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예로부터 두 발로 걸었다. 두 발로 뛰어서 사냥도 하고 두 발로 걸으면서 농사도 지었다. 백여 년 전인 조선시대만 해도 보부상은 물론이고 서울로 과거보러 가던 선비들도 괴나리봇짐에 몇 켤레의 짚신을 꿰차고 몇날 며칠에 걸려서 서울로 향했다. 말이 있기는 했지만 전장에 나가는 기병들이나 파발마로 이용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철도가 놓이고 자동차가 나왔다. 기차와 자동차는 점차 사람들의 필수품이 되었다. 두발로 걸어 다니던 시절에 장애인은 다니기가 어려웠다. 특히 지체장애인은 제대로 걸을 수 있는 두 다리가 없거나 불편해서 집 밖을 나설 엄두도 못 내었다.

광안대교 모습. ⓒ광안대교

기차나 자동차는 장애인에게도 유용한 교통수단이 되었다. 그런데 자동차의 경우 장애인에게는 교통수단 외에 또 하나의 이유가 더 있었으니 장애인에게 자동차란 교통수단을 넘어 이동 보행을 위한 보장구이다.

장애인의 자동차는 보장구이기 때문에 장애인이 자동차를 구입할 경우 개별소비세를 면제하고 취·등록세는 물론이고 매 분기별로 내야 하는 자동차세도 면제하고 있다. 물론 이동보행에 불편을 느끼는 1~3급 장애인에 한정되어 있지만.

그래서 자동차에 대한 면세 뿐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과 병원, 백화점, 마트, 아파트 등의 주차장은 입구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장애인 주차구역을 정해놓고 주차요금도 한 시간은 무료이고 그 다음부터는 50%가 할인된다. 그리고 정부나 민간에서도 장애인의 자동차는 보장구의 일종이라는 것을 인정하기에 고속도로의 통행료는 50% 감면이고, 그 외의 유료도로비는 면제하고 있다.

외지 사람들이 부산에 오면 ‘부산에는 왜 그렇게 유료도로가 많으냐’고 묻는다. 부산에는 산이 많아서 일까. 아무튼 부산에는 10여개의 유료도로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구덕터널과 번영로, 동서고가로와 황령터널 그리고 제2만덕터널 등 5개의 도로는 현재 유료도로에서 해제되어 도로비를 받지 않는다.

광안대교, 백양터널, 수정산터널, 을숙도대교, 거가대교, 부산항대교 등 6개는 현재도 도로비를 받고 있는 유료도로인데 이 중에서 광안대교, 백양터널, 수정산터널, 을숙도대교 등은 장애인은 면제다.

그러나 거가대교와 부산항대교는 장애인에게도 100% 면제는 아니고 50%의 통행료를 받고 있다. 거가대교는 부산과 거제를 연결하는 다리로 2011년 1월에 개통되었으며, 소형차(일반 승용차)의 요금은 1만원인데 장애인은 50%인 5천원을 내고 있다.

부산항대교는 남구 감만동과 영도구 청학동을 연결하는 다리로 2014년 8월에 개통되었으며 도로비는 1천4백 원인데 장애인은 50%로 7백 원을 받고 있다.

해질녘의 부산항대교. ⓒ이복남

거가대교는 2011년에 개통되었음에도 부산과 거제를 연결하는 다리이므로 장애인들의 통행이 잦지 않았는지 별 말이 없었다. 그런데 부산항대교는 부산시내 다리이므로 부산항대교를 이용해 본 장애인은 요금에 대해 울분을 토로했다. 다른 유료도로는 다 면제인데(아마도 거가대교를 잘 모르는 모양이다) 왜 부산항대교만 돈을 받느냐는 것이다.

물론 유료도로의 통행료에 대해서 필자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자 몇몇의 장애인들이 데모를 할 테니 필자더러 앞장을 좀 서달란다. 그래서 한 번 알아보자 싶었다.

우리나라에 장애인복지법이 제정된 것은 1981년이지만 본격적으로 장애인복지가 시행된 것은

88올림픽 이후부터였다. 88올림픽을 치루고 1988년 11월부터 전국적으로 장애인등록이 시작되었다. 그 때부터 등록장애인에게 약간의 혜택이 주어졌던 것이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유료도로비가 면제되고 고속도로비 50%의 감면혜택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부산의 경우 1981년 4월에 번영로가 개통되었고, 1984년 12월에는 구덕터널, 1988년 6월에는 제2만덕터널, 1993년 10월에는 동서고가로가 개통되었는데 모두가 유료도로였고 그 때만 해도 장애인차량도 100%의 도로비를 납부해야 했다.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전국의 다른 유료도로도 마찬가지였다.

1990년대부터 장애인 단체에서는 장애인 자동차에 100%의 도로비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건의와 항의를 줄기차게 했지만 관계기관에서는 불가하다고 했다. 그러다가 1996년 6월 황령터널이 개통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장애인 자동차의 도로비 면제가 시작되었다. 그 우여곡절 속에 필자가 있었지만……. 그리고 고속도로 통행료도 50%가 감면되었다.

그 후 2000년에 개통된 백양터널, 2002년에 개통한 수정산터널, 2003년에 개통한 광안대교, 2010년에 개통한 을숙도대교까지 장애인차량은 무료였다. 그런데 2011년 1월에 거가대교가 설치되면서 장애인도 통행료의 50%을 받기 시작하더니 2014년 작년 8월에 개통한 부산항대교도 장애인에게 50%의 통행료를 받고 있다. <표 참조>

부산시내 유료도로 현황. ⓒ이복남

이에 대해서 거가대교나 부산항대교 측에서도 부산시와 협상한 내용이라고 했다. 부산시에서도 거가대교나 부산항대교는 민간에서 운영하는데 통행료 협상을 하면서 장애인의 통행료를 50%로 정했다는 것이다. 광안대교는 부산시에서 운영하지만 백양터널이나 수정산터널, 그리고 을숙도대교도 민간인데 면제가 아니냐? 그런데 왜 유독 거가대교와 부산항대교만 50%냐? 그건 담당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장애인 통행료 50%가 협상내용이라고 했다.

부산시의 담당자도 똑 같은 말을 하겠지만……. ‘장애인들이 데모를 하자고 날린데 데모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만약 장애인들이 데모를 해서 면제가 된다면 50%는 부산시에서 지원해야 될 거라고 했다.

부산시에서 장애인의 통행료를 100% 면제라고 했다면 거가대교나 부산항대교 측에서 안 된다고 했을까. 그래서 할 수 없이 부산시에서 양보를 한 것일까. 현재도 백양터널이나 수정산터널 그리고 을숙도대교도 민간에서 운영하지만 장애인은 무료인데 거가대교와 부산항대교만 50%라니, 앞으로 천마산터널과 동서연결도로 등이 개통을 앞두고 있는데 이곳에서도 통행료의 50%를 받을 것이 아닌가. 부산시에서 이미 선례를 남겨 놨으므로.

제발 장애인들의 분노가 치솟아 너도나도 데모대에 합류하지 않도록 거가대교는 물론이고 부산항대교의 도로비도 장애인 차량은 면제해 주었으면 좋겠다. 부산시에서도 이에 적극 협조하여 거가대교와 부산항대교의 통행료를 면제하게 한다면 부산에서는 그래도 장애인에게 이 같은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을 부산의 장애인 뿐 아니라 전국의 장애인들에게도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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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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