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교육감 개인이 볼 때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라는 단체는 눈에 차지도 않을 것이다. 지위로 보나, 사회적인 명성으로 보나 어디 감히 교육감과 드잡이를 하려드는 집단과 비교가 될 것인가. 하지만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와의 악연(?)으로 인해 두 해 걸러 한 번은 농성으로 마주하는 관계가 만들어 지면서 좋든, 싫든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됐다.

2004년, 2006년, 그리고 올 해. 서울의 특수교육의 열악함을 해소해 달라는 민원을 발생시키는 장본인이 어찌 보면 공정택교육감이라 할 수 있겠고, 개인적인 청원으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으니 우르르 떼로 몰려가 아우성치는 것이다.

이번에도 6개 항의 약속을 했다. 약속을 하는 날 무슨 바쁜 일이 있어 도둑고양이처럼 살그머니 교육청을 빠져나가 부모들의 원성을 한 몸에 받았으니, 높으신 양반이 보일 모습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모든 서류에 직접 결제서명을 했으니 각 항목의 필요성은 인정한 셈이다. 그 약속을 어떻게 지켜갈지 지켜보겠지만 여전히 특수교육에 대한 교육청과 교육감의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툭하면 몰려와 아우성치지 말고 언제라도 와서 이야기 하면 들어준다고 말은 참기름 바른 것처럼 번들거리게 하지만 언제라도 찾아가면 문전박대를 해대고서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그 입을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참고 또 참으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자랑을 들어가면서 웃음을 보여주어야 하는 마음도 그리 편한 것은 아니다.

이전의 두 번의 농성으로 작은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변화에 만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눈에 드러나는 작은 변화를 가지고 생색을 내는 저들을 보면서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한데 여기서 그만인가 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해도 마찬가지다. 약속은 등 떠밀려 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다 지켜 갈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 단지 시끄러우니 도장 찍어주고 모른 척 넘어가자는 속셈도 분명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특수학교 신설, 증설의 문제는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수많은 장애학생들이 힘들게 배움을 갈구하고 있지만 좁아터진 공간에 짐짝취급을 받으면서 지내고 있으며 과밀학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초 과밀의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또한 특수학교의 수가 적다보니 학생들의 이동거리는 평균 1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으며 수준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없고, 직업을 가지기 위한 과정은 엄두도 내기 힘들다.

또한 일반학교의 특수학급도 마찬가지다. 과밀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고등학교 특수학급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공립학교보다 사립학교의 비율이 높지만 사립학교에서는 특수학급을 만들면 학교에 무슨 난리가 나는지 특수학급의 ‘특’자도 꺼내지 못하게 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갈 곳이 없고, 현재 중학교 2학년의 아이들이 졸업을 할 때가 되면 심각한 현상이 벌어지게 될 판이다.

그렇지만 교육청은 사립재단의 경우 답이 없다고 뒷짐만 지고, 부모들이 알아서 고발을 하든, 말든 하라지만 ‘신일고등학교’의 경우 인권위에서 특수학급 설치 권고가 나왔어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어 재학 중인 학생들이 교육권과, 학습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일고등학교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밀리면 이제 모든 사립학교들이 본보기로 삼으며 온갖 핑계를 ‘신일고’에 맞추려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게 되면 장애학생들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진학을 위한 대기를 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게 될 것이고, 그 고통은 가족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한 가정을 고통의 나락으로 밀어 넣는 일이며 한 개인의 기본권을 교육행정기관이 나서서 짓밟는 행위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신일고등학교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문제는 교육청과 공정택교육감이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일이다. 교육감의 의지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나머지 사항들도 중요성을 본다면 순위를 가릴 수 없지만 당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이 사립학교에 특수학급을 만드는 일과 특수학교의 수를 늘려 모든 아이들이 편안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도 일반 학부모들처럼 가만히 앉아 있어도 알아서 이것저것 챙겨주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다. 어디 일반학부모들이 교육청 앞에 천막을 치고 야단을 부리면서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하던가?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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