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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단체, ‘너희들만의 리그’?

보수화되고 관료화된 장애인 단체 모습은 이제 그만

장애대중의 억압되고 불평등한 현실 개선에 주력하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9-01-20 09:46:29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지난 8일 장소를 달리해 각각 신년인사회를 개최했다. 좌측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우측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지난 8일 장소를 달리해 각각 신년인사회를 개최했다. 좌측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우측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에이블뉴스
올해도 변함없이 장애인계를 대표하는 두 단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는 따로 신년하례회를 가졌다. 그것도 동일한 날짜인 1월 8일에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여 서로 경쟁하듯이 행사를 치렀다. 장애인 권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두 단체가 통합되어 한 목소리를 내면 훨씬 더 큰 힘이 발휘되련만 여전히 따로 국밥처럼 보였다.

얼마 전 정부 관료와 몇 몇 장애인 학계사람들과 우연찮게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장애인 단체의 분리된 모습이 장애인 복지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 중 정부의 한 인사는 올해도 두 장애인 단체가 어김없이 신년하례회를 따로 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가끔은 장애인 단체들이 전체 장애인을 위한다기 보다는 자기 단체 존립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요 사안을 두고 정부를 향해 한 목소리를 내도 부족한 판에 정부 관계 인사마저 장애인계 분열을 피부로 느끼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였다.

구심점 없는 장애인 단체, 모래알처럼 흩어진 목소리

지금 장애인계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크게 장총과 장총련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사실 장애인계에 내로라하는 단체는 수도 없이 많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장애인은 다른 어떤 소수자 집단보다도 많은 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문제는 구심점이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정작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 모래알처럼 흩어져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때문에 밖에서 장애인계를 볼 때는 지리멸렬에 오합지졸처럼 보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가. 문제는 장애인 단체가 단체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 인사마저 장애인 단체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이 상황을 장애인계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장애인 단체의 관료화된 모습에 장애인 단체 정체성 잃어

물론 통합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의 장애인 단체는 각종 이권사업의 획득과 정부의 지원금에 목을 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체 장애 대중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직의 존립과 상층부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관료화된 모습이 지금의 장애인 단체의 모습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말이다. 때문에 장애인 단체는 장애 대중의 희망이 되지 못하고, 정부 관료에게는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에서 제비는 전령사 역할을 한다. 여기서 전령사란 서로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매개체와 같다. 제비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내용을 왕자에게 진실되게 얘기해준다. 그 세계를 전혀 알지 못했던 왕자는 제비를 통해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지금 장애인계는 이런 전령사 역할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정부와 장애 대중을 잊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할 이들은 바로 장애인 단체이다. 사실 장애를 겪어 보지 않으면 장애인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설움과 고통을 이해할 수가 없다.

사회는 점점 양극화되어 가고 있다. 양극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서로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소통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며, 서로 다른 세계 속에 살아가면서 나눔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장애인 단체 존립의 근거를 다시 생각해 보라

장애인 복지의 기본 이념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통하여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별되는 사회는 통합된 사회가 절대 될 수 없다. 정부와 비정부, 장애와 비장애 이렇게 단절되어 있는 우리 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장애인 단체는 일관되고 통일된 모습으로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격렬하게 해주어야만 한다.

장애인 단체의 존립의 근거는 장애 대중이 처해 있는 억압적이고 불평등한 현실을 바꾸어 내는 것이다. 장애인 단체가 보수화되고, 관료화되어 조직 존립을 위한 단체가 되어서는 장애 대중에게는 물론, 정부에게도 외면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 사회의 장애인 단체는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 장애 대중에게 외면을 당하는 장애인 단체는 존립의 이유가 없다. 장애인 단체는 장애 대중과 정부로부터 ‘너희들만의 리그’로 비춰져서는 곤란하다.

이제는 권위적이고 보수화된 모습에서 탈피해 장애 대중과 함께하는 '우리들의 리그’로 전환하려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우리 사회 모든 장애인 단체는 무엇이 진정 장애 대중을 위한 것인지 겸허하게 성찰하고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최김린 (film77@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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