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틈에 있는 다윤 ⓒ최선영

토요일마다 톡이 울린다.

“이번 주는 꼭 왔으면 좋겠어...”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표정을 짓는 이모티콘을 보며 다윤은 “그래.. 이렇게 부탁하는데 한 번쯤은 가야겠다.”라고 혼잣말을 한다.

“환영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다윤을 향했고 쏟아지는 관심에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미소로 그 모든 관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피아노도 잘 치겠네요?”

“아뇨, 피아노 못 쳐요.”

“아... 그래요? 그럼 그림은요?”

“저.. 그림은 정말 못 그려요. 싫어하고요.”

“공부는 엄청 잘해 보여요.”

“공부는 중상위권이에요.”

다윤은 사람들의 눈빛에서 실망을 보았다.

“혹시 과 수석으로 들어왔다는 여학생이 너야?”

대학에 들어와서 들었던 첫 질문이었다.

“아니, 나 아닌데.”

다윤을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윤이 특별한 재능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는 것 같았다.

“난 그냥 평범한데 왜 다들 내게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다윤이 MT를 갔을 때 그 특별한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다윤이 참 대단하네. 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여기까지 오고.”

교수님의 말에서 다윤은 모든 사람들 속에 장애인에 대한 두 가지 편견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을 향한 두 가지 편견 ⓒ최선영

장애인은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결과물이 있을 거라는 것이다.

닉부이치치나 헬렌 켈러 같은 사람들을 보며 모든 장애인이 저렇게 감동을 주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그런 기대감이 있는 것 같았다. 다른 편견은 흔히 갖는 장애인이니까 못할 것이라는 시선이다.

그런 두 가지 편견 속에 다윤은 주어진 삶에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평범하게 다른 대학생들처럼 다윤도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고 졸업을 했다.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는 곳에서 받은 질문의 공통점은 장애가 있는데 이 일을 해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내가 평범하게 살아서 이런 것일까? 장애인이면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며 취업을 하겠다는 게 잘 못된 것일까?”

다윤은 자기보다 못한 실력임에도 합격하는 친구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두고 당연히 비장애인을 채용하는 게 어쩌면 이 현실에서는 당연한 것인데... 나는 왜 동등하다고 착각했을까...”

다윤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던 적은 없었다. 공부하는 학생이니까 공부했고 좋아하는 분야는 좋아하니까 열심히 했을 뿐이다.

스스로에게 편견을 두지 않았지만 세상은 다윤이 장애인이 되는 그 순간부터 이미 다르게 보고 있었다. 특별한 기대치를 두거나 외면하거나.

“나는 세상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며 살아야 할까? 아니면 그 편견의 벽 앞에 그냥 이렇게 무너져야 하는 걸까?”

졸업을 하고 사회에 발을 내딛고 보니 평범한 삶은 살아온 다윤에게 부는 세상의 바람은 생각보다 더 싸늘하고 시렸다.

“그래... 요즘은 박사들도 취업을 못하는 세상인데...”

위로의 말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다윤은 출판사를 해보자는 친구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 그저 그런 사람들이 모였다.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윤은 지호를 만났다.

평범한 외모 소탈한 성격의 지호가 자꾸만 다윤의 눈에 들어왔다.

지호와 이야기 나누는 다윤 ⓒ최선영

“휴일에 뭐 하세요?”

“전 주일에는 교회에 가요.”

“교회?...”

“네 같이 가실래요?”

다윤은 고등학생 시절이 생각났다. 친구의 톡을 받고 갔던 교회.

안 좋은 기억은 있었지만 지호와 함께 하고 싶어 교회를 따라갔다.

특별한 기대를 가지고 보던 불편한 시선도 장애인에 대한 다른 편견도 이곳에는 없는 것 같아 좋았다. 무엇보다 지호가 그랬다. 편견 없이 다윤과 함께 하는 지호... 그래서 지호가 더 좋아졌다.

좋아하는 마음은 다윤이 먼저였지만 거리를 좁혀오며 사랑을 고백한 건 지호였다.

“왜 좋아하는지.. 그런 흔한 질문은 하지 마세요. 그냥 좋아하는 거니까.”

“그냥... 저랑 똑같네요.. 저도 그냥 지호 씨가 좋은데.”

평범하지만 예쁘게 사랑을 만들어가는 두 사람을 친구들은 축하하며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호 부모님은 다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안해요. 좋은 아가씨 같은데.. 자식 가진 부모 입장에서 도저히 허락할 수 없네요. 제발 부탁이니 지호를 만나지 말아 주세요.”

“제가 장애인이어서 그런 건가요? 좋은 사람 같은데 장애인이어서 싫다는 말씀이시잖아요.”

“네 솔직히 말하면 그래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어요. 저도 처음부터 장애인은 아니었고요.”

지호도 다윤도 부모님을 설득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우리 지호 평범하게 살기를 원해요.”

“어머님, 지호 씨가 저를 만나면 평범하게 못 사나요? 저도 평범하게 살고 싶고 그렇게 살아왔어요.”

“아가씨... 미안한 말이지만 평범하게 못 살아요. 장애인은 벌써 보이는 모습이 다른데 어떻게 평범하게 살아요?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난 우리 아들을 장애인과 함께 평생 살게 할 수는 없어요. 미안해요 이런 말까지 해서.”

다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어머니의 말에 지호는 몹시 괴로워했다. 다윤은 힘들어하는 지호의 곁을 떠나기로 했다.

“사랑하지만 헤어진다는 말... 영화에서나 나오는 말인 줄 알았어.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 하며 주인공의 말을 비웃었는데... 내가 그 주인공이 되었네... 호호”

다윤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하늘을 향해 소리치는 다윤 ⓒ최선영

“장애인은 평범하게 살면 안 되나요?"

하늘을 향해 소리치며 다윤은 다시 한 번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외쳐본다.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특별한 기록을 세우지 않더라고 평범한 삶에서 행복을 누리고 싶은 소망, 장애인이라는 편견의 벽이 없는 그런 세상에서 평범하게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은 바람을 담아 다윤은 소리친다.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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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서 근무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로 담아 내려고한다. 동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져 보이지 않는 편견의 문턱이 낮아지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어우러짐의 작은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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