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927회(3.월 9일) 예고편, 할머니와 거구 사나이의 한 장면. ⓒSBS화면 갭쳐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기하고 놀랍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6mm 디지털카메라로 밀도 있게 담아 방영한다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기획의도를 밝히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장애인이 등장한다면 재미있는 대상이 되거나 신기하거나 놀라운 대상이 된다. 물론 감동적인 대상이 될 수도 있겠으나 미담으로 과장된 것이 아니면 진솔한 장애이해를 기대하기란 힘들 것 같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제목 자체가 특별하고 흥미로운 것을 지향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목요일 저녁 8시 55분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이 10%대를 보이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3월 9일 927회 방송에서는 ‘할머니와 거구 손자’이야기가 방송되었는데, 이 프로그램 예고 방송물부터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29세 지적장애인을 팬티만 입힌 채 온몸을 알몸 상태로 방송하였다. 이는 의도적으로 촬영을 위해 옷을 벗긴 것인데, 얼마나 심각한 비만상태인지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비만 상태를 사람들에게 강조하기 위해 카메라를 한 사람의 몸에 클로즈업을 한 다음, 발 아래에서부터 위로 서서히 올라가면서 촬영하였다. 그러다가 니쇼트 기법을 사용하여 무릎 위를 한 앵글에 담아 전체를 보여준다. 카메라 위치는 로우 앵글기법으로 바닥에서 위로 쳐다 보면서 촬영을 하는데, 그렇게 하면 몸은 더욱 비대하게 보인다.

김화평 씨의 옷을 입은 모습. ⓒSBS화면 갭쳐

옷을 입은 다른 사진과 비교하여 보면 특수한 촬영기법을 사용하여 흥밋거리로 과장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대구시 남구에 거주하고 있는 할머니가 직접 제보한 것이라고 한다. 손자를 돌보는 것이 너무 힘들어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소재거리만 제공받고 흥밋거리로 만들어버린 것이 아닌가 한다.

예고를 위한 글에서는 방송 프로그램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키 157cm 몸무게 160kg 거구 사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간 곳은 대구. 저 쪽에서 걸어오는 한 남자! 한 눈에 봐도 육중한 몸 때문에 걷는 것조차 힘겨워 보일 정도. 갑자기 불어버린 살 때문에 힘들어하는 손자를 위해 할머니가 제보한 것인데... 오늘의 주인공은 키 157cm, 몸무게 160kg에 달하는 거구의 몸을 지닌 김화평(29) 씨다. 겉보기에도 확연히 드러나는 비대한 몸을 가진 화평 씨. 온몸이 살로 뒤덮여 보는 사람도 버거울 정도다. 맞는 옷이 없어 매번 만들어 입어야 하기에 할머니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닌데...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나 5살 때 부모에게 버림받은 화평 씨. 때문에 화평 씨를 돌보는 건 온전히 할머니의 몫이다. 그 누구보다도 살을 빼서 건강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인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힘겨운 발을 내딛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순간포착에서 만나보자.”

여기서 김화평 씨를 지적장애 2급으로만 소개하고 있다. 김화평 씨는 프래더 윌리 증후군으로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염색체 이상 증세로 평생 식탐과의 전쟁을 해야 한다. 프래더 윌리 증후군은 지적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지 소개에서 지적장애라고만 소개를 할 경우 마치 비만이 우둔한 지적장애로 인한 것처럼 오해가 되기 쉽다.

그리고 온몸이 살로 뒤덮여 보는 사람도 버거울 정도라고 하고 있다. 프래더 윌리 증후군의 경우 체중조절에 실패하면 몸무게가 순식간에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살이 온몸을 뒤덮여 있다는 표현과 보기에도 버겁다는 표현은 비만인에게는 상당히 자극적이고 비인격적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부산일보 등 여러 신문에서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거구라고 소개하였는데, 지적장애가 앓고 있는 질병의 하나로 인식되면 곤란하다. 눈은 나쁘다고 표현하고, 지적장애는 앓는다고 표현하면 사전적 의미로 고통과 괴로움을 느껴야 하고, 질병에 걸려야 하는 것이다. 기질적 원인은 병이 아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은 거구나 비만이라는 단어를 다른 방송물에서도 자주 사용하는데, 살을 빼는 일이나 몸에 대한 가치기준을 시청자들에게 잘못되게 심어주는 결과를 만든다.

예고 프로그램의 자막들을 보면, “거구 사나이의 돌발 행동과 할머니의 눈물, 멈출 수 없는 식탐, 점점 더 과격해지는 성격, 160kg의 거대한 몸집의 사나이, 막내아들과 같은 귀한 손자입니다. 너무 감당하기가 어려워요,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라고 적고 있다.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궁금증을 유발하여 흥미위주의 소재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할머니의 어려움이나 주인공의 입장을 사람들에게 소개하여 바른 이해를 구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문구로 보기 어렵다.

본방에서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면 구체적 아픔이나 사정을 잘 전해주고 있을까 기대를 하였다. 그러나 전혀 주인공의 이미지나 전달하고자 하거나 공감을 바라는 구체적 표현은 찾기 힘들었다.

“바닥에서 뭔가를 주웠다. 뭘 먹는 것 같은데... 다른 집(남의) 앞에 남은 배달음식을 먹는다. 이걸 왜 먹어요?(김화평, 29, 지적장애 2급), 먹고 싶어서 먹었어요. 이건 더러운 거잖아요. 안 더러운 거예요. 길거리 음식에도 관심을 가지는 화평 씨. 집에 가다가 이런 거 보이면 먹어요. 짬뽕 먹다가 매워서 안 되겠더라고요. 짬뽕보다 짜장면이 좋아요. 안 되겠다 빨리 가요. 밖에서 심각한 상황을 말씀드리고. 너 정말로 버려진 짜장면 먹었어? 내가 정말 못 산다 정말. 이런 애를 누가 돌보겠어요.(조부자, 77, 할머니) 내 마음과 같이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이런 저련 일들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파요. 맏손자이기에 더 애지중지 키워왔던 할머니. 울지마요. 할머니 그래 안 울게. 많이 슬퍼요. 그럼 화평 씨가 어떻게 해 드려야 해요. 속 안 썩이고 잘 해 드려야 해요. 할머니한테요? 네. 내가 만약에 죽는다면 이 아이가 혼자 어떻게 될까? 어떻게 혼자 살아갈까 하는 걱정에 내가 눈을 못 감고 죽을 것 같아요. 그래서 될 수만 있다면 같이 갔으면(죽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병원에 가 보신 적은 없나요? 병원에 가 봤는데요. (위 절제) 수술비용이 엄청 비싸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기초수급 대상자 가정이라서 수술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고. 더 미안하죠.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으니까요”

진행자와 주인공, 할머니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혼란스럽겠지만 내용은 이해는 될 것이다. 이 본방 내용 중 몇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첫째, 진행자는 거리에서 주워 먹고 버려진 음식을 먹는 것을 촬영하였다. 말리지 않았다. 이는 언론인의 윤리에 위배된다. 죽어가는 사람을 치료하지 않고 촬영을 한 한 기자가 비난받은 것과 같다.

둘째, 시청자들에게 프래더 윌리 증후군으로 인하여 식탐이 있다거나 이 질환에 대한 어떠한 정보나 이해를 돕기 위한 내용도 들어 있지 않다.

셋째, 같이 죽었으면 한다는 말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다. 살다보면 힘들 경우 이런 말을 누구나 할 수 있겠으나 방송의 힘을 생각하면 힘들면 그리고 장애인을 부양하고 있으면 같이 죽고 싶다는 말은 생명경시 풍조나 자살을 조장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러한 것을 사람들이 긴장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넷째, 비만하면 위를 잘라 수술을 하면 된다는 식의 미용이나 의료만능주의를 조장하고 있다. 너무 심각하니 그러한 수술이라도 해야 도움이 된다고 의사가 조언을 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가난하여 수술을 할 수 없다는 현실도 가슴 아프다. 그러나 방송에서 정황적 설명 없이 상황을 전개하고 보면, 프래더 윌리 증후군은 비만을 위를 잘라 수술하는 것이 정답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프래더 윌리 증후군 가족을 둔 한 사람은 이 방송을 보고 정말 치열하게 음식 조절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지적장애나 프래더 윌리 증후군은 저렇게 비만하게 살 수 밖에 없다는 주위의 편견을 조장하지는 않았을까 생각하니 너무나 아픈 상처를 받는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얼굴에 상처가 조금 있어도 편견으로 차별을 받으며 대인기피증을 경험하게 되는데, 거구의 비만을 흥밋거리처럼 알몸으로 방송을 한 것을 보고 지적장애 부모들은 충격과 큰 상처를 받아 고통과 슬픔을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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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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