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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을 신고, 거침없이 하이킥!

왜 장애인은 자신의 육체를 부정해야만 하는가

날려버리자, 장애인 자유 구속하는 사회의 편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9-04-20 09:15:05
하이힐을 신고 세상에 나가고 싶어요. 에이블포토로 보기 하이힐을 신고 세상에 나가고 싶어요.
어린아이처럼 밝은 피부와 맑은 눈동자, 수줍은 미소를 가진 한 여성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전동휠체어에 온 몸을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제가 담당하고 있는 ‘취업을 위한 장애인 임파워먼트 교육’을 들으러 한 시간 넘게 달려와 준 중증 장애여성이었습니다.

그녀가 저를 보고 처음 건넨 말은 “하루 종일 화장실을 못갔어요. 도와주세요” 였습니다. 저는 당황했습니다. 부끄럽게도 5년여 넘게 장애인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해오면서 중증 장애인과 함께 화장실을 가 본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무늬만 장애인 분야 활동가였던 것이지요. 저는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화장실 안에 들어가 그녀의 볼 일을 너무도 서툴게 도와주었습니다.

끊임없는 미안함과 고마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화장실 가고 싶은데 못가면 머릿속에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경험, 누구나 해 보셨을 겁니다. 그러나 비장애인이 용변이 급해 화장실에 못 간 상황과 장애인이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그녀는 도와줄 사람이 없어 화장실을 못 갔던 것이기 때문 이지요. 화장실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임에 분명합니다.

볼 일을 다 본 그녀는 제게 끊임없이 ‘미안합니다’와 ‘ 고맙습니다’를 반복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미안할 정도로 그녀는 그 말들을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그녀와 저는 거사(?)를 치르고 수업을 들으러, 그리고 수업을 하러 한 공간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날 저의 수업 테마는 왜 장애인에게 취업이 중요한지, 그리고 취업을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상당히 진지하게 들어주었고, 진지하게 들어준 그녀가 저는 너무도 감사했습니다.

하이힐을 신고 세상에 나가고 싶어요

강의를 끝내고 저는 참가자들에게 과제를 하나 내 주었습니다. 일명 ‘To do list 100’, 즉 ‘하고 싶은 일 100’가지를 적어오는 일이었습니다. 이 과제를 낸 이유는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그것을 실현 가능하도록 스스로 방법을 찾아보게 하려는 취지에서였습니다. 그 때 그녀가 제게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하이힐을 신고 어떤 기분인지 느껴보고 싶은데, 그것도 가능할까요”

그녀는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한 번도 하이힐을 신고 걸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질문에 저는 또 한 번 당황했습니다. 큰 키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이힐을 신고 다녔던 제게 하이힐 신기는 전혀 도전과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또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왜 안 되느냐며 다음 시간에 당장 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 제가 하이힐을 준비해 올 테니 신고 어떤 기분인지 한 번 느껴보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녀가 다시 말을 합니다.

“제가 오래전부터 사놓은 하이힐이 있거든요. 제가 가져올게요.”

맙소사. 하이힐을 준비해 놓고도 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세상에 나와 보지 못했던 겁니다. 하이힐을 사놓고 그저 바라만 보았던 것이지요. 그녀가 또 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하이힐을 신고 다니면 저 몸에 무슨 하이힐이냐고 사람들이 마구 욕하지 않을까요? 저도 여자인데 사람들이 욕할까봐 그렇게 못 하고 다니는 게 너무 억울해요”

어이쿠.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던 겁니다. 그래서 제가 또 대답했습니다.

“누가 욕을 해요? 아니 설령 욕을 한다 해도 하이힐을 신는 것이 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나요?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의 감옥에 여러분의 생각을 가둬놓지 마세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육체를 미안해하다

그러자 그녀는 너무도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또 ‘미안합니다’와 ‘고맙습니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녀는 편견 덩어리인 우리 사회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육체를 미안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안해 할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저였습니다. 수년간 장애인 분야의 일을 해왔는데도 저는 장애인의 상황과 마음을 일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피상적으로만 느꼈던 것이지요. 이론에만 치우쳐 있었던 겁니다.

그녀가 저로부터 지식을 전달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가 그녀를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얻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그녀에게 강의를 통해 지식을 전달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가르침이었습니다. 비장애인이 일상적이라고 느끼는 것들을 장애인에게는 일상적인 것으로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사회의 편견이 장애인을 끊임없이 위축되고 자신 없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저는 그녀를 통해 깊이 깨닫게 된 것입니다.

부정적인 시선과 편견의 감옥에서 탈출하기

모델 멜리나 키르헨비츠가 독일 하노버의 GOP 바리테에서 열린 '뷰티스 인 모션'(Beauties in Motion) 결승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이블포토로 보기 모델 멜리나 키르헨비츠가 독일 하노버의 GOP 바리테에서 열린 '뷰티스 인 모션'(Beauties in Motion) 결승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저는 그녀가 하이힐을 신고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편견이라는 감옥에서 과감히 탈출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그녀 스스로 그녀의 육체를 부정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과감히 이 사회에 드러낼 수 있도록 손을 잡아줄 생각입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녀가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요. 그렇지만 저는 희망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독일에서는 휠체어를 탄 여성 모델 콘테스트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라고 못할 것 없지 않겠습니까.

다들 아시겠지만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장애인의 날을 만들어 놓은 것은 그날 하루만 장애인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짜로 무엇인가를 이용하게 만들려고 정해 놓은 날은 분명 아닐 겁니다.

날려버리자, 장애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편견과 시선

장애인의 날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감옥의 틀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날입니다. 장애인이 자기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부정하지 않고 떳떳하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우리 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날인 것입니다.

장애인의 날. 이제 이벤트와 쇼는 정중히 사양합니다. 우리 모두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편견의 감옥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편견과 그릇된 인식이 장애인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순간을 영원처럼 생각하지 않고 진행되었던 지금까지의 모든 쇼들로 인하여 장애인들은 오늘도 치유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그녀가 하이힐을 신고 이 사회의 그릇된 인식과 편견의 틀을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날려버릴 수 있도록 희망했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은 꿈꾸는 자의 것이며, 희망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꿈은 현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칼럼니스트 최김린 (film77@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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