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은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제정된 후 10여 차례의 개정을 거듭한 끝에 현재의 장애인복지법이 되어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서 정의하는 장애인이란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

제2조에서는 총 15가지 장애유형으로 나뉘는데 신체적 장애는 다시 외부신체기능장애 6가지와 내부기관장애 6가지로 분류가 되고 정신적 장애로는 지적장애, 정신장애, 자폐성장애 3가지로 나뉜다.

아침 드라마 '하얀 거짓말'. ⓒMBC

장애인복지법에서 말하는 자폐성장애는 「제3급: 제2급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지능지수가 71 이상이며, 기능 및 능력 장애로 인하여 일상생활 혹은 사회생활을 해나가기 위하여 간헐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 되어 있고 「제2급: ICD-10의 진단기준에 따른

전반성발달장애(자폐증)로 정상발달의 단계가 나타나지 아니하고, 지능지수가 70 이하이며, 기능 및 능력 장애로 인하여 주위의 많은 도움이 없으면 일상생활을 해나가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MBC 아침드라마 ‘하얀거짓말’에 나오는 강형우(김태현)는 아무래도 자폐성 장애 같다. 주위의 도움이 없으면 일상생활을 해 나가기 어려운 사람인데 어쩌다 병원에 입원하면서 간호사 서은영(신은경)을 좋아한다.

강형우의 엄마인 백화점 회장 신여사(김해숙)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서은영과 결혼시키기 작전을 펼치는데 그 작전에는 온 가족이 동원된다. 아들 사랑에 눈이 먼 엄마 신여사에게 보이는 것은 아들 강형우뿐이었던 것이다.

강형우가 좋아하는 서은영의 부모들이 강형우가 장애인임을 알고 결혼을 반대하자 신여사는 서은영의 아버지를 궁지로 몰아넣는데 그 작업은 강형우의 배다른 형 강정우(김유석)가 맡는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드라마 기획의도. ⓒMBC

‘하얀거짓말’은 드라마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지만 나쁜 일(?)을 뒤에서 꾸미고 나중에 그것이 탄로 났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우리네 일상에서 제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서은영은 강형우와 결혼을 하고 그동안 서은영이 죽은 줄만 알고 있었던 일곱 살짜리 아들 비안이를 데려와서 입양시키려 한다. 그러자 비안이가 강정우의 아들임을 안 신여사가 서은영을 파혼시키고 마는데 이번에는 강정우의 처 홍나경(임지은)이 남편을 부추겨 비안이를 입양시키려하자 서은영은 비안이를 뺏기지 않으려고 소송을 한다.

강형우는 장애인(?)이지만 뉴스도 보고, 클래식 음악도 듣고 비안이의 아빠 노릇도 한다. 그러나 비안이는 바보가 부끄러워 유치원에 안 왔으면 하는데 서은영이 비안이를 나무라자 강형우가 비안이에게 “괜찮습니다. 나 아빠 아닙니다. 나 이제 유치원에 안갑니다.”며 비안이를 달래는데 이때부터 강형우는 비안이의 아빠이자 좋은 친구가 된다.

강형우는 비안이의 친구로서 그림을 그린다. 은영이 파혼하면서도 형우에게는 그림을 그리게 해주지만 비안이는 할머니(강정우 친모)가 아프다는 핑계로 강정우 집에서 자라게 된다.

강형우가 그래도 자식이라고 비안이를 찾아 갔을 때 강정우의 처 홍나경이 묻는다. “서방님(강형우)은 다른 사람들과 달라 누군가가 돌봐 줘야하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에게 누가 아이를 맡기겠느냐, 더구나 자신의 손으로 돈을 벌어 보았느냐”고 다그친다. 강형우는 대답할 말을 잊고 비안이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자신은 장애인이라고 한다.

강형우와 서은영. ⓒMBC

강형우와 서은영은 이런저런 일로 파출소까지 가는 일이 있었으나 강형우는 장애인등록도 하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스스로가 장애인이라 말하고 더구나 비안이를 찾기 위해 돈을 벌어야 된다며 비안이가 사는 아파트의 청소를 자청한다.

신여사는 강형우가 청소를 하는 것을 알고는 백화점이 전부 다 강형우거라고 말하지만 강형우는 돈을 벌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래서 안비서가 ‘형우는 자신이 본 어떤 아빠보다 아이를 사랑하는 좋은 아빠’라고 대답하지만 형우에게는 그 말도 별 위로가 되지 않아 돈 벌이 즉 청소하기에 바쁘다.

한편 법원에서는 “사건 본인(비안이)의 양아버지 강형우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장애인입니다.” 강정우 측 변호사의 말이다. 그래서 장애인은 돈도 벌수가 없고, 아이를 기를 수도 없으므로 당연히 비안이도 강정우가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MBC 아침드라마 ‘하얀거짓말’에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강형우가 나오고 강형우가 좋아하는 간호사 서은영과 자식을 위해서는 물불을 안 가리는 엄마이자 백화점 회장인 신여사가 나온다.

서은영은 순수한 청년 강형우를 지켜주고 이끌어주려고 애 쓰지만 그녀는 착함과 눈물밖에 가진 게 없고, 많이 가진 신여사는 아들 강형우에게만 집착한다.

신여사의 명상 장면. ⓒMBC

장애인 특히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도 결혼을 하는 사람도 있고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결혼을 한다고 좋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다. 누구든지 할 줄 아는 게 있고 할 줄 모르는 게 있게 마련이다.

장애인이 결혼을 하는 것이 좋으냐 하지 않는 것이 좋으냐 역시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할 수 있고 할 줄 아는 것에 대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 하도록 배려하고 격려해 주는 것뿐이다.

그런데 신여사는 모든 것을 다 돈으로만 해결하려 한다. 그렇다면 만약에 신여사가 백화점 회장이 아니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강형우가 돈도 없고 백도 없는 가난한 장애 청년이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또 하나, 아들 강형우를 위해서는 물불을 안 가리는 엄마 신여사가 혼자 있을 때면 때때로 하는 것이 있는데 이른바 명상이다. 명상이란 말이 끝나는 침묵의 순간에 시작된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흡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종의 수련말이다.

명상 수련을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저마다 명상을 하는 이유도 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명상이란 마음속에 있는 잡념을 없애고 피폐해진 정신과 육체를 치유하여 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깨달음에 이른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그럼에도 아들 강형우를 위해서는 이성도 양심도 다 버리고 온갖 권모술수로 잔머리를 굴리는 신여사가 명상수련이라니,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정말 누가 따라 할까봐 무섭다.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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