 뻔하다.

그런데 내가 아는 남성장애인은 부부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매우 즐긴다. 그리고 하반신마비 뿐만이 아니라 전신마비장애 남성도 남성성을 발휘하며 멋진 여자를 아내로 맞아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하며 살고 있다.

남편에게 장애가 있는 부인들도 다른 부인들처럼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필까봐 걱정한다. 장애가 있건 없건 그저 남자일 뿐이다. 모든 남자들이 갖고 있는 수컷의 본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장애가 있으면 수컷과 암컷의 본능이 없고 오로지 모든 에너지가 장애를 극복하는데 모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애인의 최대 목표는 장애를 딛고 남들이 놀랄 만한 일을 해내는 데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성에는 관심이 없고 결혼은 착한 배우자를 만난 운 좋은 장애인들이나 할 수 있는 희생적인 결합이라고 제멋대로 판단한다.

능소화, <너꽃해> 시인 김종태 작품. ⓒ김종태

하지만 웬걸? 강원래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이 “걔 아주 섹시해요" 또는 “꽝이야, 여자두 아냐"이다. 강원래가 정말 원하는 것이 줄기세포치료로 예전처럼 벌떡 일어나서 꿍따리 춤을 추는 것일까? 아니다. 강원래는 다시 걷는 것보다는 지금의 강원래를 놓고 사람들이 이상한 추측을 하지 않는 것이다.

부부 관계는 어떨까? 왜 아기가 생기지 않을까? 정말 그의 정자는 약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갖지 않는 것이다.

아직 아기가 생기지 않는 이 땅의 모든 부부들처럼 강원래 부부도 삼신할매가 아기를 점지해 주시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하느님, 강원래에게 아기를 부탁해요-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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