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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복지위, 시청각장애지원법 제정 물음표

사각지대 어려움 공감…별도법 VS 기존법 개정

법 정의 두고 “중증”, “전농전맹”, “모두” 제각각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4-01 14:06:21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일 국회에서 ‘시청각장애인 지원 관련 법률안’ 제정 공청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일 국회에서 ‘시청각장애인 지원 관련 법률안’ 제정 공청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시청각장애인의 다양한 지원서비스가 담긴 일명 ‘헬렌켈러법’이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됐지만, 별도의 법을 마련할 것인지, 기존의 장애인복지법을 활용할지에 두고 쟁점이 되며,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물음표’인 채로 마무리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일 국회에서 ‘시청각장애인 지원 관련 법률안’ 제정 공청회를 열었다.

시청각장애인은 시각 및 청각 기능이 함께 손상된 장애인으로서 단순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과는 다른 생활실태와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일반 장애인에 비해 의료적 접근성도 열악하고 일상생활에서 도움의 필요 정도가 매우 높은 실정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시청각장애를 장애의 한 종류로 분류하고 별도의 지원센터를 설치해 자립생활을 위한 다양한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시청각장애가 별도의 장애유형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고 관련 현황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조차 부재해왔던 상황이어서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이 발의한 ‘헬렌켈러법’은 시청각장애인의 특성 및 복지 요구에 적합한 지원이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했다.

먼저 ‘시청각장애인’을 시각과 청각 기능이 함께 손상되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심각한 제약을 받는 장애인으로서 시각장애인에 해당하는 장애와 청각장애인에 해당하는 장애를 중복으로 입은 사람 등으로 정의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시청각장애인의 실태 파악과 복지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활용하기 위해 3년마다 시청각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아울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위해 정보접근 및 의사소통 지원, 활동지원사 및 시청각통역사의 양성 및 지원, 자조단체의 결성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통합적 지원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시청각장애인의 복지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정보 제공 등을 업무로 하는 시청각장애인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하도록 규정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진술인들.(왼쪽부터)나사렛대학교 김종인 교수, 김안과병원 김응수 전문의, 한국사회정책연구원 변용찬 선임연구위원.ⓒ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공청회에 참석한 진술인들.(왼쪽부터)나사렛대학교 김종인 교수, 김안과병원 김응수 전문의, 한국사회정책연구원 변용찬 선임연구위원.ⓒ에이블뉴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진술인들은 ‘헬렌켈러법’ 제정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반면, 정의가 너무 포괄적인 점, 시청각장애인 수가 극히 적은 점 등을 고려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한국헬렌켈러위원회 위원장이자,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장인 김종인 교수는 "시청각장애인은 시각과 청각장애의 덧셈이 아닌, 곱셈의 개념으로 전혀 다른 개념의 장애"라며 "국제적 통계 인구 만 명당 한 명 추산되며, 나라별 실태조사 시 두 배 이상으로 상회하고 있다. 정확한 실태조사는 물론 정확한 명칭도 통일되지 않은 상태며, 의사소통, 정보 접근, 교육, 고용, 삶 전체에 제약이 크다"고 시청각장애인의 특성을 설명했다.

특히 시청각장애인의 현주소를 "캄캄한 흑암과 정보 접근 단절로 골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장애유형에서도 배제, 정책도 부재, 대국민 인식도 미흡하다"며 법 제정의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김안과병원 김응수 전문의는 "최근 고령화 시대에 들어 청각장애와 시각장애를 동시에 갖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상실한 시청각장애인의 경우 의사소통의 부재로 특수한 상황을 갖고 있다"면서 법률 제정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제정안은 시각장애 5급 이상, 청각장애의 경우 6급 이상 모두 포함돼있다"면서 기준 제한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구체적으로 김 전문의는 "제정 취지를 미뤄볼 때 시각장애의 경우 현재 중증장애로 분류하는 장애등급 3급 이상, 청각장애는 의사소통에 제한이 느껴지는 4급 등으로 제한 규정하는 것이 적합하다"면서 "실태조사 조항에 대해서도 중복장애에 대한 조사가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제정은 중복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정책연구원 변용찬 선임연구위원도 "시청각장애인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고, 시각 또는 청각만을 가진 장애인에 비해 보건의료 및 복지 욕구는 높으나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라면서 입법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기존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도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변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법률안에 시청각장애 정의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서비스가 더욱 필요한 중증 시청각장애인은 오히려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전맹전농 등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며 “시청각장애인의 수가 60대 이상이 93.2% 이상, 특수교육대상자가 23명으로 매우 적기 때문에 별도의 법 제정보단 기존의 법을 개정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질의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 모습.(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질의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 모습.(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이블뉴스
이날 자리한 국회 보건복지위원들 또한 “제정법으로 가느냐”,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느냐”에 대한 쟁점이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기존에 있는 법을 갖고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김종인 교수는 “장애인복지법이 있음에도 발달장애인 관련 법이 별도로 있고, 교육이나 고용, 복지 등 접근방법이 다르다. 시청각장애인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설득했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은 “발달장애인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행사 당시, 왜 특정 장애인만 다루냐. 다른 유형 장애인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항변을 들은 적이 있다. 외국 같은 경우에도 별도법이 존재하냐”고 물었다.

이에 변용찬 선임연구위원은 “제가 알기론 일본도 시청각장애인법이 없고, 미국 또한 예전에 헬렌켈러법이 있었지만, 헬렌켈러지원센터 부분만 한정돼있다. 그 외는 ADA법에서 관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기 의원은 “발달장애인법은 별도 발의돼서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 이전과 이후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고 느꼈다. 대통령이 각 부처 모두를 불러모아 종합대책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 현실”이라면서 “보다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범위를 더욱 좁혀야 한다. 기준을 어떻게 세웠느냐”고 김응수 전문의에게 물었다.

이에 김 전문의는 “입법 취지를 고려한다면 전맹과 전농만 들어오는 것이 맞다. 제정안대로 범위를 폭넓게 준다면 실태조사나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오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협의가 된다면 전농전맹만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1일 국회에서 열린 시청각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 제정 공청회에서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인 손창환 씨가 시청각통역사를 통해 촉수화로 의원들의 질의 내용을 듣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1일 국회에서 열린 시청각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 제정 공청회에서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인 손창환 씨가 시청각통역사를 통해 촉수화로 의원들의 질의 내용을 듣고 있다.ⓒ에이블뉴스
반면,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법명이 시청각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기 때문에 전농전맹만 포함하는 것에 반대한다. 모두 포함해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 “법안에서 지원되는 맞춤형 서비스가 장애 정도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 하더라도 정의 자체를 왜 좁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시청각장애인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같은 당 신상진 의원도 “저도 18대 국회에서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법을 대표 발의했고 제정됐다. 그때 복지부는 법을 새롭게 만들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사회보장기본법에 넣자고 했다가 여야의원들이 반대한 바 있다”면서 “10년째 이분들이 이렇게 어려움을 호소했음에도 실현되지 않았다면 별도법을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의 일이 늘어나는 고충이 있지만 필요하면 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이 같은 의견에 법안을 발의한 이명수 복지위원장은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제정할 건지, 기존의 법을 활용할 것인지 방법론 문제가 제기됐다. 복지부 입장도 이해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며 “어떻게 법체계를 갖춰야 당사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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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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