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열린광장에서 열린 420장애인당사자 권리찾기 대행진에서 장애인당사자들이 장애인권리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에이블뉴스

정부가 작성한 국제장애인권리협약 비준동의안에 일부 조항의 비준을 유보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곧 국회에 제출된 예정인 국제장애인권리협약 비준동의안에서 건강권을 다루고 있는 제25조의 (e)항 ‘건강보험과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규정된 국내법에 의해 안정된 생명보험이 장애인에게 차별적으로 제공되는 것을 금지한다’의 비준을 유보하기로 했다.

또한 장애인권리협약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인 ‘개인통보’(Individual Communication) 제도 및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조사권’ 등 총 18개 조항으로 구성된 선택의정서의 비준도 유보하기로 했다.

제25조 (e)항의 비준을 유보하기로 한 이유는 ‘15세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는 상법 제732조와 상충된다는 것이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법 제732조는 자기를 보호할 능력이 완전하지 않은 사람들을 생명보험에 가입시키고 보험금을 노리는 범죄행위의 소지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나 장애인들의 보험 가입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으로 악용되고 있는 지적이 있어서 꾸준히 개정 논의가 있었던 조항이다.

선택의정서는 지난 2007년 3월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유엔에서 열린 장애인권리협약 서명개방식에서 장애인권리협약 비준을 약속하는 서명을 할 때, 일부러 빠뜨린 것이어서 일찍부터 비준 유보가 예상됐던 것이다.

정부가 선택의정서 비준을 유보하기로 한 것은 개인이나 단체가 직접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고, 이 위원회의 국가 조사권을 인정하는 선택의정서까지 비준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입장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장애인인권센터 이석구 소장은 “국내법과 충돌되는 조항을 비준해서 혼란을 주는 것이 우려돼서 비준을 유보한다면 앞으로 몇 년 내에 어떻게 국내법을 정비해서 비준하겠다는 계획을 함께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특히 “선택의정서에 대한 비준도 무작정 유보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 비준하겠다고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정부가 장애인권리협약을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 22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장애인권리협약한국비준연대는 국무회의에서 비준동의안이 처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22일 성명을 내어 “우리는 장애인권리협약의 형식적인 비준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권리협약은 각 조항에 대해 유보나 해석유보 없이 비준돼야 한다. 또한 협약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의정서도 반드시 비준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법과 제도의 검토와 보고서 작성을 위한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준비를 위한 워킹그룹(working group)'을 설치 할 것을 주장한다”면서 “이 워킹그룹을 구성할 때 장애유형, 장애여성, 장애정도를 고려하여 반드시 장애인당사자가 과반수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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