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애아 부모가 고통의 삶을 증언하러 마이크를 잡았다가 슬픔이 복받쳐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제28회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가족부 청사 앞은 울음 바다가 되고 말았다. 장애아 부모 몇몇이 차례차례 마이크를 잡고 고통 속에 살아온 삶에 대해 털어놓자, 양 손에 피켓을 든 채 도로 바닥에 주저앉은 집회 참가자들은 눈물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집회는 전국 15개 장애아부모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준)가 마련한 '고통받고 있는 장애인 가족들의 증언대회'. 장애아부모 6명이 다른 장애아부모들 앞에 서서 자신들의 가족이 받은 고통을 고백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큰 아이는 지적장애 2급, 작은 아이는 자폐성장애 1급이라고 소개한 대구의 한 장애아 어머니는 "애들이 둘이다보니 150만원씨 매달 지출해야한다"면서 "아이들 교육비와 치료비 한다고 카드빚이 2천만원이 넘고, 은행빚이 3천만원이 넘는다"고 털어놓았다.

이 어머니는 "아이 아빠는 아침 7시10분에 나가서 새벽 3시에 들어온다. 원래 일하던 직장 월급만으로는 충분치가 못해서 9시까지 직장일을 하고 새벽 3시까지 배달일을 한다. 말이 투잡이지 40만원 더 벌려고 밤잠 못자고 새벽 3시까지 일하는 아이 아빠를 보면, 매일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흐느꼈다.

"아이 아빠도, 저도 언제까지 이렇게 버티며 살 수 있을지, 아이들이 더 커갈수록 아이들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다. 아이 아빠는 마음이 여려서 회사에서 아이들 생각만하면 혼자 운다고 한다. 가끔씩 힘들다고, 차몰고 같이 죽자고…."

장애인가족을 죽이지 말라고 촉구하는 피켓 뒤로 모든 부모들이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지체장애와 지적장애 중복장애를 갖고 있는 특수학교 중 1학년에 재학 중인 딸이 있다는 경남 함안의 한 어머니는 "걷지 못하는 딸을 안고 함안에서 서울, 그리고 지역 병원에 있는 잘한다는 병원을 수년 다니다보니 얻은 것은 골병과 산더미 같은 빚, 그리고 가정위기라는 것을 안아야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애미보다 더 큰 딸을 안고 가다가 넘어져서 앞니를 부러뜨리는 사고를 당했다"면서 "앞니 빠진 얼굴로 웃을 때마다 미안하고 가슴이 메인다. 또 다른 가정마냥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도 가고 싶지만, 나에겐 너무나 먼 얘기일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앞으로 아이가 커가면서 더 많은 육체노동이 뒤따를텐데, 사실 나는 아이가 커가는 것이 두렵다"면서 "이 사회는 어렵고 힘들게 사는 장애인 가족들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보여주지 않으니 모두 내가, 가족들이 짊어지고 가야할 업이 아니냐"고 정부와 사회를 비판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준)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정부는 장애인 가족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양육과 돌봄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고, 경제적 부담을 해소해야 하며 심리적, 정서적 문제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하고, 장애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한다"고 촉구했다.

보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 ▲장애인 가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장애인 가족지원 체계를 마련할 것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의 양육과 돌봄을 위한 도우미 제도를 도입할 것 ▲장애인 가족에 대한 사례관리서비스를 실시할 것 ▲장애인도우미뱅크를 설치·운영할 것 ▲장애인 가족의 역량강화 지원체계를 확대·강화할 것 등을 제시했다.

이날 증언대회를 마치고 장애아부모 200여명은 보건복지가족부 청사 앞에서 인도를 따라 보신각까지 보도를 행진하며 서울시민들에게 장애아 가족정책이 얼마나 절실한지 외쳤다.

그동안 고통의 삶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장애인가족들의 영정사진과 관을 배경으로 한 장애인부모가 자신의 삶을 증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바닥에 주저 앉은 장애인부모들이 모두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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