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전동휠체어를 타고 컴퓨터를 활용해 강의하고 있는 김종배 박사. ⓒ에이블뉴스

"제게 지금 컴퓨터와 전동휠체어가 없다면 저는 다시 집안에 갇혀서 살아야할 것입니다. 제가 건강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바로 재활공학(rehabilitation engineering)이었습니다."

미국 피츠버그대 재활공학연구소 김종배 박사는 한벗재단이 서울시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개최한 2007 보조공학국제세미나에서 첫 발표자로 나서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것은 첫째가 하나님이었고, 그 다음이 바로 재활공학이었다"며 재활공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공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지난 1985년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남의 집이고 익숙치 않은 관계로 2층 베란다에서 발을 잘못 디뎌 아래로 추락해 장애를 입었다. 사고후 5년을 바깥출입을 하지 않은 채 거의 집에서 지냈던 그는 1990년께부터 컴퓨터를 만나게 되고, 전동휠체어를 타게 되면서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나사렛대에 처음으로 재활공학과가 생겼고, 거기서 강의를 하게 됐는데 실제 전공을 하지 않아 한계를 느꼈다. 나를 있게 해준 재활공학 분야에 대해서 전문가가 되어 기여를 해보자고 결심해 미국으로 공부를 떠나게 됐다." 2005년 피츠버그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그는 2006년부터 피츠버그대 재활공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재활공학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장애는 갖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이라는 화두를 꺼냈다. "장애라는 것은 사회 환경에 따라서 달라진다. 예를 들면 나 같은 장애인이 미국에서는 20%밖에 불편을 못느끼는데, 한국에서는 80% 불편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장애는 갖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이다."

즉, 사회가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애를 겪게 된다는 논리다. 따라서 사회적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장애인들에게 보조공학기기를 사회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그는 이러한 지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내가 지금 타고 있는 휠체어는 시트를 조절할 수도 있고, 누울 수도 있는 것으로 4천만원 정도 하지만 의료보험에서 지원했다. 내가 운전할 수 있도록 자동차를 개조하는 비용과 집을 개조하는 비용은 직업재활국에서 지원했다. 이것은 내가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사회가 해결해야하는 것이다. 내가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동등하게 일할 수 없도록 하는 불편은 차별이기 때문이다."

활동보조서비스와 재활공학의 연관성도 명쾌하게 설명했다. "활동보조서비스는 활동보조인 인건비로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선진국에서 인건비가 얼마나 비싸느냐? 그런데 재활공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활동보조서비스에 투입되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재활공학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와 중앙정부의 조화로운 역할분담을 강조했다. 지역사회에는 재활보조기술서비스센터 설립, 재활보조기술임대프로그램과 재활보조기술재활용프로그램 운영 등을 제시했고, 중앙정부에는 재활보조기술지원법 제정 등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보건복지부, 정보통신부, 교육인적자원부, 산업자원부 등의 관련부처가 재활공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미국의 메디케어와 같은 의료보장체계를 수립하고, 정보통신부는 재활보조기술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정보를 제공해야한다는 것.

"장애인에 관련된 사항이라고 무조건 보건복지부가 할 일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버리고, 각 부처마다, 그 부처가 수행하는 국민서비스 안에 장애인이 동일하게 참여하고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우리 부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준다면, 한국이 IT강국으로 세계에 우뚝 섰듯이 한국이 장애인에 관해서는 AT(Assistive Technology, 보조공학) 강국으로 우뚝 서는 그날이 여러분들 손에 의해 어느날 문득 다가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리플합시다]복지부 활동보조서비스, 무엇이 가장 불만입니까?

중증장애인들이 김종배 박사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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