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자라는 거북목에 속하는 파충류인데 사람들이 왜 자라를 보고 놀라는지 당최 이해 할 수가 없지만, 어떤 사물에 한 번 놀란 사람은 비슷한 사물만 보아도 겁을 내고 놀라기는 누구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거중기에 대해서 설명하는 최명환 씨. ⓒ이복남

지난 3월 11일 일본 센다이에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났고 이웃에 있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되었다. 방사능 유출사고에서는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가 없을 테니 너도 나도 소금과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를 산다고 난리가 났었다. 더구나 고리원전에서 후쿠시마와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면 방사능 물질이 부산시를 뒤덮는 데는 3시간이 걸리지 않는단다. "고리원전 폭발하면 3시간 내 부산 전역 피폭"(부산일보 2011-04-01)

사람들이 핵과 방사능, 세슘과 요오드 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자라인지 솥뚜껑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 위해서라도 이참에 고리원자력발전소(이하 고리원전)를 한 번 가보자 싶었다.

하사가의 봄나들이를 고리원자력발전소 간다고 하니까 “그 위험 한데를 와 가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리원자력이 위험하다고 했다. “고리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부산사람들도 다 죽는답니다.”

원자력의 원리를 설명하는 최명환 씨. ⓒ이복남

고리원전에 방문 신청을 하고 장애인들이 갈 만한 곳인지 알라보려고 현장답사를 갔었다. 고리원전의 홍보관은 잘 되어 있는 것 같았지만 원자력으로 어떻게 발전이 되며, 또한 후쿠시만 원전에서 방사능 유출사고가 있은 터라 고리원전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등에 대해서 담당직원의 설명을 직접 듣고 싶었다. 그런데 5월 14일(토)에 장애인 40여명이 방문할 예정이라고 하자, 휴일에는 안내직원이 없다며 평일에 오라고 했다.

안내직원이 없어도 그만이겠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안내직원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냈으나 고리원전에서는 휴일이라 불가하다고 했다. “고리원전에서 안내직원은 없더라.”하면 그 뿐이지만 장애인들이 한번 움직이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다른 루트로 여기저기 수소문을 한 결과 기장군의회 김정우 의원이 고리원전과 접촉하여 기념품 50개를 준비해 주셨다.

비등수로형/가압경수로형. ⓒ이복남

5월 14일 하늘은 맑고 쾌청했다. 이전까지는 부산일보사 앞에서 만났는데 올 봄부터는 초량에 있는 우리 사무실로 집결지를 바꾸었다. 김홍술 목사님의 12인승 봉고차, 승용차 3대, 그리고 다른 차 2대는 고리원전에서 만나기로 했다.

고리원전에서 안내원으로 나오신 분은 최명환씨였는데, 그는 하사가의 후원회원이신 석우님의 지인으로 우리들을 위해서 휴일인데도 봉사하러 나와 주셨다.

고리원전의 최명환씨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원자력발전이란 대체로 우라늄 235와 중성자가 결합하여 분열할 때 나오는 핵분열 에너지이다. 이 에너지를 사용하여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든 후 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후쿠시마원전은 1971년 3월에 가동을 개시하였고, 고리원전은 1978년 4월에 개시하였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고리(5기)를 비롯하여 영광(6기) 월성(4기) 울진(6기) 등 총 21기가 가동되고 있으며 7기가 계획 중이란다.

그러나 후쿠시마원전은 비등수로형인데 고리원전은 가압경수로형이다. 비등수로형은 원자로 자체가 증기발생기 기능을 담당해서 원자로 건물이 차단되고 교류전원이 상실 되었을 때 자연순환의 냉각이 이뤄지지 않는 반면, 가압경수로형은 인위적 급수방식에 의한 원자로 냉각재 계통의 자연순환 냉각이 이루어진다.

고리원전 홍보관 앞에서 기념촬영. ⓒ이복남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1979년의 미국 스리마일섬(Three Mile Island) 원전사고와 1986년의 구소련의 체르노빌(Chernobyl) 원전사고에 필적하는 대형사고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스리마일섬과 체르노빌 사고는 인재인 반면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대지진과 쓰나미라는 자연재해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그렇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우리나라의 원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점검을 하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 원전은 평소에도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원전에서 작업을 할 때는 작업관리자가 따로 있어서 철저하게 수칙을 지키고 있는데 예를 들어 한 사람이 5분씩 작업을 한다면 어떤 사람이 볼트 하나를 조이는데 6분이 걸리니까 1분만 더하고 싶다 해도 5분을 초과하는 1분은 다음 사람이 가서 해야 된다고 했다.

“제가 고리원전에만 30년을 근무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별 이상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원전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다 자기 목숨은 소중할진대 이상이 있다면 누가 근무하겠는가.

부산환경운동연합에서는 핵 없는 안전한 부산을 만들기 위해 고리 1호기의 폐쇄를 주장하지만, 고리원전을 당장 폐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안전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친환경적인 대체에너지를 개발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고리원전에서 최명환씨의 설명을 듣는데 어떤 사람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하면서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빨리 나갔으면 싶은 눈치로 점심때가 지나서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고리원전 홍보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최명환씨와 함께 고리원전 마당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묘관음사 종각. ⓒ이복남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방사능이 유출되면 세슘(Cs 55)과 요오드(아이오딘(Iodine) 원소기호 I 동위원소 53)가 방출되는데 세슘137과 요오드131에 노출 즉 피폭이 되면, 기형아 출산이나 암에 걸리기가 쉽다. 사람들이 미역 다시마 등을 선호하는 것은 그 속에 들어 있는 요오드 때문인데 우리 몸속에 요오드가 저장되면 방사능으로 인한 요오드131이 들어와도 흡수되지 않고 땀과 소변으로 배출시킨다는 것이다.

미역 다시마 등의 요오드가 피폭 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방사능에는 요오드만 있는 것이 아니고, 평소에 요오드를 많이 섭취하면 요오드가 갑상선에 축적이 되기 때문에 요오드를 과다섭취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점심을 먹은 후 최명환씨와 작별을 하고 기장군 장안읍 임랑리 산1번지에 있는 묘관음사로 향했다. 묘관음사는 경허-혜월의 법맥을 이은 운봉스님이 1941년 창건하였다는데, 수법제자인 향곡스님이 중창하여 1967년 진제선사에게 법을 전한 한국 선을 잇는 유서 깊은 사찰이라고 한다.

묘관음사 대나무밭의 죽순. ⓒ이복남

성철스님이 젊은 날 이곳에서 공부를 했는데 성철스님과 향곡스님은 서로의 공부를 탁마(琢磨)해 준 우정 깊은 도반이란다. 묘관음사 뒤뜰에는 깊은 우물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은 향곡스님이 성철스님의 멱살을 잡고 우물에 머리를 처박았고, 어느 날은 성철스님이 향곡스님의 머리를 처박으며 한소리 일러라하며 서로서로를 탁마 하였다고 한다. 그 후부터 식음을 위한 용도는 없어지고 참배객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하여 1970년에는 우물을 막았다고 하는데 이런 유서 깊은 연고로 이 우물을 탁마정(琢磨井)이라고 한단다.

그리고 묘관음사에는 불자(拂子)가 있다는데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고, 거주하는 스님들은 전부 선방에 계신지 몇몇 참배객 외에 절은 조용하고 고즈넉하기만 했다.

묘관음사의 돌허벅과 청설모. ⓒ이복남

불자는 삼이나 짐승의 털을 묶어서 자루 끝에 맨 것으로 원래는 모기 등의 벌레를 쫓는데 쓰는 생활용구이나, 불가에서는 수행자가 마음의 티끌과 번뇌를 털어내는 상징적 의미의 불교 용구란다. 묘관음사의 불자는 조선 말기에서 일제강점기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유물이나 공예적 수법이 우수하며, 현재 남아 있는 예가 드문 문화재라는데 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절 마당에는 나무와 꽃이 많았고 주변에는 대나무도 많아 커다란 죽순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절을 나오니 입구에도 물을 마실 수 있는 돌허벅이 있었는데 청설모 한 마리가 물을 먹으러 왔는지 사람을 보고도 달아나지 않은 채 오히려 포즈를 취해주는 것 같았다.

수산과학관의 고래뼈. ⓒ이복남

수산과학관의 장보고. ⓒ이복남

돌아오는 길에 수산과학관을 들렀다. 일반인은 2천원의 입장료를 받는데 장애인은 무료였다. 기장 수산과학관은은 1997년 5월 26일에 개관했다는데 어류 등 해양자원과 어업 및 양식기술과 어마어마한 고래뼈는 물론이고 해마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각종 어업방식이나 해저도시 등 찬찬히 둘러보면 바다에 대해서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1991년부터 6년간에 걸쳐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구자료와 전문연구원의 공동 노력으로 7,400여점의 전시물을 전시하고 있다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표시물, 촉지도, 음성장치 등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동안 시각장애인은 한 번도 오지 않았다는 것일까.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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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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