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야학생 70명의 집단진정서.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소속 12개 장애인야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학생들이 국가로부터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는 등 차별을 당했다며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번 집단진정서 제출에는 서울노들장애인야학 28명, 인천작은자야학 3명, 인천민들레장애인야학 6명, 부산장애인참배움터 11명, 대전모두사랑장애인야학 6명, 대구질라라비장애인야학 5명, 광주꿈을나누는사람들 5명, 전북새누장애인야학 6명 등 70명이 참여했다.

이들 진정서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야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장애성인들은 학령기 시절, 학교에 입학하고 싶어도 주변에 갈 수 없는 학교가 없어 학교 입학을 포기해야했고, 학교에 입학하고자 해도 학교장이 입학을 거부하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강요하는 등의 각종 차별을 당했다.

또한 설령 학교를 다니더라도 교사와 학생으로부터 멸시와 조롱을 당해야했고, 장애인의 특별한 교육적 요구와는 상관없이 일방적인 학교 교육과정만을 강요받으며 방치되기도 했다. 현재 장애인야학에서 뒤늦게 공부를 하고 있지만 운영의 어려운 여건상 통학 지원 등의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는 23일 오후 진정서 제출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열어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장애인이 전체 장애인 중 45.2%에 달하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장애인을 위한 교육에 얼마나 소홀히 해왔는지 알 수 있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집단진정서. <에이블뉴스>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은 "비장애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야학에 쉽게 찾을 수 있어도 장애인들은 이동지원이 되지 않으면 야학에조차 갈 수 없는 형편"이라며 "교육인적자원부가 장애인야학의 특수한 환경을 이해하고, 예산을 마련해 지원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구질라라비장애인야학 박명애 대표는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얻어 47살 때까지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다가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학교가 너무너무 좋아서 악착같이 다니며 공부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박 대표는 "교육을 받는 것이 너무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른 장애인들이 똑같은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이라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다같이 일조하자"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야학에서 공부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합격했고, 현재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부산장애인참배움터 박준호 교장은 "우리 야학에는 차량이 없어서 중증장애인 학생들의 통학을 지원하지 못해 교사들이 직접 학생분들의 집에 찾아가서 공부를 도와주고 있기도 하다"면서 "정부는 장애성인들이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인권위측에 "교육부가 장애성인의 학교교육 지원대책을 하루 빨리 강구하도록 권고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으며, 이어 교육부측에 "장애성인의 교육차별 실태를 보다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장애성인에 대한 교육지원 대책 및 민간 장애인교육시설인 장애인야학 등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소속 장애인야학 12곳의 학생들과 교사들은 23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장애성인 교육권 보장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천막야학을 연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소속 장애인야학 학생들과 교사들이 집단진정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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