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발생한 정자역에는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박종태

지난 7월 27일 분당선 정자역에서 한 가족이 장애아를 휠체어에 태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던 중 지상에 거의 도달할 즈음 휠체어 바퀴가 에스컬레이터에 끼여 가족들이 다치고, 휠체어가 못쓰게 망가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족들이 사고에 재빨리 대처하는 바람에 다행히 휠체어에 타고 있던 장애아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장애아가 타고 있던 휠체어는 다시 못쓸 정도로 파손됐다. 가족들은 타박상을 입었다.

장애아를 포함해 총 4명의 가족들은 이날 지하철을 이용해 청계천 나들이를 다녀오던 중이었다. 오전에 정자역에서 공익요원과 역무원 도움으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는데, 오후 8시40분께 정자역에 도착해 호출벨을 여러 차례 눌렀지만 개찰구 문만 열어주고 직원이 오지 않아 가족들 스스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번 사고는 사망사고는 아니지만 4월 18일 화서역 휠체어리프트 장애인 추락참사, 7월 17일 제물포역 시각장애인 추락참사에 이어 코레일 관한 수도권 지하철에서 발생한 세 번째 사고로 연이어 사고가 터지고 있지만 관할 당국이 안전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사고 후 장애아의 어머니는 관할지역 코레일 수도권동부지사에 항의하고, 200만원 상당의 휠체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동부지사는 6대 4 정도로 보험처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어머니는 도움을 받아야할 사람이 도움을 받지 못해 사고가 난 것이라며 과실이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동부지사는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어머니는 “사고 후 처리과정에서 구걸하는 사람 취급을 받는 등 말로도 표현 못할 정도로 많은 아픔과 고통을 겪었다”면서 “세상은 따뜻하고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은 무참히 깨졌고 장애인을 무시하는 사회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무섭고, 아이가 이런 세상을 살아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많이 아프고 충격이 크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를 받아야 하느냐”면서 “두 번 다시는 절대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이런 사고는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직원들의 연수 교육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앞으로 정자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고 해도 장애인이 엘리베이터에 갇혀 구조를 요청하려 버튼을 눌러도 소용이 없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니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이 어머니의 생각이었다.

결국 이 어머니는 울분과 분노를 참다못해 지난 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이후 분당지역 장애인부모들의 모임에서 언론 등에 호소를 하고, 문제가 커지자 뒤늦게 수도권동부지사측이 집에 찾아왔고, 잘못을 인정하면서 고장 난 휠체어에 대해 보상했다.

사고를 당한 가족이 휠체어를 타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분당선 정자역의 장애인 편의시설은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곳에는 매표창구도 없고 장애인들이 불편한 무인 발급기만 설치되어 있다. 직원 인원을 감축해 2명만 근무하고 있어서 직원과 공익요원을 불러도 잘 오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는 승강장에서 맞이방까지만 설치되어 있고, 맞이방에서 지상까지는 장애인들이 사용하기를 꺼려하는 이동식 휠체어리프트만 있었다.

현재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설치를 놓고 성남시와 코레일측이 부담액 산정과 관련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결국 장애인들의 목숨을 가지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장애인들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있어도 예산이 없어서 엘리베이터 설치를 못한다고 하면 법률이 무용지물이 아니냐고 적절하고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고 당시 파손된 휠체어는 뼈대만 남아있는 상황으로 다시 사용하기가 어렵다. ⓒ박종태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꺼려하는 이동식 휠체어리프트. 휠체어 장애인을 태워 계단을 오르는 기계.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