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아이의 부모로 산다는 것' 책 표지.ⓒ한울림스페셜

대부분의 청각장애 아동은 들을 수 있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다. 들리지 않는 세계를 잘 모르는 부모가 아이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언어나 의사소통 방식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부모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까?’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대다수인 세상에서 아이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어떤 선택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길일까?’

신간 ‘청각장애 아이의 부모로 산다는 것’은 만화가이자 미술교사인 아빠가 청각장애 아들을 키우며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일화를 담은 자전적 그래픽노블이다.

이 책의 주인공 그레고리 마이외와 그의 아내 나데즈는 둘 다 교사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쌍둥이 아들들이 장애 진단(샤를은 선천성 갈락토오스현증, 트리스탕은 청각장애)을 받으면서 깊은 혼란에 빠진다.

이 부부가 마주한 현실은 냉정하기만 하다. 아이의 장애를 온전히 수용하기까지 혼란과 의문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부모의 상황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기보다는 매뉴얼대로 대응하는 전문가의 의료진, 장애아와 그 가족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수많은 행정 절차를 더 우선시하는 관계 당국.

일과 육아는 물론이고 아이들의 병원 일정까지 감당해야 하는 장애아 부모의 사정을 배려하지 않는 직장, 심지어 장애·비장애 아동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교육 기관까지.

아이가 태어나 학교에 입학해 초등학교 4학년에 이르기까지 저자와 그의 아내가 겪은 일련의 과정은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가 맞닥뜨리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청각장애 아이를 둔 부모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문제들, 특히 ‘수화냐 구화냐’와 같은 언어 선택의 문제,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와 같은 민감한 사안, 그리고 아이의 학교 입학을 전후로 당면하게 되는 문제를 솔직하게 다뤄 같은 처지에 있는 부모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장애아도 비장애아와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학교에 맞서 마침내 통합교육을 이루어내고, 첼로를 배우고 싶어 하는 아들을 지원해 드디어 아들의 첼로 공연을 관람하기에 이르는 일화들은 장애 자녀에게 비장애 아이들과 똑같은 가능성과 기회를 열어주고 싶어 하는 부모들에게, 그리고 아이의 성장 단계 단계마다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참고해볼 만한 의미 있는 지침을 제공해줄 것이다.

<저자 그레고리 마이외‧오드레 레비트르, 옮긴이 김현아, 출판사 한울림스페셜, 192쪽, 가격 1만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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