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단체사업의 일환으로 척수장애인을 위한 올바른 휠체어스킬을 공부하고 보급하기 위하여 6명의 단원이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6박 7일간 캐나다 벤쿠버 척수장애와 관련된 관계기관을 방문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8회에 나눠 연재하고자 한다.첫 번째는 캐나다 척수장애인의 롤모델 ‘릭 한센과 샘 설리반’에 대해서다.

이번 연수의 목적은 휠체어스킬을 배워서 국내에 보급하는 것이다. 3년간의 프로젝트로 시행될 이 사업은 최근 척수장애인들이 어깨의 이상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척수장애인에게 휠체어는 평생의 동반자이고 지지자이다. 특히 수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척수장애인들에게는 스스로의 힘으로 이동한다는 자긍심이 있다. 가볍고 성능이 좋은 휠체어가 필요하고, 올바르게 휠체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깨의 손상을 최대한 줄이면서 사회활동을 지속할 수가 있다.

최근 활동형 휠체어의 건보지원수가가 47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되었지만 아직도 충분치 않은 지원이다(휠체어의 가격은 400만원 이상). 어깨가 손상되어도 팔의 근력이 3등급이하가 아닌 이상 전동휠체어의 처방도 안 되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어깨를 보호하고 올바른 자세를 갖도록 애를 써야 한다.

처음에는 연수를 스웨덴 스톡홀롬에 있는 척수재활센터의 휠체어스쿨 프로그램을 견학하려 했다. 이곳에서는 척수장애인 당사자 코치가 3주간의 일정으로 휠체어 사용의 A부터 Z까지를 가르쳐 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캐나다 벤쿠버로 여정을 돌린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이곳 캐나다는 다른 나라와는 다른 척수장애에 대한 남다른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단과 연구소, 클리닉, 재활병원과 척수협회, 레저지원 등이 촘촘하게 연계되어 특히 척수장애인에게는 아주 친화적이고 신뢰적인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 또한 가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 중심에는 캐나다 장애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두 명의 척수장애인 당사자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릭 한센(Rick Hansen)과 샘 설리반(Sam Sullivan)이 그 당사자이다. 두 사람 모두 캐나다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이 분명하다.

릭 한센(사진 좌)과 샘 설리반(사진 우)의 모습. ⓒhttp://www.samsullivan.ca

지인이 준 릭한센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이 분을 간절히 만나고 싶었는데 이번 일정에서 아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실제로 벤쿠버에 며칠을 머물면서 이 두 분의 선한 영향력이 이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과 실질적인 사회변화를 어떻게 일으켰는지를 여러 면으로 체험하게 되었다.

릭 한센은 1957년생이고 어려서부터 유명한 운동선수였다. 15세 때 트럭사고로 하반신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된다. 이후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하였고, 휠체어 배구와 휠체어 농구, 휠체어 마라톤으로 두각을 나타냈고, 휠체어 마라톤으로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하여 3개의 금메달과 2개의 은메달, 1개의 동메달을 획득한 체육인이기도 하다.

이후에 암에 걸린 동료가 암 연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캐나다 전국투어를 하다가 암이 재발하여 중도에 중단되는 과정을 보며 그의 용기에 영감을 얻어 척수장애에 대한 인식개선과 치료법개발을 위한 모금을 위해 전 세계를 투어 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1985년 3월 21일에 벤쿠버 오크릿지 몰(Oakridg Mall)에서 “Man in Motion 월드투어”를 시작하였고, 2년2개월 2일 동안 4개 대륙 34개국에서 4만Km가 넘는 대장정을 무사히 마치면서 국제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이때 모금된 2,600만 캐나다 달러(현재가치로 한화 약 220억원)으로 릭한센재단을 설립하고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사업과 척수치료를 위한 사업에 지원을 한다. 브루손 척수센터(Blusson Spinal Cord Center), 릭한센 연구소(Rick Hansen Institute), 척수연구소(ICORD)의 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후에 이 기관들의 방문기를 쓸 예정이다).

현재까지도 캐나다 사회의 장애인식의 변화를 위해 모금활동과 지원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지대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브루손 척수센터에서 잠시 뵐 기회가 있었는데 매우 겸손하고 푸근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점심을 위한 종이봉투를 손수 들고 함께 간 일행들에게 일일이 악수와 인사를 해 주었고 한국에서 필자가 가져 간 본인의 자서전에도 따스한 격려의 글을 친필로 써 주셨다.

평생을 장애인식개선과 접근성개선, 척수손상 치료를 위해 열정을 불태운 그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학교 내 인식개선교육에도 관심이 많은 릭 한센. ⓒ릭한센재단

블루손 척수센터 로비에서 릭 한센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필자. ⓒ이찬우

필자가 소장하고 있던 자서전에 친필로 사인과 덕담을 받았다. ⓒ이찬우

또 한 사람의 척수장애인인 샘 설리반(Sam Sullivan)은 1959년생으로 19세 때 스키사고로 목뼈가 부러지면서 사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우울증 등으로 투병을 하였지만 재기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장애재단(Disability Foundation)을 설립하여 현재까지도 운영을 하고 있다. 이 기관은 보조기기지원, 장애인들이 세일링, 트래킹, 패들링, 카약 등의 레저를 지원하는 사업, 음악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후에 이 기관들의 방문기도 쓸 예정이다).

정치에도 입문하여 벤쿠버 시장을 역임하였고, 2006년 이탈리아 트리노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차기 개최지인 벤쿠버의 시장으로 참석하여 휠체어에 특별히 내장된 브래킷에 올림픽 깃발을 꽂고 휠체어를 앞뒤로 움직여 흔든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이후에 벤쿠버를 장애인이 편히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대중교통 이용과 건물 접근성에 전혀 불편이 없도록 하였고 2010년 벤쿠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였다. 이 대회의 개막식에 릭한센이 최종 성화주자로 참여하였으니 참 멋진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지금도 정치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2017년도에도 재선되어 지역 사회, 스포츠 및 문화 발전 장관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벤쿠버에 있는 동안 아무 불편을 느끼지 못한 것이 이 두 사람의 큰 노력 이었다 생각하니 숙연해진다.

2016년 트리노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차기 개최지인 밴쿠버시장 자격으로 올림픽기를 인수하여 흔드는 샘 설리반. ⓒhttp://www.samsullivan.ca

티베트 망명정부 정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인사하는 샘 설리반. ⓒhttp://www.samsullivan.ca

한국에는 척수장애인으로써 이 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영향력의 기준을 잡기가 어렵겠지만 강력하게 또는 지속적으로 변화를 이끈 인물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만일 없다고 슬퍼할 일은 아니다. 누군가가 그 일을 하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일도 우리가 할 일이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그런 삶을 살도록 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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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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