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성인의 교육권 보장을 촉구하는 장애인야학 소속 학생들. ⓒ에이블뉴스

"건물주와의 문제로 급하게 이전해 갔지만 비싼 임대료로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 인천에 위치한 민들레장애인야간학교(민들레야학)의 박길연 대표는 ‘장애인야학을 운영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든 것이냐’는 질문에 가장 먼저 이렇게 답변했다.

그동안 장애인들이 십시일반 모은 지원금으로 운영해 온 민들레야학.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배움을 위해 운영비를 마련해 온 장애인들이 있었기에 야학의 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관리비를 포함한 월 85만원에서 90만원의 공간 임대료의 부담 등으로 얼마나 더 야학을 운영할 수 있을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민들레야학만의 것이 아니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가 2005년 11월부터 약 4개월에 걸쳐 전국 14개 야학을 대상으로 전국장애인야학 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장애인야학들은 공간 부족과 운영비, 이동편의 등의 이유에서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교육이 의무교육이 된지 50여년이 넘었다지만 지난 2005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성인 중 45.2%가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갖고 있다. 전체 국민 중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진 국민이 12.6%인데 비해 장애성인의 45.2%가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인 것이다. 이는 오늘날 장애인 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학령기 시절 장애를 이유로 공교육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장애성인들은 노동, 건강, 교육, 문화, 정보접근, 일상생활 등 사회 각 영역에서 차별과 불편을 겪어야했다. 뒤늦게 장애성인들은 교육을 받지 못해 파생된 차별의 고리를 끊기 위해 공부를 시작해보지만 공교육 체계가 자신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경험하곤 한다.

장애성인들은 교육을 받고자 사설 검정고시학원을 찾기도 하나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있는 곳은 거의 없다. 또한 과외는 비싸 엄두도 못내는 실정 속에서 장애성인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거의 유일한 교육기간은 전국 24개의 민간 장애인야학들(2007년 11월 기준)이다.

그러나 민간 장애인야학들은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는 “장애인야학들은 이구동성으로 공간의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고 전했다. 대부분 무상임대를 하고 있어 지난 2일 천막야학을 시작한 노들장애인야학처럼 언제 짐을 싸서 나가야 할지 모르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협소한 공간으로는 교육을 받길 원하는 학생들을 더 이상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몇몇 장애인야학에서는 지자체 및 해당 교육청에 공간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해당 지자체와 교육청은 관련 법규의 미비와 공간의 부재 등을 이유로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애인야학들은 운영비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장애인야학에 대한 운영비 지원이 확대되고 있기는 하나 운영비의 사용 용도가 교재, 교구비 등으로만 사용하도록 정해져 있어 실제 야학 운용에 필요한 인건비, 임대료, 차량운영비 등에는 사용할 수 없어 운영난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장애성인들의 교육문제에 대한 그 어떤 대책도 제시하지 못했던 정부가 정부의 역할을 대신 담당해 온 장애인야학들의 어려움에 어떠한 대안을 내놓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지금 전국의 장애인야학들은 오늘도 장애성인의 교육권 보장을 외치며 열망의 등불을 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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