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E의 포스터. ⓒDISNEY/PIXAR

700년 후를 인간이 예상할 수 있을까? 바로 내일도 예상하지 못한다. 아니 1분 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미래를 예상하기도 한다. 그들은 누구나 언제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그 예상을 반영한 영화다. 700년 후의 인간의 모습을 영화 속에 등장시킨다. 물론 주인공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수의 조연이 인간이며 주인공들이 빛나는데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풀한포기를 얻은 후 우주선을 기다리는 월·E와 이브의 모습. ⓒDISNEY/PIXAR

이 영화는 '월·E'라는 영화다. 지구에 혼자 남게 된 월·E(WALL-E: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는 지구 폐기물 수거-처리용 로봇이다. 매일 똑같은 일과를 보내던 중 우연히 탐사로봇 이브를 만나게 된다. 만나는 순간 묘한 감정을 느끼고 그에게 접근한다. 결국 그를 따라 우주로 날아가고 풀 한 포기를 거대 우주선 엑시엄에 가져간다. 선장에게 보여주고 지구로 귀환하려 하는데 이것을 우주선 컴퓨터가 막으려 하면서 이들의 싸움이 한판 벌어진다.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들이 지구를 떠나 엑시엄이라는 거대우주선에서 생활하는 모습이다. 누구도 70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보지 못했는데, 그걸 이 영화를 제작한 픽사는 보여주고 있다.

정해진 프로그램에 의해 의자에 누운 채로 하루를 보내는 인간의 모습, 잠깐 그 의자에서 떨어지면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리는 짧고 뚱뚱하며 몸은 비대해져 모두가 서로 똑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다. 모든 것들이 자동화되어 편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에게서도 능동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실제 우주과학자들의 고민은 우주비행사들이 우주공간에서 장기간 무중력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운동은 부족하고 뼈는 퇴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지방이 축적되고 몸무게가 늘어나고 비만해질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영화 속 인간의 모습처럼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하루 종일 의자에 누운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인간이 로봇처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살고 로봇은 그러한 인간들과는 상관없이 수리센터로 보내지더라도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과학의 발달이 아주 무서운 공포가 될 수 있는 경고를 보낸다.

반면 지금의 중증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선장이 잠에서 깨면 가만히 있어도 모든 걸 로봇들이 도와준다. 중증장애인에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들을 700년 후에는 모든 인간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선장을 일으켜 세워주고, 일하는 장소까지 이동시켜준다. 과학의 발달로 인해 장애인들조차 아무도 불편하지 않은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구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애완용 바퀴벌레와 월·E의 모습. ⓒDISNEY/PIXAR

결국 두 가지 미래에 대한 예상을 통해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상상해야 하는가를 고민해본다. 과학이 희망을 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큰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과학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학의 목적이다. 과도한 욕심으로 인해 모두가 망하는 것보다 모든 인간이 최소한 불편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정도의 행복만을 추구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지 않고 밝을 것이라고 믿는다. 과학의 목적이 경제적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전혀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위해서여야 한다. 이 영화를 통해서 700년 후의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보고 앞으로 자신의 삶을 계획한다.

‘유토피아’는 2007년 장애인영화 전문칼럼니스트 강좌 수료생들의 모임입니다. 저희들은 영화를 사랑하고 장애현실을 살아가는 눈과 감수성으로 세상의 모든 영화들을 읽어내려고 합니다. 저희들은 육체의 장애가 영혼의 상처로 이어지지 않는 세상, 장애 때문에 가난해지지 않는 세상, 차이와 다름이 인정되는 세상, 바로 그런 세상이 담긴 영화를 기다립니다. 우리들의 유토피아를 위해 이제 영화읽기를 시작합니다. 有.討.皮.我. 당신(皮)과 나(我) 사이에 존재할(有) 새로운 이야기(討)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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