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비영리재단인 에슬 재단(Essl Foundation)은 2013년부터 매년 장애 관련 전 세계 우수 정책 및 사례를 소개하는 ‘제로 프로젝트(Zero Project)’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2018 제로 프로젝트 보고서’ 의 내용, 혁신사례와 혁신정책, 그리고 이를 경험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제로 프로젝트, 올해 ‘접근가능성’ 주제로 연구

2018 제로 프로젝트 보고서 ⓒ Zero Project

에슬 재단의 ‘제로 프로젝트’는 2008년 출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이하 CRPD)의 이행을 지원 및 모니터링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로 프로젝트에는 분명한 미션이 있다. CRPD에 명시된 바와 같이 ‘장애물 없는 세계를 위하여’ 일하는 것이다. 2008년 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그로부터 5년 후인 2013년부터 매년 ‘제로 프로젝트’ 국제회의가 오스트리아 빈의 유엔 본부에서 개최되고 있다.

제로 프로젝트 팀은 이 국제회의를 통해 장애인‧비장애인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전 세계 네트워크를 발전시켰다. 또한 이 네트워크를 통해 혁신사례와 정책을 찾고 알리는 전문적인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와 보고서를 기반으로, 제로 프로젝트는 현재 그 시작점인 오스트리아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CRPD의 이행을 지원하는 하위 프로젝트와 체제를 개발 중이다.

제로 프로젝트는 매년 초 신규 주제를 선정하고, 관련 웹사이트를 개설한다. 2월에는 제로 프로젝트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제로 프로젝트의 연구와 모든 활동은 오스트리아 빈에 기반을 둔 에슬 재단으로부터 재정지원과 관리를 받는다. 제로 프로젝트 대화(Zero Project Dialogue)와 같은 일부 하위 프로젝트 또한 이 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제로 프로젝트의 연구 주기는 4년이다. 2013년 ‘고용’, 2014년 ‘접근가능성’, 2015년 ‘자립생활과 정치적 참여’, 2016년 ‘교육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주제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2017년부터 ‘고용’에 대한 주제가 다시 선정되었고 2018년에는 ‘접근가능성’이 주제로 선정되었다.

2018 연구보고서는 105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22개의 사회적 지표 조사결과, 66건의 혁신사례, 15건의 혁신정책을 담았다.

‘접근가능성’이란 장애를 경험하는 이들을 위한 상품, 기기, 서비스 및 환경 디자인을 의미한다. CRPD 제9조에 의하면 접근가능성은 특히 건축 환경, 사회기반시설, 정보통신기술 및 재화와 서비스 등 4가지 주요 분류와 관련되어 있다. 접근가능성은 장애 패러다임이 의료적 모델에서 사회적 모델로 변화된 것과 관련이 깊다. 장애는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의 영향이 크며 개인적인 무능함이나 질병 때문이 아니라는 의미다.

접근가능성의 또 다른 중요한 개념은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재화나 환경을 제작하거나 구축하는 그 시작점부터 인간의 능력 범위를 고려하는 것이다. 올해 제로 프로젝트의 연구에는 이러한 기본적인 요소를 비롯해 정의·건강·인도주의적 지원과 근로현장 적응에의 접근가능성도 포함되었다.

<혁신사례 ① 방글라데시 뇌성마비 아동을 위한 기초보건서비스>

CSF글로벌은 방글라데시 농촌지역 뇌성마비 유아 대상 서비스 센터를 설립했다. ⓒ Zero Project

CSF글로벌(구 Child Sight Foundation, 개도국 내 장애아동의 인권기반 포괄적 사회 구축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기구)은 방글라데시 시라지간(Sirajganj District)의 농촌지역 뇌성마비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는 아동에게는 치료 서비스를, 그 보호자에게는 가정 기반의 치료 및 재활 훈련을 제공한다. 퍼킨스 인터내셔널(Perkins International, 미국 기반의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는 국제단체), 호주 정부 및 호주 뇌성마비연맹 등이 해당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CSF글로벌은 서비스 대상을 설정하기 위해 방글라데시 장애아동에 관한 국가 차원의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수천 명의 뇌성마비 아동이 적절한 치료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의 주 목적은 장애아동 및 그 가족에게 기초보건 정보와 접근 가능한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건진료소에서 기초보건 서비스를 받는 장애아동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CSF글로벌은 퍼킨스 인터내셔널과 함께 센터를 세우고, 자원봉사자들을 통한 주요정보제공자 조사(Key Informant Method, KIM, 욕구조사의 한 종류로 지역에 오래 거주해서 지역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활용하는 방식)로 이러한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아동을 발굴했다.

조사 첫 6개월간 장애아동들은 하루 4시간씩 치료를 받고 물리치료사의 지도를 받았다. 이와 동시에 CSF글로벌은 치료 종료 후 장애아동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일반학교가 장애아동을 받아들일 준비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교사 대상 훈련 및 기반시설의 개조 여부 등을 확인했다.

조사 6개월이 지나고 장애아동들은 일반학교에 입학했고, CSF글로벌은 그들이 이후에도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 처음 센터 1곳에서 시작하던 것에서 1년 뒤 센터 2곳이 더 개소되었다. CSF글로벌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사용 가능한 ‘서비스 센터 건립을 위한 매뉴얼’을 개발하여 무료로 배포했다.

<당사자 이야기 ‘방글라데시 장애아동 밈과 가족’>

CSF 글로벌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밈의 가족 ⓒ Zero Project

“저는 세 살 난 밈의 엄마 하누파(Hanufa)라고 합니다. 제 딸은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였어요. 형편이 어려워 밈을 병원에 데려 가거나 치료를 받을 수 없었죠. CSF글로벌의 프로젝트 이전에 밈은 걷지도 말하지도 못했고 아무런 희망이 없었어요. 그러나 개입조치 후 3개월이 지난 지금 밈은 걸을 수 있고, 이제는 말도 하려 해요! 저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밈이 평범하게 걷고, 말하고, 학교에 갈 수 있게 될 거라고 믿어요.

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저는 일주일에 다섯 번은 CSF글로벌에서 운영하는 ‘아이들의 천국(Children Heaven)’에 가요. 그곳에서는 가정에서 장애아동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어떻게 청소해야 하는지, 사회적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는지를 알려주고, 치료 서비스도 제공해줘요. 이 농촌 지역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CSF글로벌 밖에 없어요. 제 딸이 이 서비스를 통해 점점 나아져서 행복해요. 하지만 여전히 어떠한 서비스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더 많은 아이들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혁신사례 ② 접근 가능한 여행지 - 유럽의 휴가·여행 관련 접근성 구축>

EWB는 유럽 명소, 숙박시설 등에 대한 접근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Zero Project

장애인은 접근가능한 관광명소, 숙박시설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집을 떠나 목적지에 도착하고 실제로 여행을 하기까지를 일컫는 ‘여행사슬(travel chain)’이라는 과정 내내 편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EWB(Europe Without Barriers, 장애물 없는 유럽, 이하 EWB)는 유럽(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슬로베니아, 스페인 총 7국)을 여행하고자 하는 지체장애인을 대상으로 관광명소 및 숙박시설에 대한 정보,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0년에 만들어진 EWB는 초기에는 이탈리아의 기업과 재단으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았지만, 2014년에 들어서 유럽연합 코스메 프로그램(EU COSME programme)으로부터 성공적으로 재정을 얻어냈다. 그 후 국제적으로 성장하여,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접근 가능한 관광’ 분야의 전문가들과 일하기 시작했다.

현재 EWB가 제공하는 예약 서비스는 이동약자를 우선으로 하지만, 시·청각장애인 및 지적장애인도 포함하도록 확대할 예정이다.

<혁신정책 - 두바이 전역의 접근성 강화 전략>

2017년 아랍 에미리트 내 두바이 정부는 ‘두바이 보편적 접근성 전략 및 액션플랜(Dubai Universal Accessibility Strategy and Action Plan, DUASAP)’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정부기관 및 준정부기관 15곳이 3년(2018-2020년)의 부문별 실행계획을 통해 현존하는 건물, 사회기반시설 및 설비가 장애물이 없고(barrier-free), 완전히 포괄적인 물리적 환경을 보장하도록 했다.

기술 및 건축 환경의 접근가능성을 증진하는 GAATES(Global Alliance on Accessible Technologies and Environments, 접근 가능한 기술 및 환경에 관한 세계연맹)는 이 정책 개발에 직접적으로 참여했다. 두바이는 유니버설디자인의 원칙을 기반으로 2020년까지 5개의 전략적 요소를 사용하여 건축 환경과 대중교통의 완전한 접근가능성을 창출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

두바이의 보편적 접근성 전략은 다음의 5개 전략적 분야를 기반으로 한다. ①종합적인 법적 체계의 개발, ②거버넌스와 실행, ③건물‧인프라 등에 대한 보강, ④역량강화, ⑤인식개선이다.

또한 10개의 우선부문으로 교육, 보건, 휴양, 문화·예술, 스포츠, 예배(아랍에미리트의 국교는 이슬람이다), 교통, 소매·상업, 정의·사법 서비스, 관광이 있다. 5개의 전략적 분야는 각각 세부적이고 특정적인 목표와 의무, 시행스케줄을 갖고 있다. 모든 과정이 부문별로 쪼개져 있고, 각 부문은 접근성 담당자(focal point)가 있다.

2017년 기준으로 두바이의 지하철 체계는 총 74km로, 45개 정거장과 2개 호선으로 이 모든 곳은 접근이 가능하며, 버스는 50%, 택시는 약 40%가 접근 가능하다.

에슬 재단의 ‘2018 제로 프로젝트 보고서’의 내용, 혁신 사례 및 혁신정책, 그리고 이를 경험한 당사자의 이야기를 살펴봤다. 현재 제로 프로젝트는 공식 홈페이지(https://zeroproject.org/)에서 최신 정보와 기사 등을 안내하고 있다.

※ 출처

Zero Project (2018). Zero Project Report 2018 ‘Accessibility’.

※ 이글은 인천전략이행 기금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부 윤주영 대리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인천전략’은 아‧태지역에 거주하는 6억 9천만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2013~2022)의 행동목표로,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인천전략사무국으로서 국제기구협력사업, 개도국 장애인 지원 사업, 연수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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