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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사도를 꿈꾸며

지체장애 3급 최정철씨의 삶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12-12 16:52:55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아름답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프랑스의 시인 탈레랑의 커피 예찬이다. 한 잔의 커피 속에는 멋과 낭만과 그리고 고독이 서려있어 커피 맛을 본 사람들은 쉽사리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한다.

바흐의 ‘커피칸타타’는 커피에 중독 된 딸과 이를 말리는 아버지의 이야기인데 딸 리센은 커피를 하루에 세 번 이상 마시지 못하면 죽을 것 같다면서 커피는 키스보다 더 달콤하고 포도주보다 더 부드럽다고 했다. 아버지가 커피 대신 신랑감을 구해주겠다고 하자 딸은 그러마고 약속했지만 커피마시는 것을 허락하는 남자여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피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 보다 더한 중독이라면 어찌해야 할까.

눈을 지긋이 감고 있는 최정철씨.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눈을 지긋이 감고 있는 최정철씨. ⓒ이복남
최정철(55)씨는 전남 나주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정미소를 하고 있어 창고에는 언제나 쌀가마니가 가득했고 집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첫돌 무렵 소아마비가 그를 덮쳤다. 어머니는 쌀 보따리에 돈을 싸들고 용하다는 의원을 찾아 전국 방방곳곳을 누볐으나 그의 다리는 고치지 못했고 겨우 목숨만을 건질 수 있었다.

출생신고를 했는지 안했는지 그가 10살 때 두 살 아래 동생과 같이 나주국민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호적은 동생과 같은 55년생이었다. 처음에는 업혀서 학교를 다니다가 3학년 무렵부터 왼쪽 무릎을 손으로 짚고 다녔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짤래바리(전라도 말)라고 놀리고 달아나면 그는 쫓아갈 수가 없어서 속으로만 이를 갈았다.

글을 배우면서 만화에 심취했다. 박기당 김종래 유세종 등의 만화를 보면 악당에게 부모를 잃고 복수의 두 주먹을 불끈 쥐면 산신령이나 도사가 나타나 비법을 가르쳐 주고 2~3년 열심히 수련한 후 통쾌하게 부모님의 원수를 갚는 이야기가 많았다.

“맨날 짤래바리라고 놀림이나 받는 내가 무엇을 하겠나. 나도 산속에 들어가 무술이나 배워서 나를 놀리는 놈들에게 복수를 해야지.”

친구 한 놈을 꼬여서 근처 산으로 들어갔다. 땅굴을 파서 원두막 하나를 지어놓고 폭포수 아래서 냉수마찰을 하면서, 목검 하나를 가지고 맹연습을 하였다. 한쪽 다리로 깨금발을 뛰면서도 산과 계곡을 오르내리며 체력을 단련했고 보리타작 고구마 캐기 등 산지기의 농사도 거들었다. 열심히 체력을 단련하고 무술을 익히다 보면 하늘에서 뽕하고 산신령이 나타날 줄 알았단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산신령이나 도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게 아니구나.”

3년 만에 산 생활을 접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산신령은 못 만났지만 비실비실 하던 허약한 신체는 돌처럼 단단하게 단련이 되어 돌아왔다.

중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은 하나 둘 직장을 찾아 고향을 떠났다. 서울로 간 친구들이 명절이 되어 돌아오면 자신도 좀 데려가 달라고 애원을 했다. 창고에 쌀가마니가 가득했지만 한 가마니라도 들어내면 표시가 나므로 대나무 대롱으로 쌀가마니를 찔러서 조금씩 쌀을 퍼내 돈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술사고 빵사고 온갖 뇌물을 다 바쳤다. 친구들은 철썩 같이 약속을 해 놓고도 아무도 그를 불러주지 않았다.

“니가 그런 몸으로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하겠느냐. 친구들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직접 서울로 가 보기로 했다. 어머니 장농에서 15만원을 훔쳐 배에다 묶고 차고 서울행 기차를 탔다. 4월초였는데 새벽에 서울역에 내리니 바람이 찼다. 어떤 아줌마가 다가오더니 “총각 따뜻한 온돌방 있으니 자고 가세요.” 하면서 팔을 잡아끌었다. 아줌마를 따라 간 곳이 나중에 알고 보니 양동이었다.

숙박비 100원을 치르느라 배에서 돈 보따리를 끄르는 것을 보고 아줌마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쁜 아가씨 있는데 연애 한번 안 할래요.” 시골에서는 구경도 못해 본 선녀같이 예쁜 아가씨였다. “자기야 나랑 살자” 아가씨는 온갖 아양을 다 떨었다. “순진하게도 정말 장가가는 줄 알았다니까요.”

날마다 먹고 마시고 예쁜 아가씨들과 뒹구는 꿈결 같은 시간도 한 달 만에 끝이 났다. 그의 돈 보따리가 바닥이 난 것이다. 빈털터리로 쫓겨났다. 갈 데가 없었다. 남산으로 올라갔다. 남산 풀숲에서 신문지로 며칠 밤을 새웠다. 아베크족이 뻥튀기를 먹으며 걸어가는데 그 뻥튀기가 어찌나 먹고 싶은지 좀 얻어먹으려고 절뚝이며 뒤따라갔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최정철씨 이야기는 2편에 계속.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이복남 (gktk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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