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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기록!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9-07-13 14:15:44
승리의 기록

(炯 빛날 형 錄 기록할 록 ; K! 아들놈의 이름이다)


K의 8살짜리 아들놈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K의 삶은 개인의 안위와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K는 입학식 전날! 그동안에도 집안일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살아왔으니 별일 아니지 싶어 별 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만 아이를 본다는 것 자체가 K에게는 휴식이고 즐거움이었으니 입학 기념 삼아 여행이나 갈 궁리였다.

입학식 전날! 아이 엄마와 입학식에 올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잠깐 얘기를 나누었다. 장판일은 빼고서는 눈치 없기로 소문난 K는 이 문제에 대해 왜 심각하게 얘기해야 하는 것인지를 몰랐다.

오래 서 있거나 걷지 못하니 휠체어를 타고 갈 것이고 낯선 눈빛으로 K를 바라볼 수많은 아이들과 익숙한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태도를 보일 아이들에 대해 K의 아들놈은 어찌 반응할지 대한 것이었다.

아이들 세계에서 낮선 것에 대한 놀림은 어른들이 흔히 보이는 장애인당사자에 대한 낙인(불쌍함, 연민, 다가올 불행에 대한 거부감 등)과 궤를 같이 한다. 어른들의 태도는 학습 효과로 이어져 아이들이 바라볼 세계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런 세세한 정황까지 얘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둘 다 짬밥이 있으니 감 잡았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현존하시든 아니든 거룩한 존재다. K의 어머니도…. 타자의 생존과 안위를 위해 목숨까지 내 놓으셨던 분이다. 소아마비가 걸린 아들을 위해 출산에 이은 몸조리는 마다한 채 전국을 돌아다니며 좋다는 것은 다 먹이고 아이가 낫기만 한다면 산골짜기까지 찾아 다니셨던 분이었다.

그것의 마지막이 당신의 자살과 K의 타살까지 갈수도 있다는 운명의 암시도 함께 말이다. 물론 K는 낫지 않았다. 그러니 어머니에게 K는 아직 아이다. 다 자란 아들이지만 낫게 하지 못했으니 평생 짐을 나누어 짊어 져야할 숙명 같은 존재로 당신은 K를 보시는 듯 했다.

어머니는 평생 K에게 참으라 했다. 놀려도 참고 좀 억울해도 참으라 했다. 부디 노력해서 성공하라 했다.

물론 K는 청개구리 마냥 거꾸로 가고 있다. 참지 않았고 놀리는 순간 물리치료를 감행했다. 복날 개 맞듯이 맞더라도 K는 치욕의 순간은 견딜 수가 없었다. 노력해서 성공하기는 커녕 일부러라도 하기 힘들 정도로 돈 안 되는 길만 K는 찾아 다녔다.

그런 K의 어머니께서 아들 입학식에 기어코 오셨다. 경상도 분이라 잔정은 발견하기 힘든 분인데도 말이다. K의 어머니는 자식이 다섯임에도 손주들 입학식, 졸업식, 생일 등은 챙기지 않으셨던 분이다. 가난했던 시절을 기억하라며 비싼 음식이라도 대접할라 치면 식사 내내 헛돈 쓴다고 불안해 하셨던 분이었다. 그런 K의 어머니께서 아들 입학식에 기어코 오셨다.

입학식 전날 갈 것인지 말 것인지 의논 했던 것이 내내 마음이 안 좋아 중요한 일이 있다는 핑계와 함께 K는 입학식에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입학식이 치러지던 초등학교 근처 대포집에서 K는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수십 년 전 K의 초등학교 시절을 떠 올리며 말이다. 어쨌든 어머니는 오셨으니 식사라도 대접하려 K와 그의 어머니, K의 아들은 식당에 들어섰다.

돌아가시는 길! 마중을 가려 하자 K의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너 대신 내가 다녀왔으니 마음 좋게 가지라며 당신께서 K를 위안하고 계셨다. 고민하시고 마음 아파 하셨을 K의 어머님의 지난 며칠간이 눈에 선해지는 순간이었다.

낮술에 취한 K의 기억은 수십 년 전! 초등학교 시절을 되뇌이고 있었다. 30년 전 쯤! 어머니와 K는 초등학교 소풍을 갔었다. 당시에는 마땅한 대중교통이 없으니 걸어야 했고 어머니의 읍소로 K는 부잣집 아이의 차에 실려 소풍 길에 당도했다. 고학년은 산길 정상쯤에 자리를 잡았고 저학년은 입구쯤에 자리를 잡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K는 고학년임에도 입구쯤에서 자리를 펼쳤고 K의 어머니는 선생님의 도시락을 전해야 한다며 정상까지 왕복을 해야 했다. 아무도 모르는 저학년 사이에서 K는 황망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울고 싶었으나 울지 못했다. K의 눈물을 보는 순간 통곡으로 하루를 마감했을 어머님의 모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K와 차를 태어줬던 부자 집 아이, 선생님의 도시락을 챙기기 위해 죄 지은 사람마냥 온 하루를 종종 거려야 했다. 탯줄부터 43년 간 이어온 설움의 단상이었다.

이제 K는 장애라는 낙인을 가지고 어머님과 보냈던 긴 시간을 아이와 보낼 때가 됐다.

입학식을 마친 K의 아들놈은 편히 하루를 마감한 채 잠이 들어 있다. K와 어머님은 각자의 공간에서 지난 수십 년간의 하루와 앞으로 살아내야 할 수십 년의 하루를 술상과 함께 마주하고 있다.

눈물 나는 서러운 밤이다.

칼럼니스트 이상호 (ncpd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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