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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현관 열쇠를 가지고 있습니까?

'인사이드 아임 댄싱'을 보며 자립생활을 생각하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11-04 09:57:00
세상 어떤 영화와도 달랐던 영화 '인사이드 아임 댄싱'. ⓒwww.amazon.co.uk 에이블포토로 보기 세상 어떤 영화와도 달랐던 영화 '인사이드 아임 댄싱'. ⓒwww.amazon.co.uk
2000년도 이후로 이동권투쟁을 비롯해 여러 투쟁의 결과로 장애인의 삶의 질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우리나라 중증장애인의 삶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골방에 박혀 가족들만의 짐으로 살아가는 것, 혹은 시설에서 수용 시설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

장애인의 삶을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 표현에 대해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건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리고 나와 같은 처지의 수많은 중증장애인들은 비록 지금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자신들이 그리될 지도 모른다는 것을 공감할 것이다.

장애인들의 수용시설은 비장애인들이 노후에 찾는 요양원과는 다르다. ⓒwww.amazon.co.uk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들의 수용시설은 비장애인들이 노후에 찾는 요양원과는 다르다. ⓒwww.amazon.co.uk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의 수용시설을 마치 많은 이들이 노후에 선택하는 요양원과 비슷한 곳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비장애인들에게는 비장애인들의 처지에 맞게 설명해야할 것같아 내가 자주 드는 예가 있다.

몇 년 전, 수용시설의 비리문제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을 때, 어느 비장애인 기자가 자립센터 소장님에게 물었다. “그래도 군대 가는 것보다 더 힘이 들기야 하겠습니까?”일순간 정적이 흘렀고 그 자리에 있던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기가 막혀 했다.

비장애인들이 자유를 구속당하는 대표적인 곳은 군대다. 사진은 군대이야기를 다룬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한 장면. ⓒ(주)청어람 에이블포토로 보기 비장애인들이 자유를 구속당하는 대표적인 곳은 군대다. 사진은 군대이야기를 다룬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한 장면. ⓒ(주)청어람
그렇다! 비장애인들이 자유를 구속당하는 대표적인 곳은 군대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시설은 비장애인들의 군대보다 더한 곳이다. 다른 문제들은 다 접어둔다해도 군대는 적어도 제대하는 날짜를 손꼽으며 2년만 버티면 된다. 그런데도 젋은이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군대를 가지 않으려 노력한다. 단 2년만이면 벗어날 그 곳을 그렇게도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시설은 죽기 전까지는 벗어날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도 장애인들은 그곳에 있을 수밖에 없다.

언어장애 때문에 마이클은 외로운 섬처럼 놓여있을 뿐이다. ⓒwww.amazon.co.uk 에이블포토로 보기 언어장애 때문에 마이클은 외로운 섬처럼 놓여있을 뿐이다. ⓒwww.amazon.co.uk
'인사이드 아임 댄싱'은 시설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선진국이라고 하는 영국의 장애인들도 우리나라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수용시설에서 무료하게 TV시청을 하는 중증 장애인들. 그리고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마이클. 하지만 언어장애가 있는 마이클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 하나 없고, 그래서 마이클은 말할 기회 조차 얻지 못한 채 알파벳을 조합해 소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간단한 소통을 하는 데도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한다. 동료들에게도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이클의 존재감은 지극히 미약하다.

당신은 현관 열쇠를 가지고 있는가? ⓒwww.amazon.co.uk 에이블포토로 보기 당신은 현관 열쇠를 가지고 있는가? ⓒwww.amazon.co.uk
그러던 어느 날, 마이클이 살고 있는 수용시설에 로리라는 근육장애 동료가 들어온다. 로리는 첫날, 가족처럼 지내자는 시설장의 소리를 듣고 “저도 현관 열쇠를 가질 수 있나요?”라고 물어본다. 이 장난스럽고 짧은 말은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있다.

당신도 생각해보아라! 당신 가족 중에 현관열쇠가 없는 사람이 있는지를. 내 생각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 그리고 강아지 정도(강아지를 가족에 포함하지 않는다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이다.

난 중중장애를 가진 당사자다. 그래서 비장애인으로 살아본 적이 없으므로 비장애인의 일반적인 시각으로 세상(영화)을 볼 수는 없다.

본론으로 돌아와 장애인들의 수용시설에서의 위치는 더도 덜도 아닌 영화가 보여 주는 그 위치인 듯하다.

수용시설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로리의 숙명이 아니다! ⓒwww.amazon.co.uk 에이블포토로 보기 수용시설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로리의 숙명이 아니다! ⓒwww.amazon.co.uk
로리는 끊임없이 투쟁한다.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도 없고 마음에 들지 않는 방과 의지와는 무관하게 짜여진 일상들이 바로 로리가 싸워야할 대상이다. 수용시설의 생활을 운명으로 생각하는 다른 생활인들과는 로리는 살아있는 인격체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 하지만 수용시설의 직원들에게 그 모든 행위는 골칫거리로 여겨질 뿐이다.

존재감을 알리려는 로리의 행위를 시설종사자들은 골칫거리로 여긴다. ⓒwww.amazon.co.uk 에이블포토로 보기 존재감을 알리려는 로리의 행위를 시설종사자들은 골칫거리로 여긴다. ⓒwww.amazon.co.uk
마이클은 로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낯설게 느끼면서도 시설 내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말을 귀담아주고 알아듣는 로리를 좋아하게 된다. 로리 또한 한 번도 시설에 찾아오지 않는 부모를 둔 마이클의 처지를 알게 되면서 함께 자립을 꿈꿀 파트너로 마이클을 선택한다. 그렇게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는 못하지만 자식의 생각과 행동을 지지하는 로리의 아버지와, 부와 명예, 권력을 가졌지만 자식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마이클의 부모는 양 극단의 차이를 보여준다.

결국 로리와 마이클은 독립을 한다. 자립생활을 위한 인터뷰를 하고 모자라는 돈은 마이클의 아버지를 찾아가 당당하게 요구하기도 하고 또 면접을 통해 활동보조인을 뽑기도 하면서 둘은 독립에 필요한 문제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순응적인 마이클은 소통을 이유로 로리와 단짝이 된다. ⓒwww.amazon.co.uk 에이블포토로 보기 순응적인 마이클은 소통을 이유로 로리와 단짝이 된다. ⓒwww.amazon.co.uk
여기에 로맨스가 고명처럼 얹혀진다. 신체적 접촉이 있는 활동보조는 동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좀 다르게 로리와 마이클은 첫눈에 반한 쉬본을 활동보조인으로 고용한다. 로리와 마이클 둘 다 그녀를 마음에 담는 듯 하지만 냉철하게 마음을 닫아버린 로리와 달리 마이클은 그녀에게 고백을 한다.

겉으론 강해보이지만 생각이 먼저 앞서 사랑한다고 말도 못해보고 마음을 접은 로리가 내 모습 같아 안쓰러워 보였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마이클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러나 마이클 역시 실연의 상처로 괴로워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오지만 기쁨으로 빛나는 것만은 아니다. ⓒwww.amazon.co.uk 에이블포토로 보기 사랑이라는 감정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오지만 기쁨으로 빛나는 것만은 아니다. ⓒwww.amazon.co.uk
이 지점에서 문득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중증장애를 가진 장애 남성이 금발에 어여쁜 비장애여성을 활동보조로 선택하는 것처럼 장애여성들이 멋지고 잘생긴 비장애남성을 활동보조인으로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영화는 이렇게 다양한 상상을 펼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중증장애인의 삶과 감수성을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제껏 봐왔던 어떤 영화와도 다르게 장애의 특성과 장애현실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다양한 상상을 펼칠 수 있게 해준 영화 '인사이드 아임 댄싱'. ⓒwww.amazon.co.uk 에이블포토로 보기 다양한 상상을 펼칠 수 있게 해준 영화 '인사이드 아임 댄싱'. ⓒwww.amazon.co.uk
*제2기 장애인영화 칼럼니스트교실 수강생들의 시선을 에이블뉴스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필자들의 양해 하에 싣습니다. '인사이드 아임 댄싱'은 이전에 권혁철씨가 ‘장애인문화향유권’의 관점에서 쓴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의 시선으로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영화라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이 글을 쓰신 김주영씨는 뇌병변 1급 장애여성 활동가이며 현재 광주한마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김주영 (docurm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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