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구약 성경의 한 편. 여덟 장으로 된 문답 체의 노래로, 남녀 간의 애달픈 사랑을 찬양한 노래이다. 저자는 솔로몬으로 추측되나 확실하지 않다.

현일이 형은 장애인이었다. 그는 학교를 떠나 지역에서도 내로라하는 이론가였다. 그에게 학습을 받았던 후배들은 학생회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비공개 학습조직까지 그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었다. 은영에 대한 연정의 결말이 혹독한 비판에 직면할 것을 뻔히 알고 있었음에도 현일이형은 그 끝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늦은 시간 도서관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현일이형은 시장기를 속이고자 함바 집을 들렀다. 그 곳에서는 은영과 홍수는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내심 존심이 상했던 은영은 홍수, 이놈하고 친해지고 말리라 결심(?)을 했으니 무던히도 홍수를 따라다녔다. 그동안은 말 한자리 보태지 못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야! 너는 왜 다른 사람하고 나를 달리 대하냐!”

“야! 그냥 술 처먹어라. 우라질 년아! 너 때문에 깨진 대가리, 아직 아물지도 않았다.”

“그래서 병원 가자 했잔냐!”

“병원은 무슨! 술이나 사고 조용히 앉아 있어라! 싫으면 집에 가고.”

자리를 찾아온 현일이형은 둘을 따뜻이 보듬었다. 대충 운동에 목맨 사람인 줄은 알고 있었으니 오해(?)를 받고 있었던 현일이형은 생각과는 달리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니 비범한 사람이었다. 간곡한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밤새 셋은 나누었다. 당시 이철규 열사의 의문사가 학원을 휩싸고 있었고 학원은 민주화기금 모금 운동이 들끓고 있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수천만 원이 모이고 정부에 항의하는 단식에 동참하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고 2때 열사가 맞이했던 80년 광주의 일을 현일이형은 담담히 전해주었다. 농성장에 자원봉사를 모으고 있으니 같이 할 수 있겠냐 하여 은영은 흔쾌히 그리 하겠다 했다.

무뚝뚝한 것만이 홍수에게는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이었다. 누군가는 애국의 길이니 뭐니 하며 운동을 하고 누군가는 졸업과 안위를 위해 떠도는 학원에서 홍수는 도무지 길을 찾지 못하고 술잔만 기울였다.

은영과 현일이형은 날이 갈수록 친해졌다. 현일이형은 외로웠다. 장애인이니 짱돌을 들지 못했고 유일한 방법이라고는 공부 열심히 해서 후배들 가르치는 일이라고 했다. 농활을 비롯한 현장 활동을 나가지 못했던 현일이형은 내심 학우들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집회가 끝나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거리를 그 불편한 걸음으로 리어카를 끌며 청소를 도맡았다. 거리는 돌 조각, 최루탄 가루 등이 어지러이 치열한 집회의 흔적을 대신하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리어카의 뒤에는 은영이 따르고 있었다. 바쁜 일정 덕에 밥을 챙기지 못했던 현일이형에게 은영은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다. 시간의 문제일 뿐 은영도 현일이형에 대한 애기를 홍수에게 나누었다.

“어찌 생각 하냐?”

“니 맘대로 해라!”

“잔정은 눈곱만치도 없어요!”

“같은 장애인인데 둘은 왜 이리 다르냐!”

“거기에 장애인은 왜 나오나?”

“둘 다 남자고 장애인인데 어찌 사람이 그리 다르냐는 거다.”

은영은 불안한 미래를 예견하며 속울음을 내고 있었다. 알고 있지만 몰라야 했던 홍수는 그저 술잔만 기울였다.

장애운동을 한다는 것은 유전적으로 무척 훌륭한 DNA가 없다면 기실 불가능한 것이다. 자본주의는 항상 화려함을 강점으로 한다. 재벌을 비난하지만 재벌에 편입되고 싶은 욕망과 일치한다. 물론 loser(루저: 패배자, 손해 보는 사람)가 재벌로 편입되는 일은 통계학적으로 잡히지 않을 만큼 불가능하다. 자본의 입장에서 천박하거나 가난한 것은 화려한 조명아래 어두운 그늘이 된다. 물론 그것을 들여다보거나 살펴보려하는 용기를 가진 이는 드물다. 주위를 살펴 볼 만큼의 여유는 자본의 입장에서 허락되지 않는다. 하루하루 링거를 꽂은 채 연명치료를 하는 모양새로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이후로 대한민국은 늘 울고 있다. 마치 타이게투스산(고대 스파르타인 들이 불구자 혹은 원치 않은 아이들을 버렸던 산의 이름)에 울려 퍼졌던 통곡처럼, 누군가는 타이게투스산에 울렸던 통곡을 대신해야 하지 않을까? 헛소리를 넘어서는 수준에서 통곡을 대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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