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인 크리에이터 ’노래하는 민이‘ 영상 캡쳐.ⓒ유튜브캡쳐

지난 5월 뇌병변장애인 크리에이터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넷상에서 화제된 바 있다. ‘노래하는 민이’ 경민 씨가 가수 임재현의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을 열창하는 모습에 네티즌들의 응원이 이어지며, 13일 기준 조회수가 254만회 돌파한 것.

그는 “저는 몸이 불편하고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크다”며 “노래를 계속할 수 있게 해주신 건 여러분들”이라고 말하며 구독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노래하는 민이’ 채널에는 현재 10cm의 스토커,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등 커버영상 총 36개의 동영상, 구독자 수는 12만8668명이다.

그 외 장애 관련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는 영화 ‘어른이 되면’ 장혜영 감독의 ‘생각 많은 둘째언니(구독자 4.7만명)’, 장애인 여고생의 일상을 담은 ‘굴러라 구르님(3.7만명), 1급 시각장애인 ’밀덕 리뷰기 ’브래드박(1.1만명)‘, 교통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전 마술사 함정균 씨가 장애인 편의시설, 여행 정보 등을 기록한 ’어쩌다장애인 함박TV(3.7천명)‘ 등이 있다.

여기에 예비 크리에이터인 중증장애인 4명이 유튜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나이도 다양하다.

왜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으세요?

13일 해냄복지회 ’중증장애인 크리에이터 양성교육‘ 모습.ⓒ에이블뉴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정동주 씨(28세, 뇌병변․지적 2급)는 ‘정동주TV’라는 채널명으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할 예정이다.

평소 산책, 영화감상 등을 즐기는 그는 전동휠체어를 탄 채 편의시설 정보, 영화관 휠체어 사용 꿀팁, 영화 리뷰 등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정 씨는 “아무래도 휠체어를 타고 있다 보니까, 바라보는 시선들이 좋지 않다”면서 “좁은 길을 갈 때 살짝만 쳐도 인상을 찌푸린다. 유튜브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배려를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왼쪽 팔을 사용하지 못하는 김미선(가명, 59세, 지체 2급) 씨는 “사람마다 생각해보면 한 가지씩은 잘하는 게 있다”면서 자신의 취미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음악감상을 즐기는 김 씨는 ‘가을비’라는 주제로 음악과 영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게재한 경험도 있다. 김 씨는 “강남역에는 주로 쇼핑을 할 수 있는 곳들이 많은데, 중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옷 쇼핑 거리 등을 영상으로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냄복지회는 직업영역으로서 전문 장애인 크리에이터 양성을 목표로 ’오늘의 주인공은 나야나!‘ 양성과정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5일까지 총 8회로, 1인 미디어 기초와 영상 편집 교육, 방송국 견학, 선배와의 만남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교육생들이 가장 관심이 가는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장애 당사자가 직접 콘텐츠를 구성, 편집해 실제 대중들과 만나고 있는 ’선배와의 만남‘.

’브래드박‘ 채널을 운영하는 박준현(28세, 시각1급) 씨는 “대한민국에서 시각장애인 유튜버 중 구독자 1만명을 달성한 유일한 사람”이라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에이블뉴스

13일 서울 역삼1동주민센터에서 진행된 '선배와의 만남' 교육에서 ’브래드박‘ 채널을 운영하는 박준현(28세, 시각1급) 씨는 “대한민국 시각장애인 유튜버 중 구독자 1만명을 달성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3년간의 크리에이터 경험을 공유했다.

’BB탄총‘으로 불리는 ’에어 소프트건‘ 리뷰가 주요 콘텐츠인 그는 전문용어, 제품의 부품 하나하나를 살펴 시청자들에게 설명한다. 밀리터리 덕후 즉, ’밀덕‘인 그는 전투식량 먹방 콘텐츠도 진행하기도 한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총을 좋아했어요. 강단에 서서 3시간 떠들라고 하면 2박 3일 정도 떠들 수 있을 정도로 밀리터리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어요. 제가 특출나게 대단해서 채널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에 대해 자신감이 있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밀리터리 덕후인 ’브래드박‘ 채널 영상.ⓒ유튜브 캡처

빛의 유무만을 파악할 정도의 시력을 가진 그는 스마트폰 음성 출력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고, 그 외엔 전부 감으로 촬영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너 시각장애인 아니지?”란 악플이 많이

달린단다. 이에 대해 ’브래드박‘의 대처는?

“시각장애인이지 않길 바라는 사람은 누굴까요? 바로 나 자신이죠. 장애는 극복할 수 없고 바꿀 수 없고 인정하고 살아갈 수 없는데, 악플 다는 사람이 있길 마련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어그로 끌어서(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거슬리는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것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 수익 창출보다는 비장애인이 만든 편견을 깨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애인인데 뭐 어쩌라고? 이런 식으로 당당하게 컨텐츠를 찍으세요.!”

교육 담당자인 해냄복지회 조하늘 주임은 “중증장애인 분들이 취업을 할 때 제약이 많다. 그래서 취업이 아닌, 재능 하나만 있으면 수익을 낼 수 있는 크리에이터를 직업 개념으로 양성하고자 한다”면서 “만약 취업한 장애인도 취미삼아 크리에이터를 겸한다면 일석이조가 되지 않을까 싶어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4명의 수료자들이 직업인으로서 꾸준하게 영상을 올리고, 수익 또한 낼 수 있도록 보수교육도 이어갈 예정”이라면서 “반응이 좋다면 내년에는 좀 더 체계적으로 교육을 구성해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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