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동효 소장(위 왼쪽), 대구생존권연대 박명애 공동대표(위 오른쪽), 장애여성공감 박김영희 대표(아래). <에이블뉴스>

“‘공업용 미싱’으로 유시민 복지부 장관의 입을 더럭더럭 박아야한다. 장애인을 인간 취급하지 않은 유시민 장관의 입을 박아야할 것이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장애인의 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를 점거하고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한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를위한공동투쟁단(이하 공동투쟁단)의 공식 기자회견. 단식농성을 결의한 중증장애인 25명 중의 한 명인 한마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동효 소장은 유시민 복지부 장관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단식농성자 중에서 최고령인 54살의 대구생존권연대 공동대표 박명애씨는 “나는 배운 사람들은 약속을 잘 지키는 줄 알았다. 유시민 장관이 분명히 약속해놓고, 그렇게 할 줄 몰랐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이렇다. 유시민 장관은 지난해 10월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여온 공동투쟁단 대표자들과 면담을 갖고,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와 관련한 5대 원칙에 대해 합의했는데, 최근 공개된 복지부의 기본방침에 5대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 활동보조인서비스 제공 기준은 1차적으로 중증도에 따른 필요를 중심으로 제공한다.

2. 2007년 활동보조인서비스는 예산상 그 기준과 대상, 시간에 있어 제한적으로 진행됨으로, 소득기준은 2007년에 한해서 수급권, 차상위 200%로 하되, 단 지방자치단체의 실정에 따라 그 이상을 정할 수 있다. 이후 시행과정에서 누락되어지는 대상자에 대하여 대책을 마련한다.

3. 활동보조인서비스 제공시간은 필요도에 따라서 상한선을 두지 않는다.

4. 장애인의 인간적 삶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하여 활동보조인서비스가 필요함을 인정하고, 장애유형이나 연령, 혹은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당사자의 필요성을 기준으로 향후 법률 제정을 약속하며, 이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 수립을 위해 공동논의 한다.

5. 2008년에는 본격적인 활동보조인제도화를 위해 활동보조인서비스예산은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현실적 재원을 마련한다.(복지부와 공동투쟁단의 5대 합의안)

[관련기사]보건복지부, 공동투쟁단과 5개 원칙 합의

공동투쟁단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복지부는 현재 활동보조인서비스의 상한시간을 월 80시간으로 제한하려 하고 있다”며 “일상생활의 전반에서 타인의 보조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에게 하루 3시간도 안되는 서비스 제공은 죽음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동투쟁단은 “이는 작년 10월 10일 공동투쟁단과의 합의 공문 3번의 내용, ‘활동보조인서비스 제공 시간은 필요도에 따라서 상한선을 두지 않는다’라는 것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장애인단체들과 중증장애인 대중을 철저히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공동투쟁단이 이번 무기한단식농성에 돌입하며 제시한 요구사항은 상한시간 제한을 폐지하고, 중증장애인의 생활시간을 보장하라는 것 이외에도 ▲차상위 200%이내 가구소득기준에 의한 대상제한을 폐지하고, ▲자부담을 폐지하라는 것.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외벽에 내걸은 대형 현수막. <에이블뉴스>

공동투쟁단은 ‘대상 제한’과 관련해 “보편적인 생존권적 권리가 되어야할 활동보조인서비스를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20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가구소득에 의한 차상위 200% 기준을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공동투쟁단은 서울과 인천, 대구에서 활동보조인서비스 지원사업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활동보조인서비스 신청자가 복지부의 예상과 달리 매우 적은 인원에 불과하고 지금의 예산으로도 대상제한 없이 사업을 실시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공동투쟁단은 사업대상을 차상위 200%로 제한했던 지난해 12월 서울시 활동보조인서비스 시범사업에서 2007년도 본 사업예산인 월 5억8천만 원의 14.6%에 불과한 8천500만원밖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근거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공동투쟁단은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자부담을 부과하려는 복지부의 계획에 대해 “생존의 위협과 인간다운 삶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중증장애인에게 생산적 복지라는 이름 하에 수익형 사업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동투쟁단은 “비슷한 유형의 노인 및 산모에 대한 생활지원서비스에 있어서도, 최소한 차상위 120%까지는 자부담이 전혀 부과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비상식적인 자부담을 부과하는 것은 중증장애인을 또 한번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지난 12일 과천종합청사에서 유시민 장관과 직접 면담을 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유 장관은 의료급여 본인부담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낭비를 우려해서라고 이야기했고, 활동보조인도 같은 맥락에서 규제를 하는 것이라고 신념에 차서 말했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중증장애인들에게 “여러분은 유시민 장관의 말처럼 아프지도 않는데 시도 때도 없이 병원을 가느냐”고 물으면서 “유시민 장관의 생각을 바꾸도록 하거나, 아니면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공동투쟁단은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외벽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활동보조인서비스를 권리로 보장하라”는 글귀를 적은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는 곧바로 장기간 단식농성에 돌입할 채비를 갖췄다. 공동투쟁단측은 복지부 지침에 완성되는 2월초까지 단식농성을 각오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애여성공감 박김영희 대표는 단식농성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는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총력투쟁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단식 뿐”이라며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몸으로밖에 보여줄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전부를 걸고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동투쟁단은 단식농성 기간 내내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전개할 계획이다. 25일 첫 1인시위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자립생활위원장 이원교씨가 나선다.

중증장애인 25명은 활동보조인서비스 권리 쟁취를 위해 지난 24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하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에이블뉴스>

[원문]2007 장애인 활동보조지원사업 실시계획안

[리플합시다]2007년 황금돼지해, 장애인들의 소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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