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석류실에서 에이블뉴스 칼럼진 4명을 모시고 좌담회를 가졌다. <에이블뉴스>

'모든 길을 인터넷으로 통한다.'

이 말처럼 인터넷은 생활의 일부가 됐고, 인터넷 활용을 통해서 장애가 경감되기도 하고 장애라는 장벽이 무너져버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인터넷의 위력은 다시 확인되기도 했다.

현재 장애인 복지관련 단체나 기관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가 하면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실시하기도 한다. 에이블뉴스는 올해 장애인의 날을 맞아 이계윤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 박경석 노들장애인야간학교장, 이광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연구회장, 박종태 장애인권익지킴이 활동가 등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 4명을 초빙해 '장애인과 인터넷'을 주제로 12일 프레스센터 19층 석류실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백종환 국장: 참석자들의 인터넷 활용도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또 그 효과성이 어느 정도나 됩니까?

이광원 회장: 저는 인터넷을 많이 활용하는 편인데 사회복지나 장애인 관련된 정보를 이용하는데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복지관련의 오프라인 신문들은 대부분 주간지여서 보려면 일주일을 기다려야하고 또 신문을 보다가 다른 일정이 있으면 또 제쳐두고 못 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온라인 신문은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수시로 볼 수 있어서 그런 면에서 정보를 찾는데 많이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온라인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260여명의 온라인 회원과 정보도 공유하고 있는데 가장 좋은 점은 일괄메일을 발송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체메일 발송을 통해 한번에 쉽게 정보를 보낼 수 있어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또 하나 좋은 점은 정보 제공은 물론 자료를 손쉽게 업로드·다운로드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프라인과는 달리 온라인은 자료를 파일화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좋습니다.

이계윤 회장: 저는 인터넷을 통해 글을 자주 기고하다 보니 균형 있는 관점과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쓸 때 논리적이고 가능한 구체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쓰려고 애를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의식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좋지만 그것에 대해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인터넷 동호회 자료실에 강의교재를 올리고 이것을 시디로 구워서 책 대신 활용하기도 해 서로 시간 절약도 되고 자료를 공유하게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박경석 교장: 저는 이동권연대 투쟁활동을 주로 하다보니 주로 이동권 관련 홈페이지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를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통의 공간'과 '기록의 공간'으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 박경석 교장
이동권연대나 노들야학에 대한 활동이 모두 기록화 되고 그 기록이 나중엔 투쟁의 역사로 만들어 질 것입니다. 예전 8~90년대 자료를 찾으려면 힘들지 않습니까. 시간이 오래 지나 왜곡될 수도 있고 객관적이기 어려운데 이런 온라인상의 기록들은 나중에 역사를 만드는데 큰 활용이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많이 활용하는 것은 후원모집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투쟁의 모든 재정이 홈페이지를 통해 모금될 정도로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터넷의 활용을 통해 적어도 사회적인 큰 여론들은 만들 순 없어도 같은 계통의 단체에 운동방향을 제시하고 서로 정보공유를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장애운동이 파급력을 많이 갖고 의견을 한곳으로 모아 자기의 의사표현을 하고 서로의 입장에 따른 논쟁들이 일어난다면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소통에 대한 문제는 이전엔 행사참여를 위해 일일이 연락을 했지만, 현재는 손쉽게 메일링서비스를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연락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박종태 활동가: 인터넷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합니다. 저도 인터넷 없으면 일하기가 곤란할 정도로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는 등 큰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법률적인 문제는 물론 법률적 고발이 안 되는 것도 이를 인터넷에 올리고 이를 토대로 기자들이 글을 써 이슈화가 되는 등 인터넷은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예전엔 활동결과를 손으로 써 전달해야 했지만 지금은 인터넷에 바로 독자투고를 할 수 있어 한결 손쉬워졌습니다. 기자들과 오랫동안 활동을 하면서 인터넷의 중요도를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백종환: 그렇다면 인터넷, 즉 정보사회가 일반적인 장애인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광원: 나이 많은 분이나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인터넷이라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너무 메마른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사회적인 교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우려를 표하지만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활동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은 인터넷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접할 수 없는 많은 정보들을 접하면서 의식이 깨어지고 많은 관점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서 더욱 '내가 집에만 있으면 안되겠구나, 사회로 나가야겠구나.'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고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증장애인들에게 인터넷은 오프라인의 모임보다 우선해야 하고, 그만큼 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계윤: 장애인들은 인터넷을 하기 전에는 집에서 혼자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하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인터넷 활동을 하면서 다른 장애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과 같은 사람이 많이 있는 것을 알게되고 동료의식과 함께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합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 할 수 없는 고민상담도 하고 인터넷이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끈이 되기도 합니다. 그 외에 장애인 교육이라든가 다양한 정보도 숙지할 수 있게도 합니다.

▲ 이계윤 회장
장애인들은 살아가는데 정말 많은 장벽이 있지만 인터넷 안에서는 장애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제 인터넷을 통해 자기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이처럼 인터넷은 장벽을 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장애인들이 자기목소리를 내며 함께 한다면 그 힘이 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백종환: 방금 인터넷이 장애개념을 바꾸어 인터넷 안에서는 무장애화 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현재 박경석 선생님의 경우에 활동하고 계시는 분야에서 분석을 해본다면 실제로 이동권의 접근권이 인터넷을 통해 얼마만큼 가까워지고 장애가 경감이 됐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박경석: 무장애화 되어지는 게 실제적으로 장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공간에서는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단절되거나 배제되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 재가중증장애인 대부분이 컴맹이거나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이 많아 인터넷 공간을 통해 직접적 참여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박종태: 박 선생님 말씀하신 대로 인터넷을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실제 인터넷을 통해 장애인들이 불편한 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습니다. 사이버 민원실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이 모여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방안에서도 얼마든지 큰 일을 할 수 있고 서로 힘을 합칠 수도 있습니다.

이계윤: 잠깐 짚고 넘어갈 말이 있는데요. 무장애란 말 대신 초장애라고 써야 맞습니다. 저희가 걸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장애가 있지만 장애를 넘어선 것이라는 뜻으로 초장애라고 써야 어울릴 것 같습니다.

백종환: 인터넷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면서 인터넷 사용자와 컴맹인 사람과의 정보격차가 심화되는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그 갈등과 부작용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광원: 국가에서 장애인을 위한 인터넷 PC 보급이나 정보화 교육을 주로 기관·단체위주로 하는데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실질적으로 기관이나 단체에 갈 수 없는 도서산간벽지의 집에만 있는 중증장애인들이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습니다.

▲ 이광원 회장
이 모든 게 '찾아가는 서비스'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많은 정보화 교육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문맹이나 컴맹은 인터넷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온라인교육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백종환: 그렇다면 이러한 정보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특수 장비를 개발해야 된다고 말하기도 하고, 법과 제도적인 것이 보완돼야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법과 제도 측면에서 보면 정보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된다는 인위적인 조항만 되어있고 구체적인 명시는 되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

이계윤: 법과 제도를 누가 만드느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 복지법을 만들 때 장애인복지를 위한 법인데도 정작 비장애인이 참여해 실질적으로 장애인의 삶과 질을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장애인의 권리가 배제되는 법을 만들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법 제정에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참여해 그들의 권익을 얘기해야 하지만 현재 참여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권익을 위해 길에 나와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박경석: 장애인에 대한 지원법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통부가 장애인계의 정보의 소외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만 이를 위한 지원법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결국 법제도가 존재한다는 것은 예산을 투자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요구하는 법 제정 투쟁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종태: 장애인정보를 위한 여러 단체들을 충분히 활용해 중증장애인 가정에 방문교사 서비스를 실시하고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경석: 사실 장애인의 정보화를 법 제도화시키는 문제는 사회적 당위가 필요한 건데 솔직히 장애인들은 기본적인 생존권문제가 더 시급합니다. 일단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고 정보화 문제는 그 다음이기 때문이죠.

아까 무장애와 초장애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장애인의 사회적 소통의 공간과 정보격차의 차별의 문제를 이야기한다면 이런 것들이 확산되어지고 만들어 가는 주체가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개념들 속에서 투쟁하는 개체들이 필요하고 그것들을 형성시키는 것들이 에이블뉴스에서도 해야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백종환: 마지막으로 저희 에이블뉴스가 앞으로 어떻게 보완되고 발전되길 원하는지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광원: 인터넷은 쌍방향 매체라는 것이 큰 장점인데 에이블뉴스는 아직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독자들이 자주 찾도록 자유롭고 무차별적인 토론이 이루어지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기사스크랩 기능이 있는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독자들이 100% 에이블뉴스를 즐길 수 있도록 안내 페이지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백종환: 현재 여러 장애관련 사이트가 있지만 대부분 토론방에 토론을 붙여놨을 경우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이블뉴스에서도 토론방을 만들어놓고도 여러 의견도 나누고 고민도 많이 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광원: 독자들이 참여하는 토론방을 만들어 놓으면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토론방보다는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을 제시하는 것부터 먼저 활성화시킨 다음 추후에 토론방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계윤: 에이블뉴스가 장애범주를 좀 더 확대해서 다양한 장애인들이 참여하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는 장애인가족들이 참여해서 얘기할 수 있고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했으면 합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장애인이 되는 등의 이유로 장애 초기에 있는 사람들은 장애에 대해 무지합니다.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정보에 대해서도 어두운 데 이러한 사람들에게 재활정보제공하고 여러 장애인과 장애인가족들이 다양한 정보교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거나 보려고만 하고 쓰려하지 않는데 이를 자꾸 쓰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합니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그 주의 이유가 되는 것을 토론할 수 있게 토론방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박경석: 에이블뉴스가 자신만의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에이블뉴스만의 관점을 갖고 보편적인 언론이 아니라 특성화된 언론의 기능을 가지길 바랍니다. 아집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비장애인중심의 사회에 공격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으로 장애인문제를 더욱 이슈화시켜나가는 그러한 언론이 되기를 바랍니다.

박종태: 앞으로 더 커져나갈 장애인문제에 대해 좀 더 많은 독자 참여를 유도하고 문제해결을 했으면 바랍니다.

▲ 박종태 활동가
절대 모든 문제를 장애인 한쪽으로만 치우칠 게 아니라 비장애인과 함께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누구나 참여하기 쉬운 언론이 되길 바랍니다.

이계윤: 어느 순간 사회에서는 '통합'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점이라는 게 장애인이 소수자가 아니라 비장애인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 가는데 과연 현시점이 어떤 단계의 운동과 관점을 가져야 할 시점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동안 장애인단체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일하며 서로 알려주고 균형을 잡아야된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투사가 되어있는 저를 봅니다. 왜냐하면 장애인 문제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기 때문이죠. 비장애인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가 장애인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러다 보니 장애인들은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는 시점에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쪽에서는 너무 과격하지 않으냐고 말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사람에게는 방법이 없다는 거죠.

그런 관점이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많이 돕고 협력하는 사람한테는 지지세력이 되고 이쪽을 모르는 사람한테는 하나의 정보가 됩니다. 그런 차원에서 에이블뉴스가 관점을 가지고 영향력 있는 신문이 된다면 그 말대로 에이블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종환: 이렇게 오늘 참석해주셔서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아까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에이블뉴스가 독자를 위한 신문으로 더 활성화되고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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