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를 착용하는 배현우 씨가 호흡곤란을 호소하자, 그의 활동지원사는 일사불란하게 대처를 마쳤다.ⓒ에이블뉴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에 전동휠체어를 탄 근육장애인을 케어하는 활동지원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침대형 휠체어를 탄 근육장애인이 비를 맞지 않도록 꼼꼼하게 우비를 입히고, 젖은 얼굴을 수건으로 닦아줬다.

인공호흡기를 착용하는 고위험희귀난치근육장애인생존권보장연대(이하 근장생존권보장연대) 위원장인 배현우 씨가 호흡곤란을 호소하자, 그의 활동지원사는 일사불란하게 대처를 마쳤다. 이 모습을 보며 몇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만약 지금이 휴게시간이었다면 어땠을까. 배 씨의 생존권을 어느 누가 담보할 수 있을까. 휴게시간 동안 배 씨가 위험에 처하면 누구의 책임으로 돌릴 것인가.

굵은 소나기를 맞으며 최중증 근육장애인 최용호 씨(26세, 남)가 힘겹게 정부와 국회에 호소했다. “부디 저희를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최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 특례업종 포함을 촉구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이달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장애인활동사업이 포함된 사회복지사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며,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근무 중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활동지원사가 4시간 근무 시 30분, 8시간 근무 시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의무적으로 부과해야 한다. 이 휴게시간은 무급으로, 휴게시간 위반 시 활동지원기관은 2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장애계는 시행 전부터 “서비스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기계적 법 적용”이라며 반발했으며, 정부는 부랴부랴 고위험 중증장애인 800명만을 대상으로 대체인력 투입, 활동지원사 교대 근무, 가족 활동보조 허용 등 대안을 내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서비스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미봉책이라고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으며, 많은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근장생존권보장연대 배현우 위원장은 “복지부에서 생각한 대책은 최중증장애인들의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다. 우리도 사회생활도 하며 학업도 한다. 휴게시간 때문에 활동지원사들이 이동해야 하며, 생계로 일하는 활동지원사들은 수입마저 감소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고위험희귀난치근육장애인생존권보장연대 기자회견.ⓒ에이블뉴스

뚜렷한 해결책이 없자, 장애인활동지원제공기관협의체,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등이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지만, 그 방향성에서 모든 의견이 통일되기란 쉽지 않다.

지난 3일 윤소하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을 모아 분기, 반기별로 지급하는 ‘휴게시간 저축제’를 대안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노조가 지난달 임시총회를 통해 제도개선 방향으로 요구한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장생존권보장연대는 ‘휴게시간 저축제’가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근장생존권보장연대는 “저축제는 활동지원사의 휴가기간 동안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활동지원사의 ‘최중증장애인 기피현상만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표했다.

이들은 현실성 없는 대안들에 차라리 다시 특례업종에 포함시켜달라고 주장해오고 있다. 근장생존권보장연대는 청와대에 이 같은 내용의 국민청원을 올렸으며, 현재 총 9243명이 동참한 상태다.

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고위험희귀난치근육장애인생존권보장연대 기자회견.ⓒ에이블뉴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범구 씨는 “휴게 시간에 맞춰 저의 권리를 포기해야 하느냐”고 되물으며 “활동보조의 특성상 따로 휴게시간이 없더라도 충분한 여유 시간이 있으니 특례업종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활동지원사 권소영 씨도 “근육장애인들은 4~5시간 동안 관장을 4~5번 한다. 휴게시간 때 내가 자리를 비우고 대체인력이 있으면 결국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장애인 입장에서는 학대가 되는 것”이라면서 “활동지원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특례업종 포함에 동의했다.

사랑나누미장애인활동지원센터 윤전호 원장도 “근육장애인은 산소호흡기, 콧줄까지 끼어있는데 근육마비까지 오면 전문적인 활동지원사도 당황하는데 1시간 대체인력자가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며 “여론을 다시 한번 수렴해서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시정해달라”고 피력했다.

한편, 근장생존권보장연대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활동지원 특례업종 포함 내용과 장애인 차등수가제 도입 등이 담긴 면담요청 및 정책질의서를 각 정당에 전달했다.

고위험희귀난치근육장애인생존권보장연대 배현우 위원장이 바른미래당 정중규 장애인위원장에게 정책질의서를 전달하고 있다.ⓒ에이블뉴스

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최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 특례업종 포함을 촉구하고 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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