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유행가에 ‘단장의 미아리고개’라는 노래가 있다. 여기서의 단장(斷腸)이란 창자가 끊어지듯이 마음이 몹시 슬프다는 뜻이다. 그런데 몹시 슬플 때는 창자가 끊어지듯이 가 아니라 정말로 끊어진다고 한다.

조선 중종 때의 학자 어숙권(魚叔權)의 저서 ‘패관잡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세종연간에 어숙권이 옥곡에 있었을 때 일이다. 집주인 홍준이라는 이가 꾀꼬리 모자를 얻어 와 어미와 새끼를 각기 다른 조롱 속에 넣어 길렀다.

재활협회 김영환 회장이 모범장애인에게 표창장 수여 ⓒ이복남

새끼가 날마다 울어대는 것을 보고는 어미가 그리운 모양이라 여겨 새끼를 어미 조롱 속에 넣어 주었더니 새끼를 본 어미가 이상한 소리를 지르더니 그만 죽어 버렸다. 혹시 먹이를 잘못 먹었나 싶어 어미의 배를 갈라 보았더니 창자가 열여덟 토막이 나 있었다고 한다. 그리움에 사무친 모정이 단장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었다.

지난 10월 11일 부산장애인재활협회(회장 김영환)에서는 제22회 ‘근로 장애인의 밤’이 노블리아 뷔페 노블룸에서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박광순 부산지사장이 격려사를 하면서 꾀꼬리이야기를 했다. 장애인 고용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도 자식을 사랑하는 어미 꾀꼬리처럼 단장의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 복지건강국 이용호 국장의 축사 ⓒ이복남

재활협회 관계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그렇게 취업시킨 많은 사람 들 중에서 취업자 대표로 KFC 해운대 스펀지 지점에서 근무하는 김정희(지적장애 3급)씨가 사례발표를 하였는데 어머니가 직장에 다니고 있어 현재 같이 살고 있는 고모가 나와서 정희양의 취업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재활협회에서는 ‘장애인복지일자리 시범사업’으로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을 부산중앙우체국에서 6명의 장애인이 우편물 분류작업을 하고 있는데 부산우체국 물류과 윤종천 과장은 장애인들이 일을 잘하고 있다고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부산지사 박광순 지사장의 격려사 ⓒ이복남

사업주 대표로는 미진기업의 손진기 사무장이 사례발표를 했는데 미진기업은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로 서부산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미진기업이 운영하는 서부산영업소는 지반이 약해서 지하통로를 만들 수 없는 곳이라 근무자들이 도로 위를 건너 다녀야 되는 위험한 곳이라 처음에는 장애인 고용은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장애인 사례발표를 하는 김정희(우)씨와 고모(좌) ⓒ이복남

그런데 서부산요금소에서는 하루 4천여 대의 차량이 통과하는데 그중에 1천 5백대 정도가 장애인 차량이라는 사실을 접하면서 장애인 고용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하통로가 없어 근무여건은 열악하지만 이동경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최적의 동선을 구상하고 가능한 근거리 요금소로 배치하는 등 심혈을 기우려 한명씩 고용하기 시작한 것이 현재 전체 직원 75명 중에 12명의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손진기씨는 앞으로도 결원이 생기면 장애인으로 고용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사업주 사례발표를 하는 미진기업의 손진기 사무장 ⓒ이복남

장애인이 고속도로를 통과하면서 요금 할인을 받으려면 일단은 할인카드가 있어야 하고 그 카드에 명시된 차량에 본인이 탐승을 해야 한다. 그런데 가끔 언론에도 보도가 되듯이 부정사용자들로 인해 직원들과 옥신각신 실랑이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손진기 사무장의 말에 의하면 본인이 아닌 부정사용자라 하더라도 부모형제 등 가족이라면 할인되지 않은 통행료만 징수하고 보내주지만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 이를테면 친구 등 다른 사람이 할인카드를 내고 할인 받으려고 했을 때는 원래의 통행료에다 면탈요금 즉 할인 받고자 하는 요금의 10배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애인복지혜택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법이나 제도를 악용하여 전체 장애인들을 욕되게 하는 일은 제발 삼가 해 주었으면 좋겠다.

재활협회 어머니후원회의 수화공연 ⓒ이복남

유료도로법[일부개정 2005.1.27 법률 7386호]

제20조 (부가통행료의 부과·수납) ①유료도로관리청 또는 유료도로관리권자는 당해 유료도로를 통행한 자가 사위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통행료의 납부를 면탈하거나 할인받은 때에는 당해 통행료 외에 면탈 또는 할인받은 통행료의 10배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부가통행료(附加通行料)를 부과·수납할 수 있다.

오카리나연구회 박은숙 회장의 오카리나 연주 ⓒ이복남

이어서 재활협회 어머니합창단의 수화노래 공연과 박은숙 오카리나연구회장의 오카리나 연주가 있었다. 풍성한 저녁 만찬을 즐기고 2부 행사로 레크리에이션을 한국심성교육개발원 김정욱 교육위원의 진행으로 이어졌다. 좋은 말씀에 아름다운 선율과 맛있는 만찬, 즐겁고 재미난 여흥 뒤에는 풍성한 상품들을 한 아름씩 안겨준 멋진 가을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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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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