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애인차량에 대한 LPG 면세혜택을 월 250ℓ로 제한하기로 하자 장애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차량에 지원되는 LPG 면세혜택이 오는 12월 1일부터 대폭 축소된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 4일 당정협의를 통해 월 250ℓ까지만 면세혜택을 주기로 했다. 현재 리터당 280원의 세금이 지원되기 때문에 최대 감면액은 월 7만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50ℓ는 연간 약 2만3천km를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같은 정부의 결정에 대해 장애인들은 “장애인의 생계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동호회와 각종 장애인단체는 항의 성명을 내고, 사이버시위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터넷동호회 장애인들은 차량시위까지 준비하고 있다.

▲정부 입장=정부가 LPG 면세혜택을 축소한 이유는 장애인차량 이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예산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과 부정수급자로 인해 제도의 근본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차량 이용자는 2001년 7월 15만7천명에서 올해 7월 32만5천명으로 2배가량 증가함에 따라 예산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복지부는 151억300만원이 부족해 2004년도 예산을 미리 끌어다 집행했으며, 올해 예상부족액은 354억6천900만원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져 1,005억1천500만원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정사용자와 관련해서 복지부는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사용량에 제한이 없고 이용 장애인 확인절차 소홀로 오·남용 사용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으며, 장애인보호자 차량의 무절제한 이용에 대한 단속체계가 없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LPG 지원액이 300만원을 넘은 장애인 47명에 대한 조사결과, 1인당 평균 주행거리가 16만171km로 나타났으며 이들 중 10명은 택시영업을 하거나 LPG 충전소에 근무하고 있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번 조치는 합리적인 LPG 사용한도를 설정함으로써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국민의 수용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장애인 입장=장애인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한마디로 “정부가 실책을 해놓고 책임을 장애인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며 지원축소 결정에 대한 즉각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LPG 자동차동호회(cafe.daum.net/KNLPG)와 장애인체육진흥법제정추진연대(cafe.daum.net/DPP)를 중심으로 인터넷상에서 사이버시위와 서명운동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으며,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울산장애인교육권연대가 각각 성명을 내고 정부에 강력 투쟁을 선포했다.

특히 장총련은 8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의 예산부족 주장에 대해“장애인 이동권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자가용을 이용해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경제가 어렵다고 스스로 약속했던 지원을 축소하는 것은 장애인을 우습게 여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 장총련은 부정사용 문제에 대해 “극소수의, 그것도 장애인당사자 때문이 아닌 부정사용 예를 들면서 LPG 차량을 통해 생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 어려운 시기에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의 장애인들을 마치 정부의 정책을 부정적으로 오남용하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장총련은 “세제지원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장애인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것”이라며 “이는 장애인들의 사회참여가 제한됨으로써 오히려 사회복지비용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열린우리당, 보건복지부, 국회의원, 언론사 사이트 게시판에는 이번 결정에 반대하는 장애인들의 항의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장애인 네티즌들은 조만간 오프라인으로 나와 대규모 차량시위를 전개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단체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고용장려금 축소사태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장애인단체가 앞에 나서지 않아도 장애인 당사자 개개인이 먼저 움직이고 있어 정부와 큰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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