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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하라는 취업…출사표’ 의회 단상의 계단

휠체어 이용 가능 경사로 없어, 현실에선 법 위반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8-19 10:10:19
KBS 2TV 수·목 드라마 '하라는 취업은 안 하고 출사표'(극본 문현경, 연출 황승기·최연수)는 취업 대신 출마를 선택한 취준생 구세라와 좌천당한 엘리트 사무관 서공명이 불량 정치인들을 응징하는 오피스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다.

구세라(나나 분)는 취업을 준비하다가 마원구청 민원실에서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구세라는 사무보조를 하면서 그 누구보다도 깐깐한 사무관 서공명(박성훈 분)을 만난다. 구세라와 서공명은 티격태격하다가 둘은 어린 시절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더욱 친밀해지고 나중에는 연인이 된다.


출사표. ⓒKBS 에이블포토로 보기 출사표. ⓒKBS
구세라는 마원구 의회 속기사로 일하다가 마원구 의원들이 물류센터 건립을 만장일치로 통과하려는 순간, 손을 들고 반론을 제기한다. 물류센터를 건립하려는 곳은 초등학교 근처인데 많은 화물차들이 오가는 위험한 곳으로 아이들을 내몰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구세라는 반론을 제기할 위치가 아니었던 것이다. 구세라는 해고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구의회 의원은 1년에 90일만 출근하고 연봉 5천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 “그거 내가 해보려고요.” 구세라는 1년짜리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당선되었다.

그리고 마원구 의회의 실세이자 권모술수를 꿈꾸는 조맹덕(안내상 분)의 간교로 멋도 모르는 구세라는 얼떨결에 제8대 마원구 의회 후반기 의장이 된다. 조맹덕에게 눈엣가시는 구세라 보다도 원소정(배해선 분)이었다. 구세라가 원소정의 비리를 캐내어 구속시켰다. 이제 더 이상 구세라가 마원구 의회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토사구팽(兎死狗烹) 사냥개가 토끼를 잡으면, 사냥개는 더 이상 쓸모가 없음으로 잡아먹는다. 구세라는 조맹덕에게 있어 사냥개에 불과했다. 물론 그 사냥개가 토끼 사냥이 끝났다고 순순히 잡아먹히지는 않겠지만. ‘출사표’는 이번 주 목요일(20일)에 끝이 난다.

‘출사표’ 마원구 의회 단상. ⓒKBS 에이블포토로 보기 ‘출사표’ 마원구 의회 단상. ⓒKBS
필자가 ‘출사표’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구세라가 마원구의 민원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였지만, 그보다는 마원구 의회의 모습이었다. 마원구 의회는 객석에는 의원들의 의자가 있고, 중앙 단상에서 의장이 의회를 주관한다.

이글을 쓰려고 마원구 의회의 모습을 다시 찾아보니, 객석의 의원석에도 턱이 있었고, 중앙 단상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4개의 계단이 있었다.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등편의법)은 1997년 4월 10일에 제정되어 1년이 지난 1998년 4월 11일부터 시행되었다. 「장애인등편의법」은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권을 보장받기 위한 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축물은 이런저런 사유를 들어 이 법을 지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장애인은 설마 ‘정부에서 법을 안 지키려고 그러겠느냐’며 눈치만 보고 있었다.

‘출사표’ 마원구 의회 의원석. ⓒKBS 에이블포토로 보기 ‘출사표’ 마원구 의회 의원석. ⓒKBS
우리사회 곳곳에서 「장애인등편의법」이 지켜지지 않아서 장애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중에서도 대부분의 무대가 계단으로 되어 있어 무대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장애인들로 이루어진 사람들이 무대공연을 할 때면 추가 부담으로 이동경사로를 설치해야 했다.

중증장애인이자 장애인권익 활동가인 조봉현 씨는 송년회나 시상식 등으로 무대 오를 일이 생기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조봉현 씨를 주변 사람들이 모여서 무대 위로 들어 올려야 했다. 때로는 배려한다며 시상자가 무대 아래로 내려오기도 했는데 조봉현 씨의 불편했던 마음은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조봉현 씨는 “안 겪어본 사람은 알 수 없는 스트레스”라고 했다. 그는 2013년 법제처의 국민행복 법령 만들기 아이디어 공모전에 ‘공공시설 무대 접근성을 개선해 달라’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방안을 제출했다.

제안은 간단했다. ‘공연장, 강당 등에 장애인이 무대를 이용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경사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해달라는 것이었다. 법제처와 보건복지부는 2014년 안에 이 제안을 수용할 의사를 밝히며 조봉현 씨에게 우수상을 시상했다.

A건물의 대강당(위) 소강당(아래) 계단.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A건물의 대강당(위) 소강당(아래) 계단. ⓒ이복남
‘공연장·강당·회의실 등을 갖춘 공공 및 공중시설이 장애인 등 이동약자가 무대, 단상 등을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경사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전문가들의 심사 결과 우수상을 수상했고, 조봉현 씨는 이 주제에 대해 법제처에서 프레젠테이션까지 진행했다. 이후 법제처에서는 보건복지부가 당연히 시행한 것으로 알고 국민참여입법시스템 홈페이지에 우수 개선사례로 소개까지 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3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이유 없이’ 개정을 시행하지 않았다. 답답했던 조봉현 씨는 이 과정에서 3차례나 보건복지부에 채택 제안 이행을 촉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우여곡절 끝에 보건복지부는 2016년 10월 무대 접근성을 보장하는 내용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문제점이 발견됐다. 개정안 부칙에서 시행령 개정 후 새로이 착공하는 시설에만 적용되고, 기존시설은 제외됐던 것이다. 결국 하나마나 한 개정이 돼 버린 것이다.

이에 조봉현 씨는 “기존건물에 대한 별도의 경과규정을 두지 않고 기존 규정을 따르도록 하는 것은 입법오류”라며 “기존 시설의 무대 접근성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보건복지부도 조봉현 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무대 경사로 설치대상을 공공청사 등의 강당, 공연장 및 집회장 등으로 구체화시켰으며, 기존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개정안 시행 후 2년 이내 무대 경사로를 설치토록 했다.

‘4년간 투쟁 끝 ‘장애인 무대 경사로’ 의무화‘ (에이블뉴스 : 2017-05-23)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부칙. ⓒ국가법령정보센터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부칙. ⓒ국가법령정보센터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부 칙 <대통령령 제28615호, 2018. 1. 30.>

제1조(시행일) 이 영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7조의3제1항제2호의 개정규정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2조(대상시설별 편의시설의 설치 등에 관한 경과조치) 이 영 시행 당시 건축허가 신청 등 대상시설의 설치ㆍ변경을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시공 중인 대상시설에 대해서는 별표 2 제3호 가목ㆍ나목 및 같은 표 제4호 나목의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

제3조(무대의 경사로 등의 설치에 관한 경과조치) 이 영 시행 전에 설치된 대상시설로서 시설주가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인 경우에는 부칙 제2조에도 불구하고 이 영 시행 이후 2년 이내에 별표 2 제3호 가목(14)(나)의 개정규정에 따른 설치기준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경사로. ⓒ시민회관 에이블포토로 보기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경사로. ⓒ시민회관
이 영 시행 이후 2년 이내에 별표 2 제3호 가목(14) (나)의 설치기준이다. 2018년 1월 30일에 2년 이내에 설치하라고 했으니 2020년 1월 30일까지다.

[별표 2] 대상시설별 편의시설의 종류 및 설치기준(제4조 관련)
제3호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가목(14) 장애인들의 이용이 가능한 관람석, 열람석 또는 높이 차이가 있는 무대.
(나) 공연장, 집회장 및 강당 등에 설치된 무대에 높이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경사로 및 휠체어리프트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설치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는 이동식으로 설치할 수가 있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부칙이 2018년 1월 30일에 개정되어 2020년 1월 30일까지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의 무대에는 경사로를 설치하라고 했는데 과연 모든 기준에 맞게 설치했을까.

‘출사표’ 마원구 의회 단상 계단. ⓒKBS  에이블포토로 보기 ‘출사표’ 마원구 의회 단상 계단. ⓒKBS
KBS2 수·목 드라마 ‘출사표’는 이번 주 목요일 8월 20일에 끝이 난다. 그런데 마원구 의회 단상에는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출사표’는 드라마니까 작가나 연출가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의 부칙 개정을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실제상황은 어떠할까.

그동안 필자도 무대에 경사로가 없어서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모습을 무수히 보아 왔음에도 막상 어디 무대 또는 단상에 계단이 있었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조봉현 씨에게 전화를 했다.

필자 : “무대에 경사로를 설치해야 된다는 것이 지난 1월 30일까지인데 경사로를 다 설치했을까요?”

조봉현 : “글쎄요. 그야 저도 잘 모르지요.”

부산장애인종합회관 강당 무대 경사로. ⓒ전현숙 에이블포토로 보기 부산장애인종합회관 강당 무대 경사로. ⓒ전현숙
부산장애인종합회관은 2층이 강당인데 무대는 높지도 않았지만, 장애인 회관인 만큼 처음부터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동안 무수히 보아온 모습이지만, A건물에 가 보니까 예전의 계단이 아직도 그대로 있었다. 물론 A건물은 공중이용시설이지만,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부칙에서 말하는 공공기관은 아니다.

부산 시민회관에도 계단이 있었던 것 같아서 시민회관에는 전화로 문의를 했더니, 시민회관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부칙이 개정되기 이전부터 대극장이나 소극장이나 두 군데 다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고 했다.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무대 또는 단상에 계단이 있었지만,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부칙 개정으로 2020년 1월 30일까지 모두 다 경사로를 설치했을 것이다. 설사 아직도 A건물 같은 곳이 있을지라도 대부분의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의 무대는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의거하여 무대나 단상에 경사로가 설치되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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