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체험홈에 입주하기 위해 보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면접을 보았었습니다. 그 날은 어찌나 긴장이 되고 떨리던지…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손에 땀이 납니다. 다행히도 면접에 통과되어 체험홈에 입주하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체험홈 공간이 굉장히 낯설어서 잠이 잘 오지 않았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체험홈에 입주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장승희(지적장애 2급) 씨는 힘주어 이야기한다.

그녀는 스물여덟에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체험홈에 입주했다. 과년한, 그것도 지적장애 딸이 집을 나가서 살아보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들이 그러라고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세상살이가 녹녹하지 않은데 장애인 몸으로, 그것도 여자가 나가서 살겠다니……. 완강한 아버지를 간신히 설득하여 허락을 받아서 집을 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집을 나오긴 했지만 장애인이란 이유로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며 집에서 가족들의 보호만 받으며 살았으니 어찌 쉬운 일들이 있었겠는가.

혼자 거주하는 커다란 공간이 낯설고 무섭기도 했지만, 그 보다 요리를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보았을 때, 모양은 비슷하게 나왔는데 맛은 실패였다. 그동안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을 먹을 줄만 알았지 본인이 직접 해보질 않았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실패하고 보니 굉장히 아쉽고 아까웠다. 그리고 상실감 또한 컸다.

어려서부터 어머니께서는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늘 해 주시던 말씀을 잊지 않고 있었기에 밥은 꼭꼭 먹어야 했다.

그래서 ‘다른 것은 몰라도 요리는 배워보자’라는 생각으로 인터넷과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서 음식의 레시피를 익혔다.

스스로 요리를 하게 되면서 세상에는 조리법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그동안 어머니 슬하에서 얼마나 호강으로 살아왔는지를 알게 된 것이라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요리 솜씨 또한 늘어 지금은 많은 음식들을 해낼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명절 때면 집에 가서 어머니께서 하시는 제사 음식도 척척 도와드릴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고 한다.

요리에 맛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안승서

요리에 맛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안승서

체험홈에 입주하면서 여가활동으로 여러 곳을 여행을 할 수 있었지만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제주도 여행이라고 한다.

제주도에서 고기국수를 먹었는데 고기국수가 어찌나 맛있던지 대전으로 돌아와서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서 스스로 만들어 먹어보기로 하였다.

과연 그 맛이 어땠을까?

역시 식당 아주머니의 솜씨는 남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 기억에 남는 곳이 오설록 녹차 밭에서 먹어보았던 녹차 맛이 너무 좋아서 행복했단다.

제주도 여행에서 한 폼잡아봄 ⓒ안승서

그녀는 체험홈에서 2년 동안 자립교육을 받으며 많은 경험들과 체험 등을 하면서 자립생활을 익혔다.

그리고 2018년 10월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자립을 했다.

자립생활 기념식 ⓒ보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하면서 복지일자리를 하면서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으며 주말이면 편찮으신 시골 외할머니 댁에 어머니와 함께 가서 염소를 돌봐주고 있다.

염소에게 먹이도 주고 염소의 똥도 치워준다고 하는데 웬일인지 염소의 똥이 조금도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염소새끼는 너무너무 예쁘다고 한다.

그녀에게 꿈이 있다.

요리에 남다른 관심과 재능을 가지고 있기에 요리사가 아닐까? 했는데 의외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 꿈은 요양보호사가 되는 것이다. 요양보호사가 되어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정성껏 도와드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어떤 꿈이든 사람이 한 가지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꿈을 향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는 장승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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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서 칼럼리스트
장애인당사자의 권익옹호와 정책발전을 위한 정책개발 수립과 실행, 선택에 있어서 장애인참여를 보장하며 지역사회 장애인정책 현안에 대한 제언 및 학술활동 전개를 위하여 다양한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대전지역 장애인복지 증진과 인권보장에 기여하는데 목적을 둔 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로서 장애인들의 삶의 가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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