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강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체험홈

체험홈 전경. ⓒ박준규 기자

자립생활체험홈은 기존 장애인시설과는 다르다. 장애인시설은 관리자가 장애인들을 관리하지만 자립생활체험홈은 말 그대로 장애인 자신이 자립생활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중증장애인들이라면 그동안 부모님이 다 해줬던 밥하기, 설거지, 빨래, 청소 등을 이곳에서 도움 없이 자기 스스로 해나가야 한다.

집에서만 생활해야하는 장애인들은 집에서 나와 혼자 생활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유는 여럿이 있을 수 있다. 가족들에게 자신이 귀찮은 존재로 느껴지기 때문일 수도 있고, 가족들이 싫어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언제까지 가족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 수만은 없어 조금이라도 빨리 자립해 혼자 생활하는 것을 익히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복지문제와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시선 등으로 인해 장애인들의 자립의 지와는 반대로 실질적으로 사회 속에 뛰어든 장애인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다행히 최근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이 활발해지고, 활동보조인이 전국적으로 지원되면서 자립의 꿈을 키우는 장애인들이 늘고 있다.

가까스로 마련한 보금자리 ‘체험홈’

지난 4월 첫 주 주말, 강원도 강릉에 있는 강릉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체험홈을 찾았다. 이 체험홈은 2004년 회원들의 회비 및 조금씩 이곳저곳에서 후원금을 받아 민가를 개조해 체험홈이란 명칭으로 개관해 시험운영을 해오다 2005년 12월에 개관식을 갖고 정식운영을 시작한 곳이다.

초기 운영 당시, 민가를 얻어 사용했기에 장애인들이 거주하기에 상당한 불편이 있었으며 휠체어조차 집안으로 들어가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그 후 2006년 4월 장애인의 날을 맞아 모 방송사에서 주최하는 장애인의 날 행사 일환으로 이 체험홈을 개조해 주어 현재의 모습을 갖춘 상태. 하지만 아직까지도 내부 벽과 욕실에는 핸드레일(장애인용 손잡이)조차 설치되지 않아 불편함이 있어 보였다.

이런 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곳 거주자 최모(남·지체장애)씨는 “불편한 것은 없어요. 아플 때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생활하는 데 큰 불편함은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최씨는 “집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편하고 좋아요. 눈치 볼 사람이 없으니까요”라며 체험홈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들에게서 대접받은 진수성찬

취재를 하러 찾은 기자에게 ‘저녁을 먹고 가라’며 체험홈 생활인 최모씨와 ‘가끔 놀러와 집안 정리를 해준다’는 최씨의 장애인 친구들이 저녁준비를 했다.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김치를 꺼내 썰어서 찌개거리를 준비하고 키운 닭이 낳은 계란을 부쳐 계란말이를 만들고 서로 맡은바 일을 하며 제법 빠른 시간 안에 저녁준비를 끝냈다.

이렇듯 비장애인들에게는 아무 일 아닌 것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겐 삶의 체험, 그 자체가 된다. 그러나 이 불편한 생활을 하면서도 거기서 얻는 자신감으로 이들은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장애인 친구들. ⓒ박준규 기자

동물도 키우며 여과시간을 즐겁게

또한 이곳에서는 닭과 강아지를 키우며 여과시간을 자연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 특히 닭은 약 30여 마리 정도로 닭이 낳는 계란은 팔아서 용돈도 쓰고 그 신선한 계란으로 요리도 해 먹으며 여름엔 병아리까지 부화해서 키우는 등 체험홈 생활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비쳐졌다.

개와 닭에게 저녁밥을 주고 있다. ⓒ박준규 기자

이 체험홈에 입소하려면?

이 체험홈은 거실(주방포함) 하나에 방 3개 욕실(화장실 포함) 1개로 구성돼 있으며 인터넷 전용선까지 들어와 있는 상태로 기본적인 거주에 필요한 시설이 마련된 곳이다. 그동안은 지원금이 적어 운영에 힘이 들었지만 올 4월부터 자립생활센터 측에 정부로부터 지원금이 나올 예정으로 앞으로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이 체험홈은 단기거주를 목적으로 하여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체험홈 생활을 해볼 수 있게 기회를 주고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입소조건은 1급~2급 정도의 중증장애인들을 우선시하며 지역은 구분하지 않고 전국 거주하는 장애인이면 모두 가능하고 입소비용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번부터 지원되는 정부 지원금으로 “체험홈 입소자들의 이동에 도움을 주고 편의시설의 확충과 체험홈 프로그램을 늘려서 좀 더 많은 입소자들을 늘려 입소자들이 편한 환경에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것 같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더불어 “센터에서는 체험홈을 중증장애인들에게 더 많이 알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고, 장애인들이 몸은 불편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체험홈이 해나가야 할 부분을 지적했다.

체험홈 홍보팀장이 말하는 체험홈

체험홈 홍보를 맡고 있는 김태영(27·뇌병변장애) 팀장과의 미니 인터뷰.

체험홈 홍보팀장 김태영씨. ⓒ박준규 기자

-체험홈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불편한 점이나 힘든 점이 있는지?

“집에서 생활할 때는 부모나 형제들 생활에 모든 부분을 챙겨 주시는데 여기서는 모든 생활의 필요한 밥하는 거나 청소, 빨래, 그런 것들을 집에서는 안 하다가 직접 하니까 힘들었어요.”

-자립생활센터가 체험홈에 더 신경 써줘야 할 것은 무엇인가?

“바라는 건 관심과 격려지요. 물론 센터에서 관심이 없다는 건 아니고 체험홈에서 뭘 먹고 사는지 입소자들이 무슨 생각으로 생활하는지 일주일에 한번씩이라도 입소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강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앞으로 지원금이 나온 것으로 아는데 이 지원금이 어느 부분에 가장 먼저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체험홈 리모델링을 작년에 해서 없지만 화장실 거울설치나 현재 외부에서 집안으로 들어올 때 설치해 준 휠체어 진입로가 너무 급경사이고 계단도 너무 직각이어서 해서 보수를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체험홈이 어떤 식으로 운영됐으면 하는지?

“지금은 둘이서 체험홈을 이끌고 있는데 앞으로는 홍보를 더 많이 해서 더 많은 장애인들이 이 체험홈에서 체험을 하며 자신감을 얻어서 이 사회에 당당하게 자기 선택권이나 권익도 찾았으면 좋겠어요.”

체험홈 내부 전경.ⓒ박준규 기자

■취재후기=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이것을 비장애인들은 과연 체험이라고 표현할까? 하지만 그들은 삶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체험에 해당했고, 힘겹게 그 체험을 끝까지 해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김치찌개와 김치, 계란말이 하나가 전부였던 이날 대접받은 저녁상은 내가 그동안 먹었던 어느 식사보다 꿀맛이었다. 불편한 몸이지만 그들이 머문 체험홈에는 줄곧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구김살 없는 그들의 눈빛에서 알 수 없는 순수함이 빛나고 있음을 느꼈던 값진 시간이었다. 다음엔 취재가 아닌 마실(놀러) 가는 마음으로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체험홈 문의전화: 033-646-3210(강릉장애인자립생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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