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 거주하는 시설생활인 6명이 시설이전 반대 입장 표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우리가 살고 있는 시설이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으로 이전을 한다고 합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이전입니까? 복잡하고 소음이 있어도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시설이전은 우리 생활인들에게는 유배생활과 다름없습니다!”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 거주하는 시설생활인 6명이 지난 8일 “석암베데스다요양원 측의 시설이전 계획에 반대한다”며 석암재단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맡고 있는 서울 양천구청 1층 로비에서 시설이전 반대 입장 표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장애인단체들과 힘을 합해 ‘석암생활인인권쟁취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성람재단비리척결과사회복지사업법전면개정을위한공동투쟁단 등 시설인권문제를 위해 투쟁해온 장애인운동단체가 결합했다.

석암비대위 구성…“지역사회와 분리된 채 살아가야 하나”

석암베데스다요양원은 지정장애인과 중증지체장애인 117명이 생활하고 있는 시설로 김포시 양촌면 양곡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 김포시 송마리로 이전을 계획 중이다. 요양원 주변은 ‘양곡택지개발지구’에 속해 있어 시설 앞 도로확장계획으로 인해 소음 등의 문제로 장애인들이 생활하기 부적합하다는 것이 시설 측의 설명.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한 시설 생활인들은 이전계획을 무효화시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이 시설이전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전지로 예정된 김포시 송마리가 지역사회와 동떨어진 외지라는 점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요양원은 저상버스노선이 있으며, 주변에 은행과 상점과 같은 생활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이전 예정지는 반경 2~3km 이내에 민가도 없고 저상버스도 없을뿐더러 일반버스를 타려해도 30분을 걸어 나가야 탈 수 있는 오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1년에 두세 번 찾아오는 가족들도 거리가 멀어지면 더 안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설측이 시설생활인들의 동의 없이 이전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중 자신의 의사를 직접 표현할 수 있는 15명의 생활인이 이전반대를 위한 서명을 했지만, 요양원측이 이를 압수하고 오히려 ‘이전찬성’ 서명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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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생활인들은 지역사회에서 떨어진 곳으로 이전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에이블뉴스

양천구청 “이전 승인 권한은 없다…인권문제는 적극 해결”

시설생활인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추재엽 양천구청장을 만나기 위해 구청장실로 이동하려했으나, 구청 측에서는 구청장이 자리를 비웠다며 엘리베이터를 꺼버렸다. 대신 주민생활지원국장과 담당직원들이 나와 1층 민원실에서 장애인측과 면담을 가졌다.

이들은 ‘시설이전계획 무효화’를 포함해 ‘장애수당을 당사자에게 직접 지급할 것’, ‘생활인의 외출자유를 완전히 보장할 것’, ‘직원들에게 의무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 ‘장애인당사자에 대한 자립생활교육을 실시할 것’ 등 총 5가지 요구를 양천구청측에 제시했다.

양천구청 측은 먼저 시설이전문제에 대해 “시설이전에 관한 사안은 보건복지부에 승인권한이 있어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양천구청측이 이전문제에 대해 결정할 권한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석암비대위 대표 한규선씨는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에 이전에 관한 의견서를 냈더니 모두 관리감독 기관이 양천구청측에 얘기하라고 한다. 그런데 양천구청측에서마저 권한이 없어 답할 수 없다고 한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양천구청측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15일 양천구청과 면담 통해 재논의하기로

이날 면담에서 양천구청측과 석암비대위측은 시설이전 사안을 놓고 오는 15일 추재엽 양천구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면담을 갖고 재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양천구청측은 나머지 4개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양천구청 측은 “장애수당은 장애인 개인에게 지급하도록 되어있다. 법적처벌조치는 물론 향후 이 같은 일이 없도록 피복비와 장애수당이 입금되는 개인통장을 생활인 각자에게 나눠주도록 석암재단 모든 시설을 철저히 관리하겠다. 또한 외출이 본인의사에 의해 100% 자유롭게 결정되도록 즉각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천구청 측은 “시설생활인 인권은 사회적문제다.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토록 지시하고, 교육실시 여부를 확인하겠다. 장애인자립생활 교육도 이뤄질 수 있도록 지시하겠다. 자체적으로 실시하기 어렵다면 강사를 지원해서라도 교육할 수 있도록 중간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양천구청측과 석암비대위측은 1층 민원실에서 장애인측과 면담을 가졌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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