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회원들이 한 장애인의 교통사고로 인한 치료비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들이 돕고자 하는 장애인은 같은 부모회 회원의 자녀다.

A군(뇌병변 장애인 1급, 자폐 장애인 1급의 중복장애)는 현재 20세인데, 교통사고가 난 것은 2년 전의 일이다. A군이 특수학교 고등부 2학년이었던 2015년 어린이날 다음날인 5월 6일 장애인복지관에서 현장교육을 한다고 서울시민의 숲으로 함께 갔다.

A군은 중증, 중복장애인이지만 혹시 위험한 거리에서 사고가 날까봐 부모들이 철저히 교육을 한 터라 신호등을 구분할 줄도 알았지만 달려오는 차를 피할 수는 없었다.

차와 충돌을 하게 된 A군은 머리를 다쳤는데, 응급실로 실려 갈 때에도 어느 정도의 의식은 있었다. 그래서 부모들은 이렇게 몇 년 동안 병원의 신세를 지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두개골에 손상을 입게 된 A군은 함몰된 상태에서 뇌에 2차적인 손상을 줄 수 있는 상태이므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머리뼈를 만들어 뇌를 보호해야만 했다.

신체의 다른 부분의 뼈를 꺼내어 머리뼈를 대신하도록 수술을 하기도 하고, 인공뼈를 넣기도 하였으나,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였다. 두개골의 치료는 뇌가 붓거나 뇌에 물이 고이며 뇌세포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는 수술로 매우 위험한 수술이 거듭되었다.

응급실에서 검사를 한다고 치료가 지연되지 않았다거나 치료과정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철저히 보살폈다면 A군은 지금보다 훨씬 나은 예후를 보였을 것이라고 A군의 어머니는 아쉬워하고 있다.

교통사고 이전에는 뇌병변 장애인이자 자폐 장애인이었지만 비교적 표정도 밝았고, 장애만 있었을 뿐 영양상태나 근력 등 일상생활에서는 매우 양호한 상태였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 눈의 초점이 흐리다거나 표정이 무표정한 상태로 무기력해진 A군을 바라보면서 부모들은 2년간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하였다.

가해자 측에서는 과거에도 과실치사로 인명사고를 낸 경력이 있어 이번에는 보상금을 줄 형편이 전혀 되지 못한다며, 차라리 감옥살이를 하겠다고 했다. 자동차보험에서 부담하는 금액은 치료비의 일부로 자부담 부분만도 매월 몇 백만원이 되었다.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어머니는 틈틈이 장애인 활동보조 사업에 참여하여 병원비 마련을 위해 노력하였지만, A군의 곁을 지켜야 하기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중환자실에서 몇 달 동안 있었지만 어머니는 엄마를 찾을 아이를 생각하며 병원 문을 지켜야 했고, 일반실로 옮긴 후 틈틈이 활동보조인으로 일했지만 연간 수익은 2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A군의 아버지는 시설물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연간 1600만원 정도의 적은 소득이었지만, 네 식구 살아가는 데에 넉넉하지는 않아도 생활유지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A군의 병원치료에 부부가 함께 매달리면서 직장생활은 도저히 할 수가 없어, 그 일마저 그만두게 되었다.

A군이 이식한 뼈나 뇌에 이상이 생기게 되어 놀라거나 오랜 투병의 간호로 인한 과로로 어머니 역시 몇 번의 실신과 응급실 신세를 져야 하는 상황에서 A군의 아버지 역시 직장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 사람의 실수가 장애인 가정의 생활을 고통 속으로 몰고 갔지만, 그래도 A군이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 속에 주위 사람들에게 힘든 모습을 숨기며 생명의 끈과 하늘이 부모의 간절함만큼은 알아주리라는 끈을 놓지 않았다.

A군이 수차례 수술을 견디어 준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특히 뇌를 신체에서 분리하여 뼈를 고정시키고 다시 뇌를 머리속에 넣는 수술은 체력으로도 이겨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A군은 최근 티타늄으로 제작된 인공뼈를 넣고 재활훈련을 하는 단계까지 발전하였다. 그런데 재활전문병원은 특히 특정 질환에 의료기술의 편차가 있어 아무 병원으로 옮길 수도 없는데, 자동차 보험이나 의료보험 체계상 일정 기간이 지나면 퇴원을 해야 한다.

재활훈련은 어느 정도의 기대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장기간 병원에 남으려는 환자들이 많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퇴원을 해야 하도록 정한 것이다.

이제 눈동자도 조금 선명해지고, 얼굴 표정도 화색이 돌면서 좀 나아지겠구나 생각하는 순간, 밀려드는 뇌졸중 환자를 받아야 하니 고가의 1인실로 가거나 퇴원을 하라는 병원의 요구가 있었다.

그 동안 여러 곳에서 빌려 병원비를 감당해 오던 방식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데, 추가적으로 더 많은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필요하게 되자. A군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재활훈련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적기이기에 후일 후회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발을 동동 구르고만 있었다.

지금 퇴원을 한다면 마치 농아인에게 인공와우 수술을 해 주고는 몇 년간 해야 하는 청능과 언어재활훈련은 해 주지 않아서 수술이 소리를 듣고 구분하도록 해 주자는 취지가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과 같은 치료를 하다가 마는 것과 같다.

불이 나면 완전히 꺼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씨는 다시 살아난다. 병원의 치료도 하다 만 치료는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키거나 상태의 호전을 불가능하게 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알게 된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간부들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심정으로 십시일반으로 조금씩 모아 치료비를 돕기로 하였다.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회원들은 이러한 사건이 남의 일로 보일 리가 없었고, 서로 돕자는 회의를 하면서 울음바다를 이루었다.

그리고 작은 정성으로 힘을 보탠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원장이 수 백만원의 금일봉을 전달하여 힘을 보태어 주는 등 각지에서 후원금을 전달해 주고 있다.

A군이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아 다시 가정으로 돌아와 가정의 기쁨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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