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장애인연맹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장애인 사행산업 실태와 예방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강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전동일 교수. ⓒ에이블뉴스

장애인의 도박중독 유병률이 2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추진하는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 속 예방·치유 대상에 장애인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전동일 교수는 27일 한국장애인연맹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장애인 사행산업 실태와 예방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발표를 했다.

사행산업은 다수인으로부터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모아 우연적 방법에 의해 득실을 결정해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행위를 뜻한다. 이를테면 내국인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모터보트), 복권(로또 연금복권 등),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소싸움이 있다.

전 교수는 장애인의 사행산업 이용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6월 12일부터 8월 25일까지 만 20세 이상 장애인 460명을 대상으로 수도권, 중부권, 남부권으로 나눠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상의 장애유형은 지체장애가 297명으로 전체대상자의 64.6%에 달했고 뇌병변장애가 83명(18%)으로 그 뒤를 이었다. 두 장애유형을 제외한 모든 장애는 기타장애로 17.4%였다.

장애등급은 1급이 161명으로 35%였으며 2급 119명(25.9%), 3-6급은180명(39.1%)이었다. 연령대는 40-50대가 251명(54.6%)으로 전체 대상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30대는 146명(31.7%), 60대 이상은 63명(13.7%)였다.

분석결과 성인장애인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20.7%에 달했다. 이는 성인비장애인의 도박중독 유병률인 5.1%보다 5배가량 높은 수치다.

도박중독 유병률 집계는 사감위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제시된 정의를 준용해 한국판 PGSI(Problem Gambling Severity Index)를 통해 진행했다.

사행산업 사업장은 전체 대상자의 57.6%가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남성은 309명 중 66%가, 여성은 151명 중 40.4%가 이용을 했고 장애유형별 이용률은 지체(60.6%), 뇌병변(53%), 기타(51.3%) 순이었다.

사행산업에 대해서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100점 만점 기준으로 70.3점 수준에서 사행산업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변을 했다.

가장 심각한 사행산업의 분야로는 남녀 모두 내국인 카지노(24.5%)로 꼽았다. 이어 오락형 온라인게임(20.2%), 복권(16.2%), 사설 사행활동(13.7%), 경마(12.8%)가 뒤를 이었다.

사행산업 규제정책과 관련해서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36.3%로 가장 높았다. 크게 강화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28.5%가 동의를 했다. 크게 완화해야(5%) 하거나 완화해야 한다(9.1%)를 선택한 대상자는 적었다.

도박에 대한 생각은 전체 응답자의 44.3%가 "절제만 할 수 있으면 도박은 본인의 자유"라고 의견을 보였다. 응답자의 25.2%는 "도박은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하며 장애인은 절대 이용하면 안되는 절대악"이라고 밝혔다.

사행활동 참여 경로는 친구나 지인의 소개(60%)가 가장 많았고 호기심(19.2%), 포털사이트의 광고(6.8%), TV나 대중광고(4.9%)가 뒤를 이었다.

최근 이용한 사행산업 사업장의 종류는 복권(로또 등)이 89.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체육진흥투표권(토토)는 9%였고 경마(8.4%)가 뒤를 이었다. 내국인 카지노(3%), 소싸움 경기(1.8%), 경륜(1.2%)는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사행활동을 하는 이유는 친목도모(44.9%)가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는 돈벌이(40.9%)로 나타나났다. 사행활동의 경비를 마련하는 방법은 생활비(38.1%)가 여유자금(30.9%)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 교수는 "사감위는 2년마다 사행산업 이용실태 현황을 파악하지만 장애인 조사는 전무한 상황이다. 기존 사행성 이용실태조사에 장애인을 대상으로 포함시키거나 어렵다면 통계청 사회조사에 포함시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과 교포를 대상으로 도박중독 예방·치유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장애인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특수학교, 장애인복지관과 연계해 예방교육과 도박중독 예방캠페인을 전개하는게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전 교수는 "일선 중독치유센터는 장애인 이용자를 본적이 없다고 하지만 장애인이 모르기 때문에 이용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장애인이 센터를 이용할 것에 대비해 전문가의 장애이해를 돕는 매뉴얼을 개발·배포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사행산업이 내포하는 기능 중에는 여가와 레저로서의 놀이문화적 기능이 있다. 무조건 사행활동 규제하면 풍선효과로 사설사행산업 사업장에 몰릴 수 있다"면서 "건전한 레저산업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건전화를 위한 정책대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강우진 전 숭의여자대학교 가족복지과 교수(사진 가운데)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에 강우진 전 숭의여자대학교 가족복지과 교수는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 안에 장애인을 치유·예방활동 대상으로 넣는 부분 등에 동의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 대상 도박예방 예산을 확보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이 중독치유센터를 이용할 것을 대비해 전문가를 위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장애인동료상담가를 중독치유센터에 배치해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규일자리창출로 잇는 방법도 있다"고 제언했다.

신안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채정아 교수는 "사감위는 도박예방교육을 생애주기별로 유아부터 성인, 어르신 계층별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장애인을 비롯한 일부 소수자에게도 대상별 교육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애인들의 도박문제 예방교육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교육은 물론 장애인시설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한 예방강사를 양성하고 이를 통해 2차 교육보급을 한다면 보다 장애인 도박문제 예방에 선구적인 접근이 될 수 있을 것" 이라고 피력했다.

'장애인 사행산업 실태와 예방정책 방향' 토론회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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