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레 머리를 하고서. 영락없이 여자라 한다. ⓒ최석윤

짧은 이야기 두 개

동네 병원에서

입원하고서 벼락같이 검사를 마치고 집에 와서는 감기에 걸렸다. 재채기를 할 때 마다 주먹만큼의 코가 주르륵 흘러내리는데 이놈이 소매로 쓰~윽 닦아낸다. 옷이 풀을 먹인 것처럼 빳빳해져 있다.

하루를 버텨보고 결정을 하려는데 아침에 나갔던 녀석이 오후에 집에 돌아와서는 코맹맹이 소리가 심해지고, 신경질도 더 많아져 있다. 냉큼 병원에 가는 것이 상책이라 여겨 부리나케 집을 나선다.

병원에 들어서니 완전 바글바글하다. 환절기가 오기는 온 모양이다. 아이들에 어른들에 정신이 하나 없는데 이놈이 덩달아 북새통을 이룬다.

얼굴이 벌게지고, 코로 숨을 못 쉬니 저도 답답한지 짜증만 부려댄다.

병원 문이 닳도록 들락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차례가 와 진료를 받고 계산을 하려는데 간호사가 호명을 한다.

“최한빛, 생년월일 좀 알려주세요.”

얼른 대답을 하고서 줄을 서 있는데 뭐가 자꾸 틀리다고 하면서 컴퓨터가 뚫어지게 바라본다.

“문제가 있나요? 동명이인이라도?”

“아니요. 주민등록번호가……. 남자로 나와서…….”

“남자 맞습니다.”

질끈 묶어 놓은 헤어스타일로 인해 여자인줄 알았던 모양이다.

“여잔 줄 알았어요. 어쩐지 이상하더라.”

그렇게 한 번 웃고 병원을 나서며 우리끼리 또 한바탕 웃음이다.

학교에서

시월 막바지라 그런지 기온차가 심해 한빛이는 내복을 일찍 입었다.

감기에 걸리면 아주 난리가 나는 통에 내복을 일찍 입고, 늦게 벗는데 올해는 더위가 늦게까지 이어져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낮에 좀 더운 모양이다.

한 날은 알림장을 보니 ‘계절에 맞게 옷을 입고 다닙시다’라고 적혀 있다.

알림장을 보고 그냥 넘기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또 그냥 못 넘어간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알림장 이야기를 했다.

“한빛이는 계절에 맞게 옷을 입은 겁니다.”

“네?”

뜬금없는 소리라는 듯 한 표정이다. 도움 반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원반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것이 바로 드러난다. 보조원선생님에게 하소연 하듯이 다시 말을 전한다.

“한빛이는 감기 걸리면 몸 안의 세균수치가 높아져서 내복을 일찍 입고 늦게 벗습니다.”

“지금 입고 있는 것이 계절에 맞게 입은 거라 전해주세요.”

특수교사는 “오늘처럼 추운 날에는 내복 입어야 한다”며 한 마디 거들고 만다.

내복 입는 것까지 이래야 되나 싶어 오기를 부려볼까 하다가 너무 나대는 것 같아 여기서 그만한다.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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