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일을 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대다수의 경우가 생계수단인 경제력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물어보면 많은 수가 자신감과 자아감 회복이었다. 장애를 가지고 사회의 일원이 되어 보통사람들과 섞여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인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복지는 장애인들이 마음껏 경제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최고의 자립생활은 경제적 자립이며 복지의 꽃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경제활동을 통하여 소비주체가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장애인들의 직업재활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의 장애인 직업재활에는 세 가지의 큰 틀이 있다.

첫째, 보건복지부는 직업적 중중장애인의 보호고용에 집중되어 있다.

둘째, 고용노동부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하여 취업을 중요시하고 있다.

셋째, 중소기업청은 장애인 창업과 장애인 기업육성에 맞추어져 있다.

이렇듯 장애인의 직업재활은 보호고용과 취업, 창업 등 다양한 경로로 장애인의 사회생활을 촉진시켜야 한다. 장애유형에 맞는 적절한 지원이 그 효율성과 지속성을 이끈다. 세심한 분류없이 장애인이면 생산시설이나 단순 직종을 생각하는 근대적인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

카드 돌려 막듯이 취업성공률만을 위해 취업시키기에만 급급한 양적 목표의 현실보다는 장기적으로 근로할 수 있도록 고용 유지를 위한 장애유형에 맞는 직종개발과 고용주의 인식개선 및 지원책개발, 장기 근속자 혜택에 대한 질적인 연구와 실행이 중요하다.

중도장애인인 척수장애인의 올바른 직업재활 방향은 무엇일까?

척수장애인의 대부분은 중도장애인으로 20대 이후에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된 경우가 많다. 중도장애란 경제활동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이 경험은 장애라는 이유로 사장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최근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는데, 같은 맥락인 경력단절의 장애인에게도 지원이 수립되어야 한다.

특히 척수장애인의 경제활동은 중도장애로 인해 가장의 역할 상실에 대한 회복에 큰 의미가 있으며, 이는 가족관계 회복의 단초가 되므로 단순히 직업을 갖는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사고 전 직장경험과 기업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척수장애인들에게 최고의 직업재활은 당연히 원직장 복귀이다.

직업재활을 시작하는 시점도 매우 중요하다. 사고 이후 신체적인 회복에만 몰두하다 모면 그 기회를 놓치게 되고 자신감을 영영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초기부터 재활훈련과 심리치료, 직업재활 등이 동시에 병행이 되어야 한다.

중도장애인의 직업복귀는 단순히 당사자의 의지만으로는 되는 것이 아니고 고용주와 직장동료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가족들의 열렬한 지원도 동시에 필요하다.

특히 고용주에 대한 인식개선은 중요한 문제로, 이는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도 동반되어야 한다. 동료들 또한 동반자적인 인식이 필요하고 이는 학교교육에서부터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가 조성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가족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사실 사회복귀의 걸림돌 중 하나가 가족이라고 하면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가족애에 대한 과잉반응으로 장애인이 무엇을 하겠느냐, 편히 집에서 지내라 이런 반응은 문제가 있다. 새끼를 강하게 키우는 사자엄마의 마음을 가족들은 가져야 한다.

관계부처는 이런 일에 집중을 해야 한다.

척수장애인에게 맞는 직종을 많이 개발하여야 한다. 직업의 종류가 수 만 가지나 될텐데 틀에 박힌 직업보다는 새롭고 신선한 직업을 많이 개발하고 발굴하여야 한다. 재활병원의 사회복지사나 심리상담가, 회계 관리자도 좋은 직종이 될 수 있다.

특히 재활병원의 중증장애인 당사자 직원은 단순히 직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병원에 있는 환자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있고 ‘하면 되겠다’라는 동기부여가 되며, 병원생활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전국의 권역별재활병원과 재활병원은 이에 대해 고려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재활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척수장애인 장석진 씨. ⓒ이찬우

또한 창업 분야로 척수장애인을 유인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창업에 관심을 갖는 척수장애인도 의외로 많이 있지만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현실이다. 중소기업청과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도 척수장애인의 창업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사고 전에 안경사를 하던 척수장애인은 안경사 일을 해야 전문분야가 된다. 이 척수장애인이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하면 이는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손실인 것이다. 이 장애인에게는 창업 자금을 지원해 준다면 훌륭히 자기의 전공을 살려 경제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새롭게 기술을 가르쳐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기술이 있는 중도장애인을 발굴하여 지원해주는 것이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 이들은 장애인고용 창출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을 제외하고는 모든 장애인은 근로를 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복지의 기조도 일하는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 근로를 최우선의 재활목표로 삼아야 하고 근로를 장려해야 하며, 그러므로 근로 하기를 원하는 장애인은 누구라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여야 한다.

활동보조(근로지원)제도, 보장구지원, 의료지원, 육아정책 등 모든 것이 장애인들의 근로를 위한 지원으로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리고 근로 장애인들에게 각종 우대정책을 통하여 근로를 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 많도록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 일하는 장애인이 비웃음을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땀 흘리고 노력하는 모습이 비아냥거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의료비 때문에 수급권자로 남으려는 현실을 과감히 깨야 한다. 또한 근로 장애인들에게 주택도 우선 분양하고, 4대 보험을 가입한 근로 장애인은 조건(예를 들어 10년 이상 불입 등)을 충족하면 국민연금도 조기 수령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학령기에 장애인 된 경우에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 학력은 경제활동을 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장애인들 중에 인재들에게는 외국유학을 지원하는 등의 과감한 교육정책도 필요하다. 병원생활도 줄이고 조기 퇴원하면 인센티브를 통하여 사회활동을 위한 준비기금으로 지원하는 것도 제도로 도입해 볼만하다.

장애인의 직업재활은 어느 부처의 이기주의도 없어야 하고 병원이나 직장 어느 누구도 발빼기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장애인이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사회전체가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본다.

장애인들의 경제활동을 촉진할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책입안자와 장애인당사자와의 괴리가 있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이고 초고령 사회 앞에서 한숨만 쉬지 말고 장애인들에게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능력을 키워서 노동력을 확보하자.

척수협회는 세금내는 척수장애인이 되자고 초지일관 신속한 사회복귀를 주창하였고 다양한 직종들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현실화 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전국에서 일하고자 하는 척수장애인들을 모으고 역량을 강화시키고 기업과 연계하는 전문적인 일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시행하는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의 수행기관이 되어야 한다.

특히 중도장애로 사회경험이 풍부한 척수장애인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를 바란다. 척수협회와 같이 강한 의지와 수행능력이 있는 단체를 지원하고 그 결과를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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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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