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푸코의 '광기의 역사'. ⓒ나남

광기(狂氣)의 역사

마로니에 공원에서 탈시설을 외치는 장애인들의 노숙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생활시설이라고 불리지만 정작 ‘생활’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설의 삶에 대한 반성과 저항은, 제기된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현실의 변화는 멀게만 보인다.

자립생활운동이 확산되고 탈시설운동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진출이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단지 정치경제적인 이해관계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사실 국가가 수용시설을 지어 그곳에 장애인을 비롯해 빈자, 정신질환자 등을 몰아넣게 된 계기는 근대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출발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푸코는 그의 두꺼운 책 『광기의 역사』에서 이런 배제와 분리의 과정을 추적한다.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성적, 정상적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가난하고 병들고, 이상한 행동이나 말을 하는 사람 등등을 한데 묶어 사회의 외부로 밀어내는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즉 정상이 먼저 존재한 것이 아니라, ‘비정상’을 만들어냄으로써 비로소 ‘정상’이란 관념이 생겨났다는 말이다. 이러한 비정상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작업 중 하나로 푸코가 주목한 것이 바로 ‘구빈원’의 탄생이었다. 구빈원은 17세기 빈자와 부랑자, 장애인과 광인들을 한 데 모아 수용했던 시설로서 그곳에서 사람들을 교육시키고 거리에서 굶어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그 후 이 공간은 서구 고전주의 시대를 거치며 사람들이 찾아와 광인의 모습을 구경하고 돌아가도록 개방된다. 마치 동물원같이,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광인들의 모습을 ‘관람’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이곳을 방문해 정신질환자, 그리고 장애인 등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자신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리고 동시에, 비정상이 되는 것이 얼마나 공포스럽고 두려운 것인지 체험했다.

과거 ‘광인’으로 분류된 사람들을 노골적으로 공개하고 구경하던 것과는 달리, 현대인들은 시설에 찾아가 장애인들을 구경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고전주의시대의 이러한 시설의 기능은 사실상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정상세계’의 위안

푸코의 지적처럼 정상의 세계는 비정상적 세계라는 상대가 있을 때 비로소 성립한다. 누군가가 “나는 정상이다”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비정상은 무엇이며, 그것이 어디에 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시대에도, 정상세계의 거주민들은 끊임없이 비정상세계의 거주민들을 만나기를 원한다. 그들의 모습, 뒤틀리고 왜곡된 몸, 가난한 신체를 가진 인간들과 마주할 때야말로 “아 나는 참 자유롭고 정상적인 인간이구나. 그러니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정상 세계의 거주민’들에게 적당한 위안을 주기에 장애인의 몸처럼 적절한 것은 없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하지만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존재들을 만나기 원한다. 동물원의 타조나 톰슨가젤 따위는 애초에 인간과 완전히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위안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장애인은 명백한 ‘인간’이다. 그런데 그러한 인간이, 안타깝게도 불완전한 몸을 갖고 태어나 비극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확인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취업은 안 되고, 시험에 계속 낙방하고, 결혼에 실패했지만 장애는 없는 무수히 많은 ‘정상세계의 거주민’들은, 열등감에 쌓였던 자신의 삶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다.

“아 나는 몸 하나만은 건강하구나. 얼마나 다행인가.”

사람들은 대체로 선량한 의도로 장애인시설에 찾아가 봉사를 하고 장애인들의 모습에 눈물을 훔치겠지만, 사실 동정어린 눈물과 따가운 시선은 전혀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분리되고 폐쇠된 '비정상의 세계'가 유지되는 이유는 단지 악덕 시설주와 개념없는 공무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설에 갇힌 장애인들을 끊임없이 원하는 저 '선량한' 정상세계 그 자체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20대 후반의 지체장애인. 태어나서부터 10여 년간 병원생활을 했다. 초등학교 검정고시, 특수학교 중학부, 일반고교를 거쳐 2003년 대학에 진학해 사회학을 전공했고, 2009년부터 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우주와 관련한 서적이나 다큐멘터리, 생물학 서적, 연극, 드라마, 소설 등을 좋아한다. 스스로 섹시한 장애인이라고 공언하고 다니지만 가난하고 까칠한 성격에 별 볼일 없는 외모로 연애시장에서 잘 안 팔린다. 신이나 사람, 어떤 신념에 의존하기보다 인간의 이성을 신뢰하고자 노력중이다. 직설적이고 배려심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화법을 종종 구사해 주변에서 원성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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