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스웨덴의 장애인복지를 배운다-④베네스콜란 학교
장애청년드림팀의 마지막 주자인 스웨덴팀이 지난 21일부터 스웨덴 현지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청각장애 학생 3명과 협력자 3명으로 구성된 스웨덴팀은 ‘청각장애인의 삶’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스웨덴 청각장애인 교육지원체계 및 정체성 현황을 살피고, 한국에 적용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본지에서는 이들의 연수과정을 동행취재하며 스웨덴 장애인정책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베네스보그(Vanersborg)에 위치한 Vanerskolan(베네스콜란)은 청각장애 특수학교로 타 지역의 특수학교들보다는 작고 좁지만 높은 학구열을 가진 학교로 유명하다. 지난 23일 ‘Deaf Day’(데프데이)의 마지막 날 행사로 베네스콜란 학교를 방문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베네스콜란 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이 학교에서 관리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아티씨의 안내로 학교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아티씨는 청각장애인으로 스웨덴수화와 미국수화(ASL)가 가능하다. ASL통역은 드림팀의 협력자로 동행한 대구대 최성규(특수교육학과) 교수가 맡았다.
베네스콜란은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총 13년(6세~19세)의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베네스콜란은 1984년 개교한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청각장애학생들을 배출해왔다. 현재는 청각장애학생 85명이 이 학교에서 수업을 배우고 있다. 교사는 총 35명으로 그중 8명은 청각장애인 교사다.
얼마 전 낡은 시설을 보수하고, 신관을 새로 지어 구관과 연결했다. 건물내부로 들어서자 오래된 건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깔끔한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교실은 한국의 복지관을 연상케 할 만큼 작고 아기자기 했다. 학급당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집중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베네스콜란학교에는 청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교육공간들이 있다. 먼저 ‘ITV’라는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방송을 만들 수 있다. 방송장비들을 갖추고 있는데, 학생들이 직접 카메라에 서서 자신의 표출해봄으로써 대인관계에서의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눈에 띄는 또 하나의 교육공간은 무용실. 일반적으로 청각장애학생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지만, 이 학교에서는 진동을 이용해 청각장애학생들에게 무용을 가르친다. 음악이 흐르면 특수재질로 만들어진 바닥에서 진동을 만들어내 몸으로 전달한다. 학생들이 진동과 조명에 맞춰 춤의 모양과 박자를 익힐 수 있다.
학교 복도에는 ‘Vagdoms tankar’라는 게시판이 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청각장애학생들을 위해 수업에 대한 건의나 생각하는 것들을 메모지에 적어 붙일 수 있도록 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메모를 참조해 수업시간에 반영하기도 한다.
학교 내부에는 청각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배려들이 있다. 먼저 교실에 설치된 화이트보드가 눈에 띄었다. 칠판 대신 사용하는 이 보드는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컴퓨터와 연결해 교육 자료를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칠판처럼 판서를 할 수도 있다. 수화를 보면서 필기하는 것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판서의 내용을 프린터 해줄 수도 있다. 고가의 제품이라 현재는 총 4개의 교실에만 설치되어 있다.
또한 각 교실에는 빛이 들어오는 표지판이 있다. 쉬는 시간, 비상시 대피 등을 알리는 기호가 그려져 있고, 학교 관리실에서 버튼을 누르면 불빛이 들어온다. 청각장애학생들은 그 신호에 따라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아티씨는 얼마 전 사고의 위험이 있어 학생들을 대피시킬 때 해당표지판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화장실에는 비상벨이 변기주변과 화장실 바닥에 설치돼 있다. 이 벨이 눌리면 화장실 밖에 있는 신호기에 불빛이 들어온다. 학생들이 화장실내에서 쓰러졌을 경우 화장실안의 상황을 밖으로 전달할 수 없고, 친구들도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빛으로 위험상황을 표현하도록 했다.
학교탐방을 끝낸 장애청년드림팀 청년들은 아티씨와 자신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아티씨는 마지막으로 “농학생들을 위한 그림, 기술 등도 매우 중요하지만 특히 언어교육과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청각장애 학생의 욕구와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진정한 특수교육”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